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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개를 개라 하면 결례가 되는 세상 /이거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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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0-11-23 19:14:54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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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동물을 집안에 두는 것을 싫어했다. 그 대신 학교 연구실이나 집에 풀을 많이 두는 편이다. 그러다가 수년 전에 지인의 반려동물 ‘보리’를 만났다. 요즘에는 꽤 자주 보는 사이가 되었으며, 만날 때는 서로 반가워라 한다. 겉으로 보기에 보리는 시츄지만, 보리네 집에서 보리의 위치는 가족 구성원으로서 전혀 손색이 없다. 반려동물의 ‘반려(伴侶)’가 단순한 친구 이상의 ‘짝이 되는 동반자’를 가리킨다는 점에서 보면, 보리가 가족의 일원이라는 것은 오히려 당연하다. 보리라는 이름은 또 어떤가? 사람에게도 과하다할 만한 이름이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보리는 보리밥의 보리가 아니라 ‘보리심(菩提心)’의 보리다. 거실에 앉아 두 앞발을 지렛대로 하여 허리를 반쯤 세우고 미동도 없이 산 아래 푸른 속세를 무심히 내려다보고 있는 보리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영락없는 수행자라는 생각이 든다.

보리에게 결례를 무릅쓰고 감히 묻는다. “개에게도 불성이 있는가?” 수행자의 품세로 앉아있는 보리를 바라보며 내가 가끔 마음속에 떠올리는 물음이다. 여기서 ‘구자무불성(狗子無佛性)’ 화두를 논하자는 것은 아니다. 중국 당나라 때 어떤 수좌와 조주(趙州)선사의 선문답은 그야말로 화두참구의 영역이며, 말이나 글로 갑론을박할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수좌의 물음에서 거론되는 개를 생각해보자. 수좌는 왜 개유불성(皆有佛性)의 가르침을 알면서도 조주선사에게 개에게도 불성이 있느냐고 물었을까? 그의 질문에는 개와 사람이 다르다는 생각이 깔려있다. 위로는 붓다로부터 아래로는 개미에 이르기까지 모두 다 불성이 있다지만, 어떻게 개와 사람이 같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에 비하여 내가 보리를 바라보며 “개에게도 불성이 있는가?”라고 자문하는 것은 사람과 개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요즘 세태가 의문스럽기 때문이다.

우리사회에서 사람과 개는 가족이나 다름없는 관계가 되었다. 개와의 관계에서 엄마라는 호칭이 자연스럽게 통용되는 것이 요즘 세태다. 그러면 개와 사람의 경계가 사라진 것인가?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이것은 보리네 가족이 같은 식탁에서 보리와 함께 식사하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짐작된다. 앞으로도 사람과 개의 경계가 완전히 허물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왜냐? 적어도 현생에서는 개와 사람의 업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업식의 성품에 머무는 한 사람이든 개든 모두 불성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그럼에도 현생으로 이끈 업식의 성품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그 삶의 양상도 다를 수밖에 없다.

하타요가의 관점에서 개는 도달할 수 있는 의식의 경계가 사람과 완전히 다르다. 개가 머무는 의식의 경계는 사람의 일곱 차크라 중에서 가장 아래에 위치한 물라다라차크라이며, 그 이상은 개가 넘볼 수 있는 경계가 아니다. 개에게 이상적인 삶은 자연의 명령에 따라 본능대로 사는 것이며, 고차적인 의식세계로 상승하기 위한 특별한 노력이 요구되지 않는다. 이에 비하여 사람은 태생적으로 물라다라차크라를 출발점으로 하며, 그 위의 고차적인 의식세계로 도약해야 하는 운명을 지닌다. 개도 동물이고 사람도 동물이지만, 그럼에도 각기 사는 방식이 다르다. 개는 네 발로 수평의 척추를 유지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삶의 방식이지만, 상승의 운명을 담고 있는 인체는 수직의 척추를 유지해야 한다. 허리를 곧추세우고 사는 한 척추디스크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고, 의식의 상승을 꿈꾸는 한 스트레스를 안고 살 수밖에 없는 것이 사람의 운명이다.

이와 같이 개와 사람은 업식의 성품이 각기 다르며, 업 앞의 평등은 인도종교의 핵심이다. 업 앞의 평등은 ‘불평등의 평등’을 함의한다. 즉 모든 존재는 각기 업이 다르므로 그 출생이나 삶의 양상도 다를 수밖에 없으며, 그래야 평등하다는 것이다. 설사 이전 시골집 마당의 삽살개가 애완동물로 실내로 들어오고, 또한 사람의 반려동물로서 사람과 개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이 지금의 세태라 할지라도, 사람과 개의 관계는 다름을 인정하는 평등과 사랑으로 유지되어야 할 것이다. 다름이 무시될 때, 사람의 스트레스가 애꿎은 개에게 전이되기 십상이고, 심지어는 머잖아 개의 눈에서도 사람의 탁한 욕망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선문대 대학원 통합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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