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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건 칼럼] 코로나 봉쇄령 속에 맞은 연말연시

전국 해맞이 명소 등 폐쇄, 돌파구 기대 백신도 난망

희망의 부재로 집단 우울…어둠 짙어도 해는 뜨는 법, 새 희망 불씨 피워 나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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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어가는 한해가 올해처럼 스산했던 적이 있었던가 싶다. 좋았든 나빴든, 그 끝자락을 맞는 심정은 모두 다르지 않을 터이다. 그래서 모든 걸 털어버리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시끌벅적함이 좋았다. 때로는 줄잇는 모임 자리에 힘겨워 하면서도 통과의례로 기꺼이 감수한다. 그런데 코로나19라는 괴물에 통째로 포박되면서 올 연말연시는 유례 없는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등 난데없는 봉쇄령에 숨만 죽이는 형국이다. 그나마 새해 첫 일출과 함께 작은 희망이라도 빌며 숨통을 틔우고 싶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다. 전국 유명지를 비롯한 웬만한 해맞이 명소는 폐쇄됐고 가까운 주변 산까지 해맞이를 금지해 달라는 재난문자가 날아 든다.

말 그대로 사면초가다. 매년 해맞이에 나섰던 사람이라도 한해쯤 거른다고 사달날 일은 아니다. 그건 형식의 문제일 뿐, 어디서건 새해 다짐은 가능해서다. 문제는 장소가 아니라 새해 희망의 불씨조차 피우기 힘들 정도로 지금의 상황이 막막하다는 점이다. 물론 저마다 가슴에 담은 소망은 제각각일 것이고, 코로나19가 삼킨 암담한 현실만이 우리에게 전부는 아니다. 그러나 ‘코로나 블루’라는 집단적 우울감의 위력은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파고 들었다. 여전히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 현실에 절망감이 커져만 가면서 개개인의 삶 전반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한 해를 용케도 버텨왔다. 올 초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한 1차 대유행 때만 해도 미증유의 감염병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다행히 당시는 특정 지역과 집단에서 유행한 탓에 그나마 순탄히 고비를 넘겼다. 올해 중순 2차 대유행 역시 수도권에서의 확산세가 심상치 않았지만, 더는 대규모로 번지지 않았다. 그러나 끝내 3차 대유행이 오고야 말았고, 그 고비를 넘기 위해 모두가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물론 올 초 유행 당시 일부 전문가들은 코로나 사태가 결코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고하긴 했다. 하지만 두 차례의 고비를 잘 넘기며 설마 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불행히도 그건 현실이 됐고 이것으로 끝날 태세 또한 아니다. 영국에서 시작한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국내에도 상륙하면서 내년 연말까지 결코 안심할 수 없다는 경고마저 나온다.

그나마 한 줄기 희망인 백신 확보 문제도 간단치 않다. 세계 각국에서 연말부터 접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지만, 우리 정부의 확보전은 미덥지 못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확진자가 엄청난 외국과 우리 상황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그런데 하필이면 국내에서 3차 대유행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마당이니, 외국의 신속한 접종을 바라보는 우리 국민의 마음이 편할 리 만무하다. 안전성이 우선이라는 정부의 해명도 불안한 심정을 달래긴 힘들다. 정부 여당이 아무리 야당에 백신의 정치화를 그만두라고 외친들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무엇보다 백신 확보 논란이 거세진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도저히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갑갑한 현실에 백신이 그나마 한 줄기 희망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안전성이 먼저냐 신속 접종이 먼저냐 하는 사안은 쉽게 결론 내리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신속 접종이 어려우니 안전성이라는 핑계를 내세우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것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지난 7월 확진자 수가 그다지 많지 않아 백신 의존도를 높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정세균 총리의 말은 그 방증이다. 최소한 외국처럼 신속한 접종까지는 아니더라도, 물량 확보 및 접종 로드맵 만큼은 구체적으로 제시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처럼 우리 사회를 뒤덮은 코로나 블루의 연원은 다름 아닌 희망의 부재에 있다. 1년 가까운 세월을 온갖 희생을 감수하며 ‘K방역’ 성공에 일조해 온 국민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시기를 가리지야 않겠지만, 한해의 끝자락에는 뭔가 돌파구가 보이지 않을까 하는 실낱 같은 희망이 힘겨운 길을 헤쳐온 힘의 원천이다. 그러나 무기력과 불안감은 그 힘의 밑바탕마저 뒤흔들고 있다. 사라진 상당 부분의 일상쯤이야 더 감수할 수도 있다. 다만, 희망의 끈을 계속 잡고 있기엔 모두가 너무나 지쳐 있다. 아무리 미증유의 유행병이라 해도 버티기 힘들 정도로 한계에 이른 느낌이다.

코로나 19로 점철된 한해를 되짚다 보니 너무 비관적인 방향으로 흐른 건 아닌가 싶다. 그러나 무엇이 문제였는지 알아야 작은 희망의 불씨라도 피울 수 있다. 그 불씨를 되살려 엄혹한 현실을 이겨내는 건 결국 우리의 몫일 수밖에 없다. 올해도 이제 사흘밖에 남지 않았다. 아무리 어둠이 짙어도 내일은 해가 뜨는 법이다. 코로나 백신은 당장 접종하지 못하지만, 저마다 ‘마음의 백신’ 하나 만큼은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부가 그 희망의 불쏘시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건 두말 할 나위가 없다.

논설실장 jj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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