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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1877년과 2021년의 1월 /오광수

부산 강제 근대 개항 이후 일본인 건너와 수탈 앞장

1부두 등 식민지 흔적들, 역사교육 위해 보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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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이다.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새해가 된 지 딱 일주일이 지나갔다. 새해의 소망, 다짐 등이 다소 어색해지는 시점이다. 이럴 즈음엔 지난해, 10년 전, 100년 전 이 무렵을 되돌아보는 것도, 거기에서 현재와 미래를 생각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느닷없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오늘은 144년 전 1월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부산의 근대개항에 관한 것이다. 이는 당연히 오늘의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1876년(고종 13년) 조일 수호 조규(朝日 修好 條規·강화도조약)로 부산의 항만이 ‘강제로’ 열렸다.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개항이다. 여기서 부산이 왜 ‘최초’였고, 부산을 택했는지가 관심 포인트다. 부산은 일본에서 가장 가까웠고, 무엇보다 조선과 일본 간 유일한 외교 창구이자 무역의 통로였던 초량왜관(지금의 용두산공원 일대)이 있었다.

근대개항 이전 조선과 일본의 ‘길’은 부산으로만 통했다. 초량왜관 부지 11만 평은 부산의 근대개항과 함께 일본인 전관 거류지로 바뀐다. 전관 거류지는 외국 영토에서 어느 한 나라의 행정권과 경찰권 등이 행사되는 지역이다. 1877년(고종 14년) 1월 부산구 조계 조약(釜山口 租界 條約·부산항 일본인 거류지 조차 조약)을 통해서다. 초량왜관 자리는 우리나라가 외국에 빌려준 맨 처음의 땅이었다. 이는 역사적 사건이다. 조선과 일제 식민지시기 사이에 ‘개항기’가 자주 언급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부산의 근대개항은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 초량왜관이라는 유일의 닫힌 ‘창구’가 열리자 일본인이 ‘새로운 활로’를 찾아 들어왔다. 1876년 근대개항 당시 부산지역의 거류 일본인은 54명 정도로 추산된다. 하지만 전관 거류지가 생긴 1877년 말에는 345명으로, 1880년 말에는 부산의 일본인 거류민이 2066명으로 크게 늘었다. 비슷한 시기인 1880년 4월 한성에 일본공사관이 설치됐는데, 그럼에도 일반 일본 거류민은 한성에 한 명도 없었다. 1886년 말에도 한성의 일본인 인구는 163명이었다. 아사히신문은 1881년 5월 부산에서 상업활동을 시작하려던 일본인을 최초의 조선 통신원으로 임명했다. 그해 12월 조선 최초의 일본어 신문인 ‘조선신보’가 부산에서 창간됐다. 그 무렵 부산은 어쩌다 보니 조선에서 가장 ‘핫한’ 공간이 됐다.

1891년 부산의 일본인은 5254명으로 늘었다. 무역상과 상업자본가, 부동산업자 등도 부산으로 몰렸다. 이들은 일제 군부 등에 협력한 대가로 공권력을 등에 업고 고리대금업을 하거나 대규모 토지를 확보했다. ‘농장 재벌’ 하자마 후사타로(迫間房太郞·1860∼1942), 정미 사업가이자 대지주 오이케 츄스케(大池忠助·1856~1930), ‘수산왕’ 가시이 겐타로(香椎源太郞·1867~1946) 등이 대표적이다.

‘부산의 3대 거두(부자)’로 꼽혔던 이들은 일제의 ‘풀뿌리 식민자’로서 농업과 어업 분야의 수탈에 앞장섰다. 이 가운데 하자마는 1898년과 1899년 절영도, 마산포의 토지를 대거 확보해 러시아의 군항 건설 계획을 잇달아 좌절시켰다. 1930년 무렵 하자마의 땅은 경남에서만 2600 정보(약 780만 평)로, 도내 소작지의 3.5%나 됐다. 지금의 부산 강서구 봉림동 등 당시 경남 김해지역 하자마 농장의 소작농은 2000호에 달했다. 더욱이 하자마 농장은 소작료 수입을 올리기 위해 중간관리인에게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식을 택했고, 중간관리인은 온갖 수법으로 소작료를 걷어들이면서 원성이 자자했다. 결국 김해 소작인들이 1931년 폭발했다. 그 해 흉작을 계기로 소작료 감액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고 소작쟁의를 벌였다. 하자마 농장의 소작 쟁의는 식민지시기 치열했던 농민운동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처럼 개항장 부산의 이야기는 지금도 우리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남긴다. 일본의 과거사를 반성하기 위해 ‘식민지 조선의 일본인들’(역사비평사, 2006)을 쓴 일본인 학자 다카사키 소지는 책의 머리말에서 “역사를 모르면 잘못된 역사를 반복한다”고 일갈한다. 그는 “일본의 조선 침략은 군인들에 의해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이름 모를 사람들의 ‘풀뿌리 침략’, ‘풀뿌리 식민지 지배’를 통해 유지되고 지탱되었다”고 지적했다. 치욕의 역사는 애써 외면한다고 해서 지워지지 않는다. 두고두고 뼛속 깊이 되새겨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현재 부산에는 개항장의 흔적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도시개발에 밀려 역사성과 장소성을 지닌 건물이 하나둘 사라졌다. 그나마 위안거리는 있다. 일제가 대륙 침략과 식민지 수탈의 거점으로 1912년 만든 부산항 북항 제1부두를 원형 보존하려는 다양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부산은 무엇을 기억하는가. 새해를 맞아 다시 돌아본다.

편집국 부국장, 걷고싶은부산·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상임이사 inmin@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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