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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건 칼럼] 균형발전의 적들

김해신공항 검증위 결론, 수도권 반발 똑똑히 목도

가덕은 균형발전 시험대…여당 확고한 의지 보이고 부울경도 단호히 맞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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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전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의 검증 발표가 있던 날, 두 가지 상념이 교차했다. 김해공항 확장안의 부당성이 마침내 드러났다는 안도감이 하나다. 또 하나는 그럼에도 검증위 발표가 불러올 후폭풍이 만만찮을 거라는 점이었다. 이날 검증위 발표 결과는 사실 며칠 전부터 흘러나온 내용으로 미뤄 어느 정도 예견됐던 만큼 이를 확인하는 수준이었다. 문제는 발표 내용을 둘러싼 수도권의 반응이었다. 그러나 다음날 수도권 언론 등을 통해 쏟아진 비판적 시각은 상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이른바 진보·보수 등 진영을 가리지 않는 그야말로 융단폭격 수준이었다. 부산 울산 경남 입장에선 또 다른 긴 싸움이 시작된 셈이다.

국책사업 번복이니, 정치적 결론이니 하는 수도권의 비판 요지 또한 예상 못한 바가 아니다. 다만 이런 비판에 약방 감초처럼 따라붙는 ‘활주로에 고추 말리는 공항’을 또 만드느냐는 부분에선 인내심도 임계점에 이른다. 요컨대 조그만 땅덩어리에 도대체 가덕신공항 같은 게 왜 더 필요한가 하는 이야기다. 같은 이유라면 김해공항을 확장하더라도 고추를 말리지 말란 법이 없다. 비유는 힘이 세다. 특정 사물이나 사안을 알기 쉽게 표현한다는 점에서 위력이 크지만, 그게 엉뚱한 프레임으로 작동할 땐 언어폭력이나 다름없다. 부울경 주민이 그토록 오랫동안 염원해온 지역거점으로서의 동남권신공항을 한낱 시골 공항에 비유하는 상상력이 놀랍고 섬뜩해서다.

하지만 이게 수도권의 기본적인 시각이다. 검증위 결론이 잘못됐다는 어떤 이유를 대더라도 그 기저엔 ‘고추 말리는 공항’을 하나 추가할 뿐이란 시각이 똬리를 틀고 있다. 이런 뿌리 깊은 인식이 하루아침에 형성된 게 아니니 그리 놀랄 일도 아니긴 하다. 그러나 지난 2주간의 집중 포격에서 이처럼 뒤틀린 수도권 일극주의와 지방 멸시가 생각 이상으로 견고하다는 사실을 똑똑히 목도했다. 그 어떤 지방의 아우성도 그들에겐 하찮은 떼쓰기일 뿐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번에 다시금 뼈저리게 이를 확인했다.

총리실 검증위의 김해신공항안 폐기 결론은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김해공항 확장이 잘못된 것임을 분명히 했다. 당연한 귀결이거니와 이보다 더 큰 의미는 그게 진정 부울경이 바라는 국가균형발전으로 가는 디딤돌이 됐다는 점이다. 물론 김해신공항안 폐기가 곧바로 가덕신공항 건설의 당위성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김해공항을 확장한다고 해도 안전성이 없고 미래 항공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면 가덕을 동남권 거점공항으로 키우는 게 자연스럽다. 그것이야말로 노무현 정부 때부터 추진해온 균형발전 한 축의 완성이기도 하다. 수도권 지적이 온당치도 않지만, 결코 비용 등의 문제로 격하할 일이 아니라 국가백년대계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시동을 건 균형발전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진행 중이나 아직 갈 길이 멀기만 하다. 그나마 1차 공공기관 이전 결실이 조금씩 맺어지고 있지만 수도권의 발목잡기는 계속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약속한 2차 공공기관 이전은 말들만 요란할 뿐, 구체적 액션은 지지부진하다. 문재인 정부 의지가 당초보다 상당히 퇴색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여기엔 임기 말 정부 여당이 수도권 눈치를 보고 있는 탓이 크다. 이번 김해신공항안 폐기 결론에서 보듯 이 또한 수도권 반대가 집요하다. 향후 정부 여당의 보다 구체적인 계획이 나온다면 이번과 같은 수도권의 융단폭격이 재개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그래서 균형발전을 향한 민주당의 확고한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행히 민주당은 김해신공항안 폐기 결론 이후 발 빠르게 가덕신공항특별법을 발의했고, 속도전을 펼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국민의힘 부산 의원들도 여기에 가세한 마당이다. 여당이든 부산 야당이든 가덕신공항을 균형발전의 핵심요소로 보는 점에서 다를 게 없다. 그러니 더는 머뭇거릴 하등의 이유 또한 없다. 만의 하나 또다시 수도권의 눈치를 살핀다면 그것이야말로 정치적 셈법만 따지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 1차적 과제는 균형발전의 적들과 단호하게 싸우는 것이다. 이번 사태를 겪으며 균형발전을 가로막는 세력들이 누구인지, 어떤 황당한 논리를 내세우는지 더욱 뚜렷해졌다. 문 대통령과 여당이 진정 균형발전에 강한 의지가 있다면 가덕신공항특별법을 하루빨리 제정하는 게 최우선이다. 부울경 등 지역민도 이 참에 정말 지독하기 짝이 없는 수도권 일극주의에 맞서 한 몸이 돼야 한다. 더는 정치권의 지역 갈라치기에 휘둘려서는 안 될 일이다. 수도권 언론이 그렇듯 여기엔 진보도 보수도 없다. 오직 수도권과 비수도권 구도만 있을 뿐이다. 가덕신공항은 부울경의 오랜 염원인 균형발전으로 향하는 물러설 수 없는 시험대라는 점을 한 시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논설실장 jj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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