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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부울경 다시 하나되기 /손균근

분리독자 발전 시효 다해, 규모 경제 담을 그릇 필요

수도권 넘어설 균형발전, 광역경제권으로 경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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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울산경남이 재통합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내년 4월 새 부산시장이 누가 되든 상생번영으로 가는 부울경의 발걸음을 막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부울경이 추진중인 ‘동남권 특별연합’이 법적 토대를 확보했다. 이달 초 국회에서 32년 만에 전면 개정된 지방자치법에 특별자치단체를 설치할 수 있는 근거가 담겼다. 개정법은 두 개 이상의 자치단체가 광역사무 처리를 위해 특별자치단체를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부울경은 ‘동남권발전협의회’를 만들어 ‘동남권 발전계획’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역공동체의 상생과 번영을 위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부울경 뿐 만 아니다. 대구경북과 광주전남에서도 통합논의가 진전되고 있다. 분리독자 발전의 길로 갔던 광역자치단체들이 ‘다시 하나로’를 외치며 손을 맞잡는 일은 규모의 경제가 지배하는 엄혹한 현실에서 일종의 ‘생존전략’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미래를 ‘성곽 도시’(walled city)와 ‘K자 형 회복’으로 예견한다. 헨리 키신저는 미중간 보호무역 갈등이 코로나19를 계기로 국경의 성벽을 더욱 높이 쌓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K자형 회복은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는 현상이다. 자본과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한 상위계층의 소득은 빠르게 늘어나지만 하위계층은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두가지는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위협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수도권 일극체제라 해도 과언이 아닌 현실에서 지역은 생존전략을 다시 짤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인구의 절반이 넘는 시장규모를 갖춘 수도권과 달리 몇 백만 명 단위로 분리된 부울경은 규모의 경제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수도권으로 인구 자본 산업역량이 쏠리는 것을 막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정부의 의지나 정책수단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단적으로 국가 통계가 이를 증명한다. 부산의 인구는 2015년 344만8737명에서 지난달 339만5514명으로 줄었다. 울산은 116만6615명에서 113만7345명으로 감소했다. 경남은 333만4524명에서 334만1063 명으로 조금 늘었다. 부울경 전체로 보면 5년간 7만5954명이 줄었다. 한국은 올해 총인구 감소세로 전환했다. 부울경의 인구가 더 줄 것이라는 얘기다. 부울경의 지역내총생산(GRDP)과 지역총소득(GRNI) 증가율도 눈에 띄게 둔화했다.

부울경은 석유화학 자동차 조선 등 전통산업을 스마트화하면서 항공 로봇 전기차 등 디지털 미래산업으로 전환하거나 확장하는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 결국 선택지는 덩치를 키워 충격을 흡수하는 능력을 키우고 중복과 과잉을 줄이고 한정된 자원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쪽이다. 부울경이 행정구역이라는 경계를 넘어서 다시 하나가 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규모의 경제가 갖는 이점을 최적화한 시장의 힘은 상상 이상이다. 이른바 경제대국들은 땅의 크기와 입지, 인구 수 등을 고려해 시장을 가장 효율적인 수준으로 재편한다. 한국이 미국 중국 일본 유럽과 경쟁한다는 것은 다른 말로 한국의 지역경제권과 다른 나라의 지역경제권간 경쟁을 말한다. ‘지역의 경쟁력이 국가의 경쟁력이다’는 말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이다.

미국은 이미 광역경제권인 10대 메가리전(megaregion)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베이징 상하이 광둥 광역경제권을 인접지역까지 확대한 초광역경제권을 구축했다. 영국은 잉글랜드 지역을 9개 광역권으로 나눠 지역개발청(RDA)을 설치해 지역경쟁력을 확보했다. 프랑스는 분권국가답게 22개 레지옹(region)을 6개 수퍼 레지옹으로 재편을 추진하는 등 광역경제권에 공을 들였다. 일본도 전국을 8개 광역권별로 나눠 지역특성에 맞는 경제발전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여러 광역경제권과 경쟁할 수 있는 세력이 한국에서 수도경제권이 유일하다는 것은 불안을 넘어 비극이다. 한국의 제2 경제권인 부울경이 다시 하나로 뭉쳐 성곽도시와 K자형 회복을 극복하는 전진기지가 돼야 한다. 부울경 통합을 보는 곱지 않은 시선은 거두어주길 바란다.1896년 조선이 지방행정체제를 13도제로 재편하면서 부울경권역인 경남도가 진주에 설치된 지 124년이다. 경남도청이 부산에서 창원으로 간 지 37년, 울산이 분리된 지 23년이 지났다. 생존을 위해 다시 손을 맞잡아야 하는 현실을 부정할 만한 세월은 아닐 것이다. 지난 23일 서울에서 만난 지역원로의 말로 맺는다. “동남권이 한국 산업의 심장으로 불리던 시절 폭증하는 행정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부울경이 분리됐다. 경남은 한국에서 유일하게 3개 시도로 쪼개졌다. 전 세계의 거대 지역경제권과 맞서려면 다시 뭉치는 것 이외의 길은 없다.”

서울본부장 kkshon@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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