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의 한 고급아파트 부정청약 사건 후폭풍이 거세다. 범죄자는 따로 있는데, 분양권을 산 입주민들만 아파트에서 억울하게 쫓겨날 판이라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현행 법과 제도로는 비록 선의의 피해자라 할지라도 구제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주민들은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과 지자체 민원창구에 잇따라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뚜렷한 답은 안보이는 상황이다. 관할 구청과 국토교통부는 “선의의 피해자 구제 권유는 할 수 있으나 중재는 불가하다”며 발을 뺀다. 청약무효 입장인 시행사에 맞서 소송전을 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억울한 국민을 구제할 수 없다면 ‘신문고’는 무슨 소용이며, 국가는 왜 존재하는지 묻게 된다.
사건의 발단은 2016년 해운대마린시티자이아파트 청약 당시로 올라간다. 분양권 웃돈을 노린 자들이 다자녀 홀몸 여성과의 위장 결혼, 임신진단서 위조 등 갖은 불법을 동원했고 실제 40여 명이 당첨됐다. 이들은 1억5000만 원 안팎의 웃돈을 챙겨 내뺐고, 뭣 모르는 분양권 매입자들은 2018년 입주해 잘 살고 있었다. 그런데 경찰이 이달 초 부정청약자를 다수 적발하자 일이 커졌다. 시행사는 계약 취소 사유인 38세대 중 일부 세대에 공급계약 취소 가처분 신청을 냈다. 입주민들로선 성탄절을 앞두고 날벼락을 맞았다. 게다가 5, 6억 원대에 분양했던 아파트 가격도 배 이상 올랐으니 주민들의 당혹감은 더 크다. 분양가에 대출금 이자비용만 받고 나가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대출금 갚고 나면 전세도 못 구한다”며 아우성이다. 입주민 중엔 태아마저 유산한 안타까운 사연도 전해졌다.
급기야 부산경실련 같은 시민단체가 “선의의 피해자 보호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하고 나선 것은 그나마 고무적이다. 경실련은 또 매수자가 분양권의 부정 당첨 의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공시제도를 당장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 제도는 정부가 2018년 9월 도입을 약속하고도 여태 시행되지 않고 있다. 아울러 시행사가 계약 취소로 얻은 시세 상승에 따른 이익을 선의의 피해자와 공유할 수 있도록 현 제도를 개선하는 것도 방안이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 역시 당장이 급한 피해자 구제책으로 보기는 힘들다.
결국 ‘투 트랙’으로 나가야 한다. 우선 피해자 구제에 집중하는 한편 재발 방지책 마련에도 나서는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당장 라운드테이블을 열어 대안을 구해야 한다. 법이 미비할 때는 사람의 지혜로 풀어낼 수도 있다. 피해 주민, 시행사까지 참여시켜야 한다. 시행사 역시 분양에 대한 총체적 관리 책임이 없지 않은 만큼 이를 외면해선 안된다. ‘이번 기회에 현 시세대로 처분해 한 몫 챙기자’는 속셈이라면 오산이다. 선의의 피해자 억울함을 내팽개치고 잇속만 챙기려 한다면 불법청약을 저지른 범죄자의 행태와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그리고 이번 사태 역시 근저에는 부동산을 이용한 돈벌이 욕망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 분명한 이상, 법적 보완 또한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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