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부산 경제가 아우성이다. 르노삼성차가 8년 만에 적자를 낸 데 이어 원도심의 상징 부산타워가 문 닫았다. 지난해 PK의 실업급여 지급액은 2019년 대비 41% 급증한 2조693억 원에 달했다. 부산시장 후보들도 경제 공약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후보와 국민의힘 이언주 후보는 ‘싱가포르에 버금가는 글로벌도시’를 청사진으로 내놨다. 국민의힘 이진복 후보는 “제2센텀에 사이언스파크를 만들어 7만5000개의 청년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박성훈 후보는 서부산~동부산 해변을 따라 첨단 실리콘비치를 건설하겠다고 한다. 데이터와 제우스의 합성어인 데우스밸리(박형준 후보) 구축도 눈에 띈다. 후보는 달라도 공약의 지향점은 비슷하다. 바로 기업 유치와 창업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다. 여야를 떠나 부산 인구가 매년 2만 명 이상 감소하는 원인과 처방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된 셈이다.
정부도 ‘고용쇼크’ 극복의 대안으로 창업을 꼽는다. 중소벤처기업부도 올해 사상 최대인 1조5000억 원을 창업부문 예산으로 편성했다. 문제는 정책자금 지원이 일회성이거나 창업 초기에 집중된다는 데 있다. 3년 이내 기술력을 꽃 피우지 못한 스타트업은 더 손 벌릴 데가 없다. 창업기업 4곳 중 1곳만 살아남는 이유다. 버블티로 유명한 음료 프랜차이즈 ‘아마스빈’을 운영하는 이욱기 BK컴퍼니 대표도 창업 초기에는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아르바이트는 물론 사채까지 써 자금을 조달했다.
창업투자의 다른 한 축인 벤처캐피털 사정도 녹록지 않다. 지난해 11월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오픈서베이가 1116명을 설문조사했더니 창업자들이 시급하게 개선되길 원하는 과제가 투자 활성화(46.4%)와 우수인력 확보(36.7%)였다.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기업 운영의 두 축인 ‘돈’과 ‘인재’ 확보가 어려웠다는 뜻이다. 특히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면서도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사회적기업은 더 어렵다. 국내 사회적경제 기업 2만7452개(2019년 기준·고용 28만여 명 ) 상당수는 경영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부산시장 후보들에게 사회적거래소와 스타트업(창업) 거래소 설립을 제안한다. 2003년 브라질에서 첫선을 보인 사회적거래소는 사회적기업과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려는 투자자를 연결시키는 ‘따뜻한 자본’의 중개자 역할을 한다. 주식을 거래하는 한국거래소가 자본시장의 핵심이듯 사회적거래소는 사회적 경제에 피를 공급하는 심장이다. 투자자가 사회적기업의 지분을 보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상장 증권거래와 시스템이 유사하다. 브라질의 사회적증권거래소는 5년 만에 사회적기업이나 NGO의 71개 프로젝트에 550만 달러의 자본을 조달하는 성과도 올렸다. 브라질의 성공을 모범 삼아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영국·싱가포르도 사회적거래소를 설립했다.
스타트업거래소는 잠재력을 보유한 예비 유니콘이 자본시장과 만나는 통로가 될 것이다. 기술창업기업과 소셜벤처를 발굴해 성장을 돕는 기술보증기금이 한국거래소와 협업해 운영하면 제격이다. 두 거래소가 설립되면 투자 유치는 물론 새로운 기업가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기능도 맡을 수 있다. 초기 창업자에게 시장의 작동방식을 직접 체험케 하며 건전한 경쟁을 통해 스스로의 생존능력을 높여준다면 자본 생태계의 자궁과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금융도시를 지향하는 부산에 스타트업이나 사회적거래소가 설립된다면 의미가 크다. 모든 자본이 수도권에 집중되는 상황에서 대안자본의 거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에 본사를 둔 한국거래소와 기술보증기금이 두 거래소를 운영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앞서 한국거래소는 2012년 자본시장연구원에 사회적거래소 설립 용역을 발주하고 검토에 나섰다가 이듬해 ‘아직 여건이 안 됐다’며 흐지부지한 적이 있다.
다행히 스타트업거래소는 정부가 도입을 추진 중인 ‘투자조건부 융자 제도’와 기능이 닮았다. 투자조건부 융자는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받았거나 후속투자 가능성이 높은 창업·벤처기업에 금융기관이 저리로 대출을 해 주고 소액의 지분인수권을 받도록 하는 제도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제도다.
지난해 부산경제는 참담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연간 취업자는 17년 만에 최대인 3만6000명(2.1%)이나 줄었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15~29세(-2만 명) 30대(-2만8000명)와 경제의 허리인 40대(-1만1000명)가 큰 타격을 받았다. 일시 휴직자 또한 5만8000명 급증한 탓에 임금근로자가 5만4000명이나 감소했다. 청년실업률은 10.6%로 울산(11.6%) 다음으로 높다. 이대로 부산을 둘 수는 없지 않은가. 새로운 부산시장이 강력한 정치력으로 사회적·스타트업 거래소를 유치해 일자리는 물론 창업도시의 기반을 마련하길 기대한다.
이노성 디지털국장 ns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