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에 모 방송국에서 방영된 ‘요트원정대’, 그리고 10월의 후속작 ‘더 비기닝’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끌었다. 다른 방송국에선 ‘바닷길원정대’가 방송됐다. 모두 요트를 타고 우리나라 서해에서 동해까지 바다를 일주하면서 숨은 섬들을 여행하는 예능프로그램이다.
지난달 16일 비대면으로 개최된 경기해양레저포럼의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19에 크루즈선박으로 대표되는 대형보트시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코로나19 세계 대유행으로 미국 등은 지난해 3월부터 크루즈선박 운항을 금지했다. 크루즈선박의 유지 및 관리에 많은 비용이 드는 특성상 운항금지로 인한 적자가 몇 달째 지속돼 크루즈 선사는 파산위기에 몰리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사람들은 더 이상 멀리 떠나지 않고, 장거리 여행은 신중하게 된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집이나 근교에서 휴가를 즐기는 스테이케이션(Stacation)이 일반화된 현상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해외 여행길이 막히면서 국내 여행이 활성화되고, 레저보트를 이용한 해양활동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보트쇼 등 대면행사가 전혀 개최되지 않았음에도 레저보트의 판매실적이 전년 대비 20~30% 증가했다. 물론 대형보트가 아닌 소형보트(17피트~18피트) 중심이다. 우리나라 모 보트판매업체에 따르면 보트 매매관련 문의도 급증했는데, 전화 문의가 2019년 대비 33%, 홈페이지 및 이메일 문의가 63% 증가했다고 한다.
속초 해경에 따르면 동력 수상레저기구 조종면허시험 응시자수는 2019년 639명에 비해 지난해에는 963명으로 1.5배 증가했다. 낚시인구 1000만 명 시대를 맞이하면서 보트를 타고 바다낚시를 즐기는 인구도 급증했다.
레저보트나 수상레저기구, 서핑 등 해양레저장비를 이용하는 활동이 성장함에 따라 정부는 2009년 마리나항만법 제정에 이어 2010년 ‘제1차 마리나항만 기본계획 수립’, 2013년 ‘거점형 마리나항만 조성사업 추진’ 등으로 레저선박을 정박시키는 마리나항만 시설을 확충해 왔다. 2020년 5월에는 레저선박의 기반시설로서 마리나 항만을 체계적으로 개발뿐만 아니라 마리나 항만과 연계한 제조, 유통, 판매, 서비스 및 기타 부품산업의 육성 지원을 담고 있는 ‘제2차 마리나항만 기본계획’도 수립했다.
정부가 레저선박시장 활성화를 위한 기반시설 및 관련 산업 육성 지원 등에 노력하고 있지만 레저보트의 관리측면에서는 사각지대가 여전히 존재한다. 지난해 7월에 부산에서 무등록 수상오토바이를 운항한 40대 남성이 적발됐다.
수상레저안전법에 따르면 수상오토바이, 20t미만의 모터나 보트, 추진기관 30마력 이상의 고무보트는 소유한 날로부터 1개월 내에 소유자가 거주하는 기초 지자체에 등록해야 한다. 그럼에도 2013년 이후 매년 여름이면 무등록 보트나 요트의 불법운항에 따른 안전 문제가 계속해서 제기됐다.
한때 부산 수영만 요트경기장에 계류 중인 요트의 73%가 무등록 요트라는 사실이 보도되기도 했다. 이에 기초 지자체에서는 등록선박만 계류할 수 있도록 ‘체육시설 관리 및 운영 조례’를 개정하고, 해경은 ‘수상레저기구 소유자 확인 카드’ 부착 활동 등을 전개하고 있으나 여전히 많은 무등록 레저선박이 있다.
무등록 레저선박은 정기검사를 받지 않고 항만에 입항 및 출항신고도 할 수 없고, 보험에도 가입할 수 없어 운항 중 안전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해상에서 각종 불법행위나 안전사고 후 도주하더라도 단속할 단서가 없고, 지자체는 지방세를 부과하지 못하고, 계류비나 시설사용료를 체납하더라도 압류 등 조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심지어 바닷가에 무등록 폐선을 무단 방치하더라도 소유자 확인이 어렵다.
레저선박의 무등록 및 미등록 문제는 레저선박의 제조 및 구입, 운영과 폐선에 이르기까지 생애주기관리 전반에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해양레저 선진국인 영국, 일본 등은 레저선박을 이용해 안전하게 레저를 즐길 수 있게 레저선박의 등록, 검사, 보험, 그리고 폐선에 이르는 행정절차를 유기적으로 처리하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우리나라도 레저선박의 생애주기관리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며, 그 출발점이 레저선박의 선체 식별번호 부여를 통한 이력관리와 레저선박소유자가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등록시스템 구축이다.
목진용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