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황정수의 그림산책] 김홍도의 ‘논을 가는 소’

  • 황정수 미술평론가
  •  |   입력 : 2021-01-19 19:12:58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올해는 소의 해, 그것도 상서로운 ‘흰 소’의 해이다. 전통적으로 소는 십이지신(十二支神)의 하나로 동아시아 사람들의 삶 속에 깊이 들어와 때론 신성시되기도 했다. 농본주의를 기반으로 했던 우리나라에서도 소는 민중의 삶과 가장 밀접한 관계에 있는 동물이었다. 소는 살아서는 농사의 동력이 되었고, 죽어서는 인간에게 영양분을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래서 조선조에는 가족의 구성원 못지않은 위치를 차지했다. 또한 근대기에는 집안의 주요한 재산으로 여겨져 소를 팔아 자식 대학 교육을 시켜 대학을 우골탑(牛骨塔)이라 부르는 일까지 생겼다.

   
김홍도의 ‘논을 가는 소’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우리나라의 회화에서도 소는 늘 중요한 역할을 했다. 경주 괘릉(掛陵)에는 무덤 둘레에 조각이 아름다운 십이지신이 새겨져 있어 한국 소 그림의 원형을 볼 수 있다. 또한 민화에서도 자주 소가 등장하는데 농경도(農耕圖)에 나오는 것은 물론 정초에 한 해의 복을 빌며 그리는 세화(歲畵)에서도 자주 보인다. 조선시대 정통화 화단에서 소를 잘 그린 사람으로는 양송당(養松堂) 김시와 그의 손자 퇴촌(退村) 김식이 있다. 이들의 소 그림은 당대를 풍미하였다. 그러나 김시와 김식의 그림에 나오는 소는 한국 전통의 소가 아닌 중국 남방에서 사는 물소의 모습이어서 한국적인 소를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또한 단지 회화의 대상으로만 그려질 뿐 인간과 함께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친숙하지 않은 면도 있다.

   
그런 면에서 한국적인 소를 본격적으로 많이 그린 화가는 단연 단원(檀園) 김홍도이다. 그는 자신의 그림에 자주 소를 등장시켰는데, 소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사람들과 함께 하는 가축으로서의 모습을 그렸다. 쟁기를 끌며 농사짓는 모습으로 나오기도 하고, 땔감을 해오는 소년을 싣고 오기도 하고, 홍수가 나면 물을 건너 주기도 한다. 늘 인간과 동고동락하며 인간의 삶과 함께 하는 유익한 동물이다. 김홍도가 그린 소의 대표적인 모습은 유명한 풍속도에 나오는 ‘논을 가는 소’라 할 만하다. 누렁소와 흰 소 두 마리는 주인이 미는 쟁기를 끌고 있고, 한쪽 옆에 두 사람이 쇠스랑으로 땅을 갈고 있다. 인간과 소가 하나가 되어 결실을 만들어가고 있는 합일의 모습이다. 이러한 회화의 전통은 근대화단에까지 이어져 소 그림으로 유명한 이중섭은 물론 진환 문학수 장욱진 박상옥 등 수많은 화가들이 소를 그렸다. 당대 한국인 화가들 대부분이 소를 그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소 그림은 일제강점기 나라를 잃은 식민지 국민의 애환을 담은 것으로 설명하곤 한다. 그만치 소는 한국인의 정서와 가장 닮은 동물이라 할만하다.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힘든 삶 속에서 소의 해를 맞아 소를 닮은 인내와 끈기로 역병을 이겨내고 힘찬 소의 기상을 찾길 두 손 모아 빈다. 미술평론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압사 위험” 신고 빗발…어르신 몰린 벡스코 한때 초비상
  2. 2도시철 무임손실 급증…‘초고령 부산’도 노인연령 상향 촉각
  3. 3"영도서 한 달 살고, 최대 150만 원 받으세요"
  4. 4부산촬영소 상반기 착공? 경관심의 통과가 첫 단추
  5. 5밀려드는 관광·문화…주민도 만족할 ‘핫플 섬’ 만들자
  6. 6부산 ‘탄소중립 어벤저스’ 한자리에
  7. 7“영도민 1명 줄면…연간 숙박객 9명, 당일 여행객 32명 유치해야”
  8. 8공공기관 이전에도…10년간 3만 명 엑소더스
  9. 9영도 상징 글씨체 개발, 세계 디자인상 휩쓸어
  10. 10윤 대통령, 4월 BIE실사단 부산서 맞을까
  1. 1윤 대통령, 4월 BIE실사단 부산서 맞을까
  2. 2이태원 참사 국회 추모제…與 “책임 다할 것” 野 “대통령 왔어야”
  3. 3장외집회 연 민주, 또 나갈지는 고심
  4. 4가덕~기장 잇는 부산형급행철도 시의회서 뭇매
  5. 5"안철수는 윤심 아니다""선거개입 중단" 대통령실-안철수 정면 충돌
  6. 6윤심 논란에 대통령실 개입까지 진흙탕 싸움된 與 3·8전대
  7. 7영국 참전용사들, 런던에서 '부산'을 외치다
  8. 8이태원참사 국회 추모제…여야 “진상규명 재발 방지 대책 마련”
  9. 9대통령실 신임 대변인에 이도운, 5개월 만에 공석 해소
  10. 10민주당, 6년만에 대규모 '장외투쟁'…국민의힘 "방탄 올인" 비판
  1. 1부산 ‘탄소중립 어벤저스’ 한자리에
  2. 2해운경기 수렁…운임지수 1000선 위태
  3. 3애플페이 내달 상륙…NFC 갖춘 매장부터
  4. 4“부산 녹색성장 적극 대응…‘대한민국 미래’로 거듭나야”
  5. 5“바이오가스로 그린 수소 생산…가장 현실적 방법”
  6. 6“전기차 부품 글로벌 경쟁 심화…정부 파격 지원을”
  7. 7“산은, 녹색기술 투자 견인…기보는 벤처투자 연계를”
  8. 8“온실가스 감축 비용 계속 증가…배출권 시장 효과적 관리 관건”
  9. 9“수소경제 핵심은 ‘연료전지’…지역 산·학·관 협업해야”
  10. 10“고양이도 개 못지않은 훌륭한 반려동물입니다”
  1. 1“압사 위험” 신고 빗발…어르신 몰린 벡스코 한때 초비상
  2. 2도시철 무임손실 급증…‘초고령 부산’도 노인연령 상향 촉각
  3. 3"영도서 한 달 살고, 최대 150만 원 받으세요"
  4. 4밀려드는 관광·문화…주민도 만족할 ‘핫플 섬’ 만들자
  5. 5“영도민 1명 줄면…연간 숙박객 9명, 당일 여행객 32명 유치해야”
  6. 6공공기관 이전에도…10년간 3만 명 엑소더스
  7. 7영도 상징 글씨체 개발, 세계 디자인상 휩쓸어
  8. 8버거운 난방비에…목욕탕 일찍 문닫고, 식당은 감원 고민
  9. 9“개금 주원초 학부모 70% 통·폐합 찬성한다”
  10. 10‘부산교육청 전교조 해직교사 특채’ 감사 이달 마무리
  1. 1롯데 괌으로 떠났는데…박세웅이 국내에 남은 이유는
  2. 2쇼트트랙 최민정, 올 시즌 월드컵 개인전 첫 ‘금메달’
  3. 3황의조 FC서울 이적…도약 위한 숨 고르기
  4. 4폼 오른 황소, 리버풀 잡고 부상에 발목
  5. 5MLB 시범경기 던지고 간다…오타니, WBC 대표팀 지각 합류
  6. 6국내엔 자리 없다…강리호 모든 구단과 계약 불발
  7. 7맨유 트로피 가뭄 탈출 기회…상대는 ‘사우디 파워’ 뉴캐슬
  8. 8WBC에 진심인 일본…빅리거 조기 합류 위해 보험금 불사
  9. 9‘셀틱에 녹아드는 중’ 오현규 홈 데뷔전
  10. 10한국 테니스팀, 2년 연속 국가대항전 16강 도전
우리은행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불신 큰 지방의회 권한 확대? 다수당 견제책 등 선결돼야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단체장 권한 집중 획일적 구조…행정전문관 등 대안 고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더불어 살며 지켜가야 할 피란수도 부산
55보급창은 반드시 공원이 되어야 한다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낙동강 녹조를 그대로 둘 것인가
표류하는 가덕신공항
기고 [전체보기]
수산자원, 잘 이용하고 관리해야
새 단계로 진입한 중국 방역
기자수첩 [전체보기]
학교 신축 공기지연, 노조 탓만 할 수 있나요?
김해시장, 소통행정 이후가 중요하다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한국은 여기까지다
안전하게 내려오는 방법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3차 세계화, 우리는 괜찮을까
‘죽어도 자이언츠’를 보면서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선인장 가시와 ‘나의 불안전 불감증’
민심, 그 숨은그림찾기의 비밀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문화자산을 물려받는다는 것
토착화한 망자를 위한 노래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먼저 온 미래’ 영도에서 2030 부산 해법 찾기
‘부산’이라는 아이 어떻게 키우겠습니까
도청도설 [전체보기]
마스크 안 벗는 이유
남천삼익비치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너무나 완벽한 음식 식해
여러분 모두 미식가 되세요!
사설 [전체보기]
가덕경제자유구역, 전제는 순조로운 공항 건설
치솟는 연료물가 먹거리물가…체감물가 겹고통
세상읽기 [전체보기]
부산진 수상비행장을 아세요?
자동차산업, 정의로운 산업전환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 지출의 원칙과 난방비 지원
의사 인력 확충의 올바른 방법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새로운 해양시대
노아 방주의 실천적 교훈
이해인 수녀 '기도의 창가에서' [전체보기]
수평선을 바라보며 동백꽃을 사랑하며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한반도에 새로운 국제질서가 등장하고 있다
위태로운 중국의 미래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신정과 설날 사이의 단상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다시 블랙리스트
정치인의 언어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근고지영
단석산 신선사의 목탁소리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새해엔 선거개혁 위한 결단 기대한다
정치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이태원 연가
특별기고 [전체보기]
내 고향은 부산입니더!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노엘합창단
절대음감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당 김은호의 ‘매란방’
풍곡 성재휴의 ‘배암 나와라’
CEO 칼럼 [전체보기]
초고령 선진국에 걸맞은 변화
자율주행의 위기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