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민주시민교육이 내년부터 본격 가동된다는 소식이다. 부산교육청이 상반기 중으로 ‘부산민주교과서(가칭)’를 출간해 보급하고, 올해 도입된 ‘부산 학생의회’도 확대 운영키로 했다는 이야기다. 특히 부산민주교과서에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에 큰 기폭제 역할을 한 1979년 부마민주항쟁과 1987년 6월 항쟁의 전개와 의미까지 수록할 예정이라고 한다. ‘민주화 성지 부산’ 다운 바람직한 시도임에 분명하다. 지역의 학생들이 민주시민으로 자라는 데 꼭 필요한 소양과 역량을 교육 최일선인 학교에서 배우고 익힐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여서 환영할 일하다. 2018년 싹을 틔운 부산 민주시민교육이 연착륙했다고 평가할 만하다.

교과서 발간과 별도로 내년에확대 시행될 ‘부산 학생의회’의 역할에도 관심이 간다.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려면 독재에 저항한 역사도 알아야 하지만, 다양한 가치관을 존중하고 대화와 설득으로 인식 차를 좁혀나가는 과정을 익히는 것이 선결 요건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교육청이 올해 지역 600여 개 초중고교를 대표하는 학생의원 104명을 선발해 운영한 ‘학생의회’를 내년에 확대 운영키로 한 것은 옳은 방향이다. 고교생 의회만 시교육청에서 맡고 초·중교 의회는 5개 지역 교육지원청이 운영키로 했다. 학생들의 참여 기회가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김석준 교육감과의 면담을 통한 정책 제안 프로그램도 시행한다고 하니 고무적이다.

한편에서는 이 같은 민주시민교육 활성화 대책을 두고 우려의 시선도 없지 않다. 학생들에게 이념적 편향성이 주입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민주시민교육 강화가 문재인 대통령의 교육분야 주요 공약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교육 당국에선 이런 일부 보수층의 의구심을 불식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특히 민주시민교육의 필요성은 우리 교육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교육기본법에 명시돼 있으며, 지난 권위주의 정부에서 등한시 했을 뿐이라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교육기본법 제2조에는 교육의 목적에 대해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 이상 실현에 이바지하게 함에 있다’고 명시돼 있다.

결국 민주시민교육의 성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정책의 일관성과 투명성을 바탕으로 학생들의 참여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민주시민의 덕목인 자율성, 공공성, 연대성을 키울 수 있도록 교육 목표를 정하고 민주주의 인권 평화 참여 정의 등 주제별 토론과 체험 시간을 늘려야 한다. 지도 교사에 대한 민주교육 자질 강화 프로그램도 요구된다. 궁극적으로는 창의체험활동과 같은 비정규 교과의 틀을 벗고 정규 교과목으로 편성해야 한다. 필수과목으로 운영하는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을 모범으로 삼을 만하다. 이렇게만 된다면 부산은 ‘민주화 성지’에서 ‘민주시민교육의 성지’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 아울러 부산교육청 전담부서인 민주시민교육팀의 분투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