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위기 대응에 공공의료 왜 필요한가

배병훈 부산과학기술대 교수

	배병훈 교수

작년 한해는 전례 없는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팬데믹 상태의 혼란 시기였다. 올해 역시 코로나19는 잠잠해지지 않고 여전히 기세를 떨치고 있다. 작년 우리나라에서는 코로나19 진료비용 전액을 국가가 무료로 지원함으로써 확진자 확산을 막는 데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코로나19 대확산 시에 유럽 및 미국 등에서는 중환자실이나 입원 병실이 없어 야전침대를 설치하거나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사례가 속출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도 갑자기 확진자가 대량으로 발생할 때 병상의 부족으로 대기 상태에 있다가 사망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우리나라는 코로나 환자의 80%를 공공의료기관에서 치료했고, 공공의료는 예기치 못한 위기 상황에서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공공의료 병원 비중은 전체 의료기관의 5.5%, 병상은 9.6%에 불과하다. OECD 평균 1/10 수준으로 세계적으로도 최저 수준이다.

　민간의료 시장이 가장 발달해 있는 미국은 23%, 일본은 18%이다. 이렇듯 기관수도 적지만 지역별로 편중되어 있어 공공병원이 전무한 지역이 많으며, 이는 감염병을 주도적으로 대응하기에는 공공의료기관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본다. 이런 지적은 2015년 메르스 유행 때에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달라진 게 거의 없다. 겨울이 오면 코로나19가 훨씬 더 큰 유행이 올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지방의료원의 시설, 인력, 기능 보강 없이 세 번째 유행을 맞았다. 이에 따라 의료진은 지치고 환자는 넘쳐나고 있다. 따라서, 역학조사나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장기적으로 공공병원의 병상을 늘려 역량 강화라는 대책이 동시에 진행되었어야 했다고 판단되며, 이번 코로나19로 무엇보다 공공의료기관 확충의 필요함을 또 다시 절실히 느끼고 있다.

　공공병원을 확충하자는 논의에 무슨 돈으로 공공병원을 설립할 것이며, 의료의 질과 병원 운영 적자 문제 등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반대 담론도 존재하지만 지방의료원 설립 비용은 다른 사회간접자본 비용과 비교해 크지 않다고 본다. 고속도로 8㎞ 정도를 만드는 비용이면 공공병원 하나 정도 설립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정부가 병원 지을 돈이 없는 게 아니라 정부의 역할 설정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또한 공공의료기관이 늘어나더라도 현재의 열악한 인력, 시설, 장비에 투자해 질적 개선을 한다면 수익 구조가 안정될 것이다. 서울대병원 등 국립대학병원도 모두 공공병원으로 최첨단 시설 및 장비를 보유하고 있으며 의료의 질 평가 등급도 우수하다. 지방의료원은 이미 ‘2016년 이후 흑자 운영으로 적극적인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이용자를 확보해 안정적인 선순환 운영구조가 마련돼 있다.

　공공의료기관이 늘어나면 코로나19 등 대규모 감염병 사태 발생 시 지역 내에서 안정적으로 진료가 가능하며 지역별 거점 의료기관에서 필수적인 의료서비스(응급, 분만 등)을 이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과잉, 비급여 진료 해소로 인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합리적 가격에 이용함으로써 건강보험 지출 감소로 보험료 인상률 억제가 일어나리라 생각된다. 또한 질병 교육 · 상담 등 예방과 건강증진 서비스를 강화함으로써 개인별 건강 수준이 향상되며, 장기적으로 비용 절감 효력이 발생된다. 아울러 지역 일자리 창출과 국민에게 꼭 필요한 정책의 도입시간이 단축되어 주요 정책 시범사업에 효과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이렇듯 우리 모두가 공공병원의 필요성을 잘 알지만 어느 누구도 나서지 않고 있다. 따라서, 국민의 건강과 복지를 위한 시설, 인력, 프로그램은 국가가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되며, 이제는 국가가 단안을 내려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