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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 칼럼] 카리스마에 대한 오해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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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0-12-24 19:32:07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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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에서 카리스마는 바람직한 리더의 모습으로 여겨지는 것 같다. 방송을 보다 보면 ‘부드러운 카리스마’ 또는 ‘아우라’라는 단어가 자주 사용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카리스마에 대한 동경심을 표현하는 말들이다. 하지만, 이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카리스마란 ‘강력한 매력으로 타인을 움직이는 힘’으로 정의된다. 신의 재능 또는 신의 축복을 의미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되었다. 그런데 카리스마는 순작용보다는 부작용이 더 많다는 것이 학계의 주장이다.
그림 서상균
리더십을 공부하는 학자들도 처음에는 카리스마의 순기능에 주목했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서 카리스마가 독성리더십의 뿌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카리스마를 가진 사람이 모두 독성리더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독성리더는 예외 없이 카리스마적 뿌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리더들을 무수히 찾을 수 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전형적인 사람이다. 프랑스의 나폴레옹과 조선의 연산군이 그렇다. 기업의 리더들도 예외는 아니다. 트래비스 캘러닉은 우버를 창업한 후 독성카리스마로 종업원과 고객 위에 군림하다 쫓겨난 사람이다. 또한, 독성카리스마는 좋은 결과와는 거리가 멀다. 미국 댈라스에는 카우보이스라는 미식축구단이 있다. 1998년 제리 존스라는 사람이 구단을 사들였는데 그 후 3년 동안 엄청난 일이 벌어진다. 카우보이스를 세 번이나 미국인이 가장 열광하는 수퍼볼 챔피언에 올려놓았다. 그러자, 제리 존스는 카우보이스의 신이 되었다. 하지만, 여기가 그의 끝이었다. 이후 그는 독단적 리더십을 보이며 구단을 망가뜨리기 시작했다. 그 결과 이 구단은 지금까지 수퍼볼 우승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왜 카리스마가 독성리더십의 뿌리일까? 이 비밀의 핵심에는 지위적 권력·힘(power)이 숨어 있다. 지위적 권력이란 리더라는 지위에서 나오는 권력을 말한다. 제도가 부여하는 합법적 권력, 타인에게 상벌을 줄 수 있는 보상적 권력 그리고 강제력을 동원할 수 있는 강압적 권력이 여기에 속한다. 이 권력을 가지면 리더는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를 수 있다. 자연스럽게 아랫사람들은 리더를 두려워하며 복종하게 된다. 카리스마는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이 순간부터 독성리더십이 열리게 된다. 지위적 권력은 종교나 학계의 리더들도 타락하게 만든다. 이들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준거적 힘과 고도의 학식에서 오는 전문적 힘이 센 사람들이다. 만일, 이들이 지위적 권력까지 가지게 되면 거의 예외 없이 독성리더의 길을 걷게 된다. 개인적 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고 공부해야 한다.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위적 힘은 그렇지 않다. 일단 힘을 얻으면 개인적 권력과 달리 자신의 뜻대로 세상을 쉽게 움직일 수 있음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이 권력을 놓고 싶지 않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독성리더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다.

한편, 사람들은 카리스마를 일종의 구세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것은 매우 위험한 믿음이다. 쿠바의 카스트로가 대표적이다. 그는 체게바라와 더불어 쿠바혁명을 이끈 사람이다. 쿠바의 희망이었다. 그의 시작은 존경받는 인권변호사였다. 하지만 그가 지위적 권력을 가지자 변했다. 그는 50년 넘게 쿠바를 독재의 구렁텅이로 빠뜨렸다. 고려 개국의 디딤돌이 되주었던 궁예도 그런 인물이다. 처음 그가 나타났을 때 백성들은 그를 살아있는 미륵불로 여겼다. 하지만 권력을 얻자 추악한 리더로 변모하게 된다. 히틀러는 더 한 인물이다. 그는 권력의 중심부로 이동하면서 자신을 독일의 구세주로 각인시켰다. 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인이 바닥의 삶을 이어가자, 그는 그 이유를 유대인과 유럽의 나라로 돌렸다. 유대인들의 고리 돈놀이가 독일인의 삶을 파괴했다는 것이다. 유럽국가들이 1차 세계대전에 대한 배상금을 가혹하게 요구하면서 자신들의 삶을 더욱 피폐시켰다는 것이다. 이것이 독일국민의 마음속을 파고들었다. 히틀러는 이런 종류의 연설을 황혼이 지며 어둠이 깔리는 시간에 주로 했다. 신비로움을 주기 위해서다. 저녁이 되면 화려한 조명과 웅장한 음악을 깔고 높은 연단에 서서 사람들을 내려보며 연설했다. 그렇게 그는 독일국민의 분노를 자극했고 자신이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런 기술을 심리학에서는 인상관리라고 한다. 사람에 대한 신비함과 호감을 느끼게 만드는 심리적 조작기술을 말한다. 이것을 활용하면 사람들에게 사이다 같은 청량감을 줄 수 있다. 요소요소 가려운 데를 긁어주면서 모든 문제를 자신이 해결해줄 수 있다고 믿게 만들 수 있다. 히틀러는 이런 방식으로 독일인들의 사이다로 등장했다. 그러면서 그의 지위적 권력이 다져졌다. 하지만 그의 끝은 독성리더들의 참혹한 결과 이상이었다.

카리스마적 리더들의 공통점이 있다.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닫는 성향이다. 자신이 권력을 가진 사람인데 별 볼 일 없는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서다. 더욱이 자신과 반대되는 생각을 가진 사람은 적으로 간주하고 제거한다. 이질적인 생각과 반대적 사고가 부딪치며 나타나는 창의성에는 관심이 없다. 자신의 머리에서 그려지는 세상이 전부다. 전쟁의 천재 히틀러가 2차 세계대전에서 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초기 혁혁한 전과를 올렸던 탱크를 이용한 속전속결 전략이 소련침공에서 무력화되자, 부하들은 전열 정비 후 재공격을 건의했다. 하지만 의견은 묵살됐고 이들은 반역자로 제거됐다.

물론 반대편의 리더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세종이 그런 예다. 그는 누구보다도 똑똑했고 학식이 높았으며 신하들과 백성들의 존경을 받았다. 여기에 지위적 권력도 공고히 얻었다. 이 정도면 세종은 조선왕조에서 가장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휘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카리스마 사용을 극도로 절제했다. 아버지 태종의 카리스마가 얼마나 참혹한 결과를 낳았는지를 보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리더들은 카리스마를 동경하고 사람들은 카리스마에 환호한다. 위험한 일이다. 세종처럼 극단적인 절제력을 가지지 않는 한 카리스마로 선함을 유지하는 것은 어렵다. 자신의 말이 법처럼 작동하는 희열을 맛보고 나면 이 마약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서다.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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