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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진 칼럼] 축소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선택

  • 강동진 경성대 교수
  •  |   입력 : 2020-12-10 19:42:11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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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보궐선거를 앞두고 정계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여러 사람이 줄서기를 시작했다. 나서는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부산을 지금보다 더 나은 도시로 만들어 보겠다는 다짐과 의지는 한결같아 보인다. 그런데 승자독식과 연(緣)에 의존했던 결과가 또다시 반복될까 걱정이 앞선다. 스스로 뿌리 내린 자생적 자본주의와 합리적인 민주주의의 경험이 부족한 가운데, 더군다나 균형 성장을 제대로 경험해 보지 못한 채 공간·사회적 불균형이 가속되고 있는 부산이기에 더더욱 걱정이 앞선다.
   
지금은 인구가 줄어드는 축소시대다. 우리는 매년 수천 명의 젊은이들이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지방도시에 살고 있다. 지난 10월 국가통계에 의하면 울산, 부산, 경남의 청년실업률이 전국 최상위라 한다. 이것만으로 지역고용동향을 설명할 수는 없지만, 부울경 전체의 성장 동력이 한계점에 도달했음을 반증하는 것은 사실이다. 해결할 난제들이 첩첩산중이다. 이 시점에서 무엇을 짚고 어떤 반등의 계기를 잡아야 할까? 몇 달 후 시민 앞에 서려하는 새 시장은 이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아니 난제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고 부분이라도 해결 방향을 잡을 수 있을까?

여러 방향이 모색될 수 있겠지만, 필자 관점에서는 세 가지 사안이 떠오른다. 첫 번째는 ‘축소시대라는 현실을 진정으로 인정하는 일’이다. 솔직한 인정은 올바른 대응을 있게 한다. 현 추세라면 십수 년 내 부산은 300만 이하의 도시가 될 수밖에 없다. 대도시의 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은 대도시다운 역량과 매력이 사라지고 있음을 뜻하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위안거리도 있다. 인구 축소를 너무 겁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인구수로 도시 등급을 결정하고, 국가지원을 정했던 시대는 지났기 때문이다. 축소시대의 인구는 양이 아니라 질이 관건이기 때문이다. 이론은 이러한데, ‘축소시대의 부산!’ 솔직히 두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 시대에 부산은 과연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가?

두 번째는 ‘부산의 정신가치와 미래이념에 대한 공감과 공유’와 관련된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의 가치와 이념을 모르고 있다면, 더군다나 그것이 흐릿하거나 존재하지 않는다면 정말 불행한 일이다. 이 관점에서의 좋은 도시는 정신가치와 미래이념의 진정성과 다양성이 모자이크처럼 연결되어 도시에 역동성을 주고, 이를 토대로 한 지역사회의 탄탄한 유대가 시민의 소속감과 안정감의 기반이 되는 도시를 말한다. 근자 들어 부산에서는 해안, 강변, 산록 등 모든 곳에서 신개발과 재개발, 재건축이 불붙듯 일어나고 있다. 건설하면 할수록 더 좋아지고 발전하는 것이 상식임에도 한쪽에는 더 큰 구멍이 뚫리는 느낌이다. 전국의 표준화된 기준을 따라가야 하는 도시재생의 처지도 비슷해 보인다. 자체적인 중심성이 결여된 상태에서 외부자본과 빌려온 힘에 의지한 변화는 결국 ‘주변’ 도시에 머물 확률만 늘어날 뿐이다. 독자적인 지역성과 자생력이 핵심이란 것을 알고는 있지만, 그 결집과 실천이 일천한 것이 현실이다. 부산은 이를 어떻게 돌파해 가야 할까?

세 번째는 ‘도시개발에 대한 발상 전환’이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센텀시티, 마린시티, 동부산권관광개발, 문현금융단지, 에코델타시티, 제2센텀시티, 북항재개발 등 특정 단지의 개발을 최고의 도시개발 방식이라 여기며 달려오고 있다. 그런데 결과는 편중된 일부계층의 경제적 향유와 한정된 일자리 축적에 그치고 있다. 이유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육지의 섬으로 바라보는 좁은 관점 때문일까? 중장기적 복합과 연쇄효과보다는 눈 앞 성과만을 중시하는 평가기준의 문제일까? 분명한 것은 파편화된 대형개발의 반복만으로는 부산의 신 성장을 이끌어낼 수 없다는 사실이다. 지방도시에서 대형개발의 기회를 갖는 것은 정말 귀한 일임에도, 그물망 같이 촘촘한 생산과 서비스 활동의 연결과 융합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는 이 양상의 반복을 이젠 끊어내야 한다. 과연 어떻게 실행할 수 있을까?

강의할 때 자주 언급하는 리더들이 있다. 쿠리치바를 세계적인 생태도시로 바꾼 자이머 레르네르 시장, 가나자와를 교토에 버금가는 역사문화도시로 전환시킨 야마데 다모츠 시장, 요코하마를 최고의 창조도시로 탄생시킨 아스카타 이치오 시장 등이다. 급은 다르지만 산업혁명의 후유증을 앓던 런던에 밀레니엄의 호기를 끌어왔던 토니 블레어 총리와 1980년대 죽어가던 파리를 부활시켰던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도 포함된다.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첫째는 도시 미래상에 대한 일관된 굵직한 선을 가졌던 리더였고, 지금 현실은 어느 지점이고 미래를 위해 어디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를 분명히 제시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각 시대와 도시마다 도래했던 난제 극복을 위해 어느 누구도 하지 못한 특별함으로 과감히 도전했던 도시혁신의 주창자들이었다는 점이다. 또 하나를 보탠다면 이들의 재임기간이 최소 10년 이상이었다는 것이다.

필자가 좋아하는 사진 한 장이 있다. 아스카타 이치오 시장이 요코하마항의 낡은 부두에서 계선주에 앉아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장면이다. 1975년에 찍은 것이니, 요코하마항의 재개발이 본격화될 무렵이다. 왜 그 사진이 남겨졌을까? 그는 항구 선창에 앉아 바다를 자주 바라보았다고 한다. 그곳을 찾을 때마다 그의 가슴과 머리에는 요코하마의 진정한 미래가 담겨지고 그려졌을 것이다. 그래서 요코하마는 변할 수 있었다. 도쿄의 위성도시가 아닌 ‘진짜 창조’를 논할 수 있는 미래 도시로 변했던 것이다.

얘기하려는 것은 이제 새로운 방점을 찍을 수 있는, 아니 반드시 찍어야 하는 ‘부산 리더’의 필요성이다. 그 사람은 권력과 권위를 즐기지 않는 겸손한 사람이면 좋겠다. 그 사람은 어설픈 경제만능주의 사고에 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사람은 넓고 깊은 혜안을 가진 전망가이면 좋겠다. 그 사람은 시민의 삶을 섬세하게 보듬을 줄 아는 따뜻한 사람이면 좋겠다.

   
기다림이 지치고 지쳐 포기할 지경에 이른지 오래지만, 그래도 다시 기다려 보려한다. 이번에는 그런 사람이 꼭 나타나 주길.

경성대 도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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