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과학에세이] 복잡계 과학이 중요해지는 이유 /유상균

  • 유상균 지순협대안학교 교수
  •  |   입력 : 2020-11-23 19:13:46
  •  |   본지 2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바이러스로 인해 고통스런 한 해지만 계절은 어김없이 순환한다.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변화 덕분에 인류는 과학이 없었던 오래전부터 때에 맞춰 씨를 뿌리고 거둬 저장하는 일을 체득할 수 있었다. 과학은 이러한 질서 체계를 설명하는 원리를 발명함으로써 많은 현상을 예측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이따금씩 출현해 두려움이나 행운의 징조로 여겨졌던 혜성도 주기적으로 태양을 도는 천체일 뿐이었다.

그리스의 수학자이자 자연철학자인 피타고라스는 자연의 질서와 조화가 수(number) 안에서 구현된다고 생각했다. 그는 자연수의 비로 주어지는 유리수를 통해 화음의 단계인 옥타브 체계를 만들었다. 옥타브를 구성하는 도레미파솔라시는 모두 그 주파수의 비가 유리수가 되는 음들이다.

최초로 운동의 수학적 원리를 만든 뉴턴역학도 자연에 내재한 심오한 질서를 드러내기 위한 여정을 걸었고 매우 성공적이었다. 20세기에 뉴턴 물리학을 뛰어넘은 양자역학은 확률을 도입함으로써 우연의 요소를 발견했지만 여전히 확률의 범위 안에서 예측 가능한 세계에 대한 탐구였다. 질서란 기본적으로 단순함을 전제로 하는데 그것은 매우 적은 구성요소들이 ‘선형적’인 상호관계를 맺고 있을 때 가능하다. 선형적이란 자극과 반응이 비례함을 뜻한다. 그런 점에서 뉴턴역학이나 양자역학 모두 단순한 시스템을 그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잘 알려져 있듯이 피타고라스 학파의 문도 히파수스는 자연수의 비로 주어질 수 없으며 전혀 규칙성이 없는 무한 소수로만 표현되는 무리수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무리수는 피타고라스의 믿음에 근본적으로 반하는 수였기 때문에 학파는 히파수스를 살려두지 않았다. 이후로 2000여 년이 지난 19세기 말 수학자 칸토어에 의해 실수(real number)는 빈틈없이 채워진 무리수의 바다 위에 유리수가 질서의 섬처럼 존재하는 세계임이 드러났다.

실제 세계는 어떠할까? 행성의 운동이나 흔들리는 진자와 같은 규칙적인 질서의 바탕에 불규칙한 복잡함이 바다처럼 채우고 있다고 여겨진다. 즉 우리가 속한 세계는 많은 구성요소들이 서로 비선형적 관계를 맺으며 불안정하고 예측이 어려운 현상들로 충만해 있다. 그런데 ‘혼돈의 가장자리’라 불리는 이 상황은 매우 역동적이어서 질서를 새로 만드는 창조의 영역이기도 하고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기도 하는 파국의 영역이기도 하다. 단순함으로 인해 변함없이 유지되는 안정된 질서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복잡한 질서’다.

생명체, 생태계의 진화, 지구의 기후, 나아가서 경제 시스템, 인간 사회, 역사의 과정 모두가 여기에 속한다. 다윈이 쓴 ‘종의 기원’의 마지막 문장을 보면 그가 이 사실을 정확히 인식했음을 알 수 있다.

“처음에 숨결이 불어넣어진 생명이 불변의 중력 법칙에 따라 행성이 회전하는 동안 여러 가지 힘을 통해 그토록 단순한 시작에서 가장 아름답고 경이로우며 한계가 없는 형태로 전개되어 왔고 지금도 전개되고 있다는, 생명에 대한 시각에는 장엄함이 깃들어 있다.”

20세기 말에 이르러 일부 과학자들은 애초부터 있었던 안정된 질서에 대한 탐구에서 벗어나 복잡하고 불규칙함에서 나오는 역동적인 세계, 혼돈의 가장자리를 탐구하기 시작했다. 이 분야를 ‘복잡계 과학’이라 부르고 있고 물리학자뿐만 아니라 생태학자, 경제학자, 사회학자 등이 참여하고 있다. 모두 복잡한 질서가 탄생하고 사라지는 모습을 탐구하는 연구자들이다. 따라서 복잡계 과학은 인류의 삶의 여정에서 겪는 경이롭고 기쁘고 슬픈 일들의 기원을 알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장자(莊子)’에도 “다스림을 주장하며 어지러움을 무시하면 천지의 이치와 만물의 정에 밝지 못한 사람이다(師治而無亂乎 是未明天地之理 萬物之情者也)”는 말이 나온다. 자연은 본질적으로 단순함과 복잡함이 어우러진 조화의 시공간이다. 거대한 전환의 시기를 맞아 우리의 지적 탐구도 창조와 파국이 벌어지는 혼돈의 가장자리로 더 다가가야 할 때이다.

지순협대안학교 교수·‘시민의 물리학’ 저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전재수 “2028년 G20 정상회의 유치 도전”(종합)
  2. 2양산선 개통 코앞인데…인력 충원 없다
  3. 3조경태, 9일 봉하마을서 盧 참배…與 사하을 기초의원들 “복당 반대”
  4. 4니가 치면 나도 친다…프로야구 막판에 안타왕 쟁탈전
  5. 5동백전 캐시백 상향해 상권 온기…부산형 청년사다리 박차
  6. 6부산 복덩이 ‘부캉이’ 대선소주 모델됐다(종합)
  7. 7성장이냐 쇠퇴냐…부산이란 도시 운명은 이것에 달렸다
  8. 8골목길 외국어로만 채운 간판 15개…위법입니다
  9. 9부산 기관장 후보 김태호·김명수, 시의회 인사청문서 부적격 판정(종합)
  10. 10김척수 구청장 후보자 수사 7개월째 표류
  1. 1조경태, 9일 봉하마을서 盧 참배…與 사하을 기초의원들 “복당 반대”
  2. 2부산 기관장 후보 김태호·김명수, 시의회 인사청문서 부적격 판정(종합)
  3. 3김희정 의원 ‘대주주 회생동의 촉구’ 국제신문 농성장 찾아 응원
  4. 4“여야 협치로 市 조직개편·추경 성과…다음은 민생·PK 초광역”
  5. 5박형준, 퇴임 후 첫 공개 행보… 총선엔 “아직 생각 없다”
  6. 6부산시의회, 교통공사·시설공단 대표 후보 ‘부적격’ 의견
  7. 7인천 해수욕장서 北유실지뢰 54일만에 또 발견.. "안전 유의"
  8. 8‘빈총경계’ 前 1군단장, 국감장서 “대비태세 문제 없었다” 주장
  9. 9[속보] 진영승 합참의장 “MDL 지뢰 폭발 사건은 ‘도발’…北 정권 행위 강력 규탄”
  10. 10암살자(들)·北 지뢰 여야 충돌…JYP ‘K-팝 축제 특혜’ 반박(종합)
  1. 1부산 복덩이 ‘부캉이’ 대선소주 모델됐다(종합)
  2. 2산은 회장 “통합 LCC 본사 부산행 결정 땐 적극 지원”
  3. 3전재수 “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조속 통과…소급적용도 추진”
  4. 4부산 찾은 외국인 올 1~8월 343만 명 돌파…프랑스 관광객 작년보다 111%↑
  5. 5[뉴스 분석] 수도권, 가덕신공항 또 트집…국책사업 발목 자성 촉구 목소리(종합)
  6. 6태웅, 1년 갈등 ‘봉합’…노사정 상생협약 체결
  7. 7부산항 오는 배 위치 실시간 확인
  8. 8지자체 ‘비상금’ 3년새 반토막…국고사업 매칭비는 23% 늘어(종합)
  9. 9[증시와이드] 실적 유지·턴어라운드 종목 선별 접근을
  10. 10“AI 해킹범은 中 광둥성 26세” 글로벌보안기업 보고서 추정(종합)
  1. 1전재수 “2028년 G20 정상회의 유치 도전”(종합)
  2. 2양산선 개통 코앞인데…인력 충원 없다
  3. 3동백전 캐시백 상향해 상권 온기…부산형 청년사다리 박차
  4. 4골목길 외국어로만 채운 간판 15개…위법입니다
  5. 5김척수 구청장 후보자 수사 7개월째 표류
  6. 6특혜 논란에도…엘시티 투자이민제 13년 실적 고작 2건
  7. 7“크루즈 관광객 동선, 부산항서 이바구길까지 넓힐 것”
  8. 8박완수, 우주항공·SMR 기반 메가 특구 공들여
  9. 9부산 동백중 교사와 학생 “우리는 와플처럼 달콤한 사이”
  10. 10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9일
  1. 1니가 치면 나도 친다…프로야구 막판에 안타왕 쟁탈전
  2. 2AG 4개의 金 호령한 바다의 왕자…“다음은 올림픽 포디움”
  3. 3막 오른 ‘HJ중공업·동부건설 챔피언십’…최예본·한아름 공동 선두
  4. 4“핸드볼 8년 만의 아시안게임 金…맏언니로서 기뻐”
  5. 5하현승, 계약금 16억에 키움 입단
  6. 6SON A매치 최다골 대기록에도…뒤숭숭한 韓축구
  7. 7김도영 굳히기냐, 힐리어드·오스틴 뒤집기냐
  8. 8롯데, KIA에 4-12 패…8회 7실점 ‘와르르’
  9. 9롯데, 6위 탈환 사활…3위 싸움 변수로
  10. 10조코비치, 올 첫 우승 눈앞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국제칼럼 [전체보기]
누구도 법 앞에 국민보다 ‘더 평등’할 수 없다
배지의 실력행사
기고 [전체보기]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배우 한선화
유튜브 쇼츠 정치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삼전 영업익 107조 시대…미래기금 지방우대 필요하다
‘부캉이 열풍’이 던진 부산관광 활성화의 과제
세상읽기 [전체보기]
빚을 물려받는 사회
부자(富者)가 되고 싶다면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무(武)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