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에 있는 청주국제공항 건설에 관여했던 실무 공무원의 책이 화제가 된 바 있다. 활주로 설계를 끝내고 부지를 돌아보는데 이륙 예정지쪽에 비상리(飛上里), 착륙 방향으로 비하리(飛下里)라는 마을이 있더라는 것이다. 실제로 비상리는 활주로의 북동쪽, 비하리는 동남쪽에 있다. 공항이 뭔지도 몰랐을 옛적부터 내려온 이름이니 신기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인천공항에도 호사가들에 의한 풍수지리적 풀이가 따라다닌다. 인천공항은 영종도(永宗島)와 용유도(龍遊島)라는 두 개의 섬 사이를 메운 인공섬 위에 세웠다. 영종도는 제비가 많아 원래 자연도(紫燕島)라 불렸으나 조선 효종 때 이름이 바뀌었다. 영종도의 한자를 풀면 ‘긴 마루’라는 뜻이 되고 용유도와 자연도는 각각 ‘용과 제비가 노닌다’는 의미가 된다. 긴 마루를 활주로로, 용과 제비를 비행기로 보고 “영종도는 하늘이 점지한 공항 터”라는 그럴듯한 해석이 되었다.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검증위원회가 김해공항 확장안에 타당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이후 인천에 이어 제2의 관문공항이 될 새로운 공항을 가덕도에 지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받고 있다. 이른바 가덕도 신공항이다. 신공항 18년 논란의 역사는 명칭 혼란을 통해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2003년 노무현 정부에서 논의가 시작될 때만 해도 아무 수식어 없이 그냥 신공항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고, 유치전에 뛰어든 각 지자체와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남부권 신공항’ ‘영남권 신공항’ ‘동남권 신공항’이 혼용됐다. 부산 울산 경남의 지방 권력이 재편된 이후엔 ‘부울경 신공항’으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가덕 신공항이 여권의 내년 부산시장 보선용이라는 프레임이 작동되는 와중에 ‘노무현 신공항’ ‘문재인 신공항’ ‘김대중 신공항’에 이어 ‘오거돈 신공항’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국가 백년대계인 공항 이름에 진지한 접근이 필요하다.
부울경 주민들이 신공항 부지로 염원하는 부산 강서구 가덕도에는 조그만 섬에 어울리지 않는 지명이 여럿 있다. 천가동(天加洞)과 천성동(天城洞)이 대표적이다. 천가는 ‘하늘을 더한다’, 천성은 ‘하늘의 성’이라는 뜻이다. 섬 왼쪽 아래에 있는 대항(大項)이라는 항구도 예사롭지 않다. 항(項)이라는 글자에는 인체의 목덜미라는 의미가 있다. 국토 남단의 작은 섬에 붙여진 지명 치고는 지나치게 거창하다는 것이다. 그 이름에 값하는 가덕도의 미래를 기대한다.
강필희 논설위원 flut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