4
부산메디클럽

[도청도설] 죽어야 태어나는 아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조선시대 때 지금의 서울 종로1가 광화문우체국 부근에 ‘혜정교’라는 다리가 있었다. 그 옆에 우포도청이 있었던 까닭에 포청다리라고도 했다. 그곳에서 공금횡령 등 죄를 저지른 탐관오리를 삶아 죽이는 ‘팽형(烹刑)’이란 공개처형이 이뤄졌다. 그런데 명목만 삶아 죽이는 형벌일 뿐, 실제로는 미지근하게 끓인 물에 죄인의 몸을 담근 뒤 “너는 이제 죽은 사람”이라고 선언하는 데 그쳤다. 대신 팽형이 집행되면 그 죄인을 죽은 사람으로 취급했다. 팽형 당한 죄인을 상여에 실어 집으로 보내면 집안에 감금하고 대인 접촉을 차단했다. 그의 자식은 족보에 올릴 수도 없었다. 차라리 죽으면 모든 게 끝나지만, ‘산 죽은 이’ 신세는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정신적 고통이 지속된다는 점에서 사형보다 더 가혹한 형벌이라 할 수도 있다.

시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오늘날 대한민국에 왕조시대의 팽형보다 더한 형벌 아닌 형벌이 있다. 아이의 출생을 공적으로 관리하지 않는 우리 현실이 그렇다. 현행 가족관계등록법에는 자녀 출생신고는 부모가 하게 돼 있다. 하지만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도 과태료 5만 원만 내면 되니, 사실상 이름만 의무인 제도다. 이런 제도적 허점 속에서 수많은 아이가 죽어가고 있다. 지난 18일 인천 미추홀구에서 숨진 여덟 살짜리 아이는 살아있었지만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아이였다.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전남 여수의 한 가정의 냉장고에서 발견된 생후 2개월짜리 아이 역시 마찬가지다. 팽형은 그래도 출생을 전제로 한 형벌이지만, 이 경우는 아예 출생 자체를 무시했다는 점에서 야만이나 다름없다.

문제는 이런 반인권적 행위가 빈발하는데도 근절 대책은커녕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아이가 죽어야만 태어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게 우리 현실이다. ‘인구 감소’란 불치병을 앓고 있는 우리가 아이 출생을 이렇게 소홀히 한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파양(罷養)’ 논란을 일으킨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에서 문제의 한 요인을 본다. 아이 입장이 아닌 부모 입장에서 아이를 생각한다는 것이다.

대책은 이미 나와 있다. 아이 출산을 도운 병원이 공공기관에 출생 사실을 통보하는 것이다. 아이의 98.7%가 병원에서 태어나니, 병원이 가장 확실한 출생 증언자인 셈이다. 미국 영국 등 대다수 선진국이 채택했고, 유엔도 권고한 제도다. 그런데도 정부는 최근 내놓은 아동 학대 대책에서 이 권고를 반영하지 않았다. 우리나라 인구가 줄어드는 건 이유가 있다.

이경식 논설위원 yisg@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에이치엘비 ‘무상증자 카드’로 주가 8.7% 급등
  2. 2역무원→ 구급대원→ 운전직→ 사서 교사…공무원만 4번째
  3. 3양산 부산대캠퍼스 유휴부지 개발 길 열려
  4. 4가덕 2029년 개항 쐐기…당정 쌍두마차가 이끈다
  5. 5부산 ‘영원한 지스타 도시’ 기대감…개최지 단독 응모
  6. 64차 재난지원금, 노점상·법인택시 등 200만 명 더 준다
  7. 7‘마린자이 방지법’ 통과됐지만 정작 당사자는 구제 못받는다
  8. 8진주의료원, 서부경남 공공병원으로 부활
  9. 9단일화 뿌리친 박성훈 “새 정치 약속 지킬 것”
  10. 10청년과, 나누다 <9> 염종석 동의과학대 야구단 감독
  1. 1가덕 2029년 개항 쐐기…당정 쌍두마차가 이끈다
  2. 2단일화 뿌리친 박성훈 “새 정치 약속 지킬 것”
  3. 3운명의 일주일…여당 6일, 야당 4일 본선행 최종후보 결정
  4. 44차 재난지원금, 노점상·법인택시 등 200만 명 더 준다
  5. 5오거돈 성추행서 신공항·불법사찰로…여야간·후보간 프레임 전쟁 전환
  6. 6관광 활성화 열띤 공방…저출산 문제 신경전도
  7. 7국토부 요지부동에 최인호 ‘특별법 카드’로 난국 타개
  8. 8부산시장 보궐선거 당내 경선 최종 단계 돌입
  9. 9홍준표, 이재명 향해 "양아치 같은 행동" 비판
  10. 10천안함 최원일 함장 28일 전역...대령 명예진급
  1. 1부산 ‘영원한 지스타 도시’ 기대감…개최지 단독 응모
  2. 2예타면제 논리 키우고, 사전타당성 조사 기존자료 활용 6개월로 줄여야
  3. 3내고장 비즈니스 <5> 울산 언양 트레비어
  4. 4“로열티 없는 순수 국산 맥주…울산 대표 자산으로 키울 것”
  5. 5의료진 열사 도시락, 독도 소주…편의점 ‘3·1절 마케팅’
  6. 6에이치엘비 ‘무상증자 카드’로 주가 8.7% 급등
  7. 7LG베스트샵에 로봇직원 뽑았네
  8. 8영업제한 소상공인 7월부터 ‘손실보상’
  9. 9P2P 금융사 타이탄인베스트 전자등기 서비스
  10. 10지역상공계 염원 결실 “엑스포 전 개항이 동북아 관문 첫발”
  1. 1양산 부산대캠퍼스 유휴부지 개발 길 열려
  2. 2양산시민 통도사 입장 무료·주차료 유료화 절충안 합의
  3. 3청년과, 나누다 <9> 염종석 동의과학대 야구단 감독
  4. 4역무원→ 구급대원→ 운전직→ 사서 교사…공무원만 4번째
  5. 5부산시 “시유재산 땅 비워달라”…구·군 사용 체육시설 쫓겨난다
  6. 6진주의료원, 서부경남 공공병원으로 부활
  7. 7‘K-주사기’도 대활약상…화이자·AZ백신 병당 1, 2명 더 맞아
  8. 8울산, 생태하천 태화강 수상 스포츠 메카로 만든다
  9. 9‘마린자이 방지법’ 통과됐지만 정작 당사자는 구제 못받는다
  10. 1034년 전부터 추진…노태우, 4㎞ 활주로 2본 결재
  1. 1후반 와르르…아이파크, 안방 첫 경기 참패 수모
  2. 2투타 모두 자신의 플레이 펼쳐…허문회 감독 “올 시즌 기대된다”
  3. 3이변은 없었다…부산시설공단 2년 만에 통합우승
  4. 4휴식기 마친 kt 2연승 신바람…공동 5위 안착
  5. 5부산 아이파크, 홈 개막전서 0 대 3 완패
  6. 6기성용 개막전 뒤 기자회견 자처...자비는 없을 것
  7. 7쑥쑥 크는 ‘내일의 거인’…주전 경쟁 후끈
  8. 8기성용 성폭행 의혹 반박…“결코 그런 일 없었다”
  9. 9부산시설공단 1승 선착…“삼척서 끝낸다”
  10. 10BNK 포워드 구슬, ‘식스우먼상’ 수상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릴레이 인터뷰
진보당 노정현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릴레이 인터뷰
국민의힘 이언주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융합의 시대’를 진정으로 지향하려면
축소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선택
기고 [전체보기]
가덕신공항은 부산의 미래 /홍순헌
위기의 역설 그리고 부산 /신상해
기자수첩 [전체보기]
불편한 목소리에 침묵…부산시교육감 소통 나서야 /김화영
서장 관사 내 수상한 돈·황금 출처 제대로 밝혀라 /이준영
김석환 칼럼 [전체보기]
‘능력주의’와 ‘예타만능’이라는 거짓말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해 뜨는 아침, 겨울 산의 속살을 보라
정치적이기엔 너무도 문명적인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옛것에서 발견하는 변용
관현맹인과 여악의 전통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2+1 책임제’ 족쇄로 안 남으려면 /유정환
‘신산업 도시 부산’의 필요조건 /이석주
도청도설 [전체보기]
공깃밥과 즉석밥
벤 호건 재기상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가을의 시간을 맞으며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어묵의 별칭 ‘간또’
목포 ‘중깐’의 딜레마
사설 [전체보기]
가덕신공항, 이제부턴 조속한 개항에 전력 모아야
미래차 부품단지 조성, 부산형 일자리 모델 자리잡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청년기본소득’ 용납해선 안 되는 이유
공유경제에 대한 오해와 진실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비핵평화, 중단없이 가야 할 길
한반도 비핵화는 어떻게 되나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최고의 기쁜 날
퇴폐미술의 낙인
이제명 칼럼 [전체보기]
탄소중립 어젠다의 가치와 미래
이홍 칼럼 [전체보기]
카리스마에 대한 오해
독성 리더십
장병윤 칼럼 [전체보기]
알바트로스, 오 알바트로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그 많은 낙하산 사라질까
1년짜리 부산시장 안 되려면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강 건너 봄이 오듯
불멸의 연인
차재원 칼럼 [전체보기]
시장 보선 이후가 걱정되는 이유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그 날을 기다리며
겨울나기
특별기고 [전체보기]
같이 잘 살되 올바르게 잘 사는 ‘노나메기’ 세상으로 /이청산
부산 코로나 병상 부족 현실화…생활치료센터 설치 힘 모아야 /고광욱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김홍도의 ‘논을 가는 소’
김홍도의 ‘주상관매도’
  • 유콘서트
  • 18기 국제아카데미 모집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