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가 몰아치고 더 매서운 코로나19 재유행으로 힘든 하루하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료실에는 환자가 연일 찾고 있다. 특히 겨울이 되어 온도가 내려가니 자제력도 내려가서 도무지 소변을 참을 수가 없다고 내원하는 이들이 늘었다. 눈뜨자마자 소변을 봤는데도 이 닦다 못 참아서 찔끔, 아침 식사 후 설거지하다가 또 찔끔, 외출하면서 분명히 소변을 보았는데도 걷기운동하다 한 바퀴도 못 돌아서 또 급해서 중간에 화장실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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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서상균 |
70세 초반의 한 여성 환자도 비슷한 증상으로 내원하였다. 약물치료하면 소변이 조절은 되는데 약물 부작용이 심해서 도저히 못 먹겠다며 요실금 수술을 하고 싶다 했다. 검사상 수술이 필요한 복압성요실금은 아니고 과민성방광 및 절박성요실금이어서 약물치료가 원칙이나 약물 부작용으로 치료유지가 힘들어서 보톡스치료를 하자고 했다.
“보톡스라니? 그 얼굴 주름에 맞는 보톡스요? 그걸 어떻게 하나요?”
얼굴과 눈가 주름 개선, 피부 미용 치료의 대명사 ‘보톡스’가 실제로는 다양한 질병 치료제로서 ‘팔방미인’으로 뛰고 있는 것을 아시는지? 뇌성마비, 신경근육질환, 다한증, 과민성 방광염, 신경인성방광, 전립선비대증, 두통 등 각종 질병에 치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임상 적응증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암세포와 연결된 신경을 차단해 초기 위암을 치료하는 항암제로도 개발되고 있으며 심장수술 후 발생이 잦은 부정맥 질환인 심방세동을 예방하는 데도 활용되고 있다. 향후 100 개 이상의 질환을 치료하는 데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국내에서 보톡스가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는 질환은 근육경직(뇌성마비, 뇌졸중 후 손목·손 장애), 방광기능장애, 겨드랑이 다한증, 만성 편두통, 목 주변 근육경련(경부근 긴장이상), 고도비만 등이다. 일부 질환의 보톡스 주사요법은 보험급여 처방이 가능해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근육경직에 대한 보톡스 치료는 뇌졸중 후 경직된 손목·손 장애, 뇌성마비로 굳은 발뒤꿈치 근육에 보톡스를 투여해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다. 의료보험을 적용받아 큰 부담 없이 보톡스 처방·치료를 받을 수 있다.
방광 감각신경이 너무 예민해져 소변이 조금만 차도 화장실을 자주 가야 하는 과민성 방광 환자나 대뇌, 척수, 말초신경 등 신경계 이상으로 인한 신경인성방광을 대상으로 한 보톡스 치료 역시 보험급여 적용을 받을 수 있다. 방광내시경을 이용하여 방광 표면에 보톡스를 주입하면 된다. 보톡스 주사로 얼굴 주름을 펴듯 방광 표면을 펴주고 근육을 탱탱하게 만들어 방광 용량을 확대해 요의를 느끼는 횟수를 줄일 수 있다. 단 방광 장애 환자에게 처음부터 바로 보톡스를 투여하는 것은 아니다. 1차 치료 후에도 개선이 없거나 미비하면 고려해보는 치료법이 바로 보톡스다. 투여 간격은 신경인성 배뇨근 과활동성은 최소 42주, 과민성 방광은 최소 24주는 경과해야 한다.
겨드랑이 다한증은 땀이 많이 나는 겨드랑이 여러 곳에 약 1~2㎝ 간격으로 보톡스를 주사하면 일주일 안에 효과가 나타나며 평균 7.5개월간 효과가 지속된다. 만성 편두통에 대한 보톡스 시술은 매일 먹어야 하는 약과 달리 주사 한 번으로 두통 강도와 두통 지속 날짜를 현저히 줄이는 효과가 있어 주목받고 있다.
또 위 근육에 보톡스를 주사해 위장근육이 덜 움직여 음식물 소화를 지연시키고 음식을 적게 먹어도 포만감을 느끼도록 해 비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보톡스 치료는 치료 부위나 용량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개 시술 2주 내 효과가 나타나고 4~6주 후 최대 임상 효과를 보인다. 하지만 약효가 영구적인 게 아니어서 3~6개월마다 주사를 다시 맞아야 한다. 보톡스 요법 단점은 몇 개월 간격으로 주사를 맞아야 하고 내성이 생기면 약효기간이 짧아져 결국 효과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치명적인 독이지만 잘 사용하면 명약이 된다. 코로나 치료에도 보톡스 같은 명약이 어서 빨리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문득 든다.
부산의료원 비뇨의학과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