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세상읽기] 불로소득과 자본주의 /조충영

  • 조충영 변호사
  •  |   입력 : 2020-11-24 18:44:42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이 사망했다. 이재용 씨가 그의 재산을 상속하는데 세금이 10조 원이 넘는다고 한다.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은 당장 현금이 없으면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서 주식을 처분해야 하는데 그러면 회사 지배구조에 문제가 될 수 있으니 기업 경영권은 보장해 달라고도 한다.

상속제도는 나라마다 다르다. 중국은 형식적으로 사회주의 체제여서 사유재산제를 인정하지 않기에 상속이나 증여에 대한 세금이 없다. 미국에서는 상속제도를 인정해서는 안된다고 하거나 최소한 상속세를 폐지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 이들도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세계적인 부자 빌 게이츠나 워렌 버핏이 바로 그렇다. 그들이 부를 대물림해서는 안 된다며 올림픽 메달리스트의 예를 든다. 자신이 메달을 땄다고 자녀의 출발점이 앞당겨지지 않듯이 부모가 부자라고 해서 부모의 재산을 물려받아 자본주의에서 출발점이 앞당겨져서는 안 된다고 한다. 한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주식 부자 순위 40위까지 상속형 부자가 62.5%로 중국의 2.5%, 일본의 30%, 심지어 자본주의의 본 고장이라고 하는 미국의 25%보다 월등히 높았다.

고려시대에 음서제도라는 것이 있었다. 귀족자녀들이 시험을 거치지 않고 벼슬에 오를 수 있는 특혜를 말한다. 요즈음 말로는 조상찬스다. 북한 사회의 후진성을 지적하는 말 중에 정권을 세습한다는 게 있다. 그리고 대기업 노조를 귀족노조라고 하는데 그들의 요구사항 중 비난받는 것이 노조원 자녀에게 입사특혜를 달라고 하는 것이다. 위에서 열거한 사항은 자신의 노력이 아닌 부모나 조상을 잘 만나 물려받는 것인데 모두 비판받는 것들이다.

나는 재산상속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신분을 상속하는 것은 비판하면서 재산을 상속하는 건 왜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특히 자본주의에서는 신분의 상속보다 훨씬 영향력이 크고 유용한 게 재산상속임에도 말이다. 신분적 지위를 물려주는 것은 비판하면서 재산상속에는 별다른 말이 없다.

공산주의가 망한 이유 중 하나가 형식적 평등을 지향해서 자신이 일한 만큼 얻지 못하고, 그 때문에 애써 일하지 않아 생산성이 낮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에 비하여 자본주의는 이윤동기를 매개로 자신이 일한 만큼 벌 수 있기에 발전한다고 한다. 자본주의가 건전하게 성장하려면 불로소득을 경계해야 된다. 불로소득의 비율이 높아질수록 자본주의 체제는 위험해진다. 불로소득이란 자신이 일하지 않고 얻는 소득을 말하는데 상속도 그 중의 하나다. 불로소득이 늘어나면 다른 사람은 아무리 노력해도 부자가 되기 어렵고, 상속과 합쳐지면 자손들은 부를 대물림해 부자가 된다. 따라서 총 소득에서 불로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서는 안된다. 통계청의 조사 결과 1994년만 해도 사회의 계층 이동 가능성에 긍정적인 답변을 한 사람이 60.1%나 되었지만 2019년에는 23.1%로 줄었다. 자신의 노력만으로는 사회적 지위가 상승하거나 부자가 되기 힘들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었다는 뜻이다. 그 때문에 근로소득에 대한 세금은 낮아도 상관없지만 불로소득에 대하여는 충분한 세금을 거두어야 한다.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왔던 샌더스 의원도 주 40시간 일하고 가난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워렌 버핏이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자신이 낸 세금 693만 달러가 많아 보여도 사실은 전체 소득의 17%에 불과하다. 내 사무실 직원들의 41%보다 훨씬 낮다”고 했다. 그는 심지어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거두라고 했다고 하는데 같은 맥락이리라. 예전에는 대부분의 나라가 노동생산성의 향상과 거의 같은 비율로 노동자들의 임금이 상승했다. 열심히 일하면 그 만큼 임금이 올랐다는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상승한 노동생산성 부분이 임금인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임금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이자, 배당, 자본이득 등의 소득이 커졌다. 거의 모든 나라가 같은 상황이다. 이는 빈부격차를 크게 만들고 계층 간의 이동을 어렵게 하여 사회구성원의 희망을 꺾는다. 불로소득의 비중이 커지면 궁극에는 자본주의의 건전한 경제질서를 해치고 공산주의가 망한 똑같은 이유로 위기가 올 수 있다. 자신의 노력으로 얻지 않은 소득은 자본주의의 근간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만 인정되어야 한다. 그래야 사회구성원들이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다.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전재수 “생곡 무산 땐 에코델타에 소각장 불가피”
  2. 2센텀2 분수령 풍산 부지보상 본격화…1조 관측
  3. 3‘부산검찰청’ 떼고 ‘공소청’ 간판
  4. 4한달간 부산은 축제도시…‘페스티벌 시월’ 시작
  5. 5“부캉이 왜 쫓아내나”vs“먹이활동 안 해 폐사 우려”
  6. 6김해공항과 ‘50년 동행’ 부산은행…영업점 단독 응찰
  7. 7HJ중공업 7900TEU급 ‘가닛’ 명명식…중대형 컨선 14척 인도
  8. 8센텀2 배후지 ‘트리븐 센텀’ 뜬다
  9. 9“부캉이 테마공원 만들자”…동구는 조형물 설치 검토
  10. 10軍·유엔사 “군사분계선 이남 지뢰매설, 北 정전협정 위반”(종합)
  1. 1전재수 “생곡 무산 땐 에코델타에 소각장 불가피”
  2. 2軍·유엔사 “군사분계선 이남 지뢰매설, 北 정전협정 위반”(종합)
  3. 3국정원 “우크라가 北포로 송환 비공개 먼저 요청”(종합)
  4. 4‘김종서함’ 울산 진수식 찾은 이재명 대통령 “자주국방이 주권”
  5. 5여야 “軍, 북한에 강력 대응” 촉구
  6. 6北지뢰 1발 추가 발견…대북 방송 재개 등 상응조치 촉각(종합)
  7. 7“통합 논의 항만公 정부 지분, 지자체로 넘겨야”
  8. 8새 광역단체장 재산 1위 김상욱 50억…전재수 6억(종합)
  9. 9[속보] 김여정, ‘DMZ 북한 지뢰’ 발표 전면부인…“서울의 자작광대극”
  10. 10예상보다 무뎠던 검증 칼날…TP원장 후보 기술고도화 초점
  1. 1센텀2 분수령 풍산 부지보상 본격화…1조 관측
  2. 2한달간 부산은 축제도시…‘페스티벌 시월’ 시작
  3. 3“부캉이 왜 쫓아내나”vs“먹이활동 안 해 폐사 우려”
  4. 4김해공항과 ‘50년 동행’ 부산은행…영업점 단독 응찰
  5. 5HJ중공업 7900TEU급 ‘가닛’ 명명식…중대형 컨선 14척 인도
  6. 6센텀2 배후지 ‘트리븐 센텀’ 뜬다
  7. 7“부캉이 테마공원 만들자”…동구는 조형물 설치 검토
  8. 8해운 대기업 부산 이전 효과 내려면…“산업 생태계 구축돼야”
  9. 9반도체 호황에…올 국세수입 478조 역대 최대 예측(종합)
  10. 10삼영이엔씨, 회생계획 인가…3자배정 100억 유증
  1. 1‘부산검찰청’ 떼고 ‘공소청’ 간판
  2. 2전재수 전 보좌진 4명 ‘증거인멸’ 유죄(종합)
  3. 3[한 손 뉴스] 푸바오의 쌍둥이 동생들, 올 연말 중국으로 떠난다(종합)
  4. 4朴시정 선거악재 우려 ‘생곡 용역’ 중단…백지화 소문 키워
  5. 5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일
  6. 6“110억 투입 부산 의료버스, 플랫폼업체에 예산 1/3 지급”
  7. 74년 방치 창원 짚트랙, 새 체험시설 만든다
  8. 8바리케이드 걷힌 소녀상…2년여 만에 시민 품으로(종합)
  9. 9“비영리법인 설립, 법 기준 세워야”
  10. 10창녕 2세 아들 숨지게 한 父 징역 17년
  1. 1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2. 2중원 황인범·투톱 변화…승리 축포 쏠까
  3. 3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4. 4역시 안세영…AG 2번째 ‘금빛포효’(종합)
  5. 5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중국에 역전승 거두고 결승 진출
  6. 69회 4실점 진땀…롯데, 키움에 가까스로 승리
  7. 7공격에 쏟아붓다가 골문 열린 모레노호
  8. 8일본 대회운영 왜 이러나…한국 육상 남자 400m 계주, 판정 논란 딛고 동메달 지켰다
  9. 9고성군, 통영시 거제시와 손잡고 2029년 도민체전 공동개최
  10. 10한동희 시즌 23호 홈런 '쾅'…롯데, 키움에 4-2 역전승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자동화의 세상에서 지능화의 세계로
국제칼럼 [전체보기]
개헌 말하려면 헌법 준수부터
나림 이병주, 더 일찍 법(法)으로 통(通)했다
기고 [전체보기]
상어가 떠난 뒤, 북항에 남겨야 할 것
존엄 보장하는 부산형 청년보장제 되기를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영산회상, 불교음악에서 풍류음악으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AI 패권
병역 혜택, 야구는 빼자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직업병에 대한 자세, 무지와 고의 사이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지휘부도 인력도 없이 졸속 출범하는 공소청·중수청
정부, 지뢰 도발에 단호하고 강력한 상응조치 취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청년기본법, 청년친화도시
인공지능(AI)과 인류 멸종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6·3 부산시장 선거, 부동산 정책의 길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무(武)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