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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 칼럼] 독성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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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0-11-19 19:21:48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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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리더십 학문분야에 새로운 개념 하나가 등장했다. 독성 리더십(toxic leadership)이다. 독성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으로 보아 긍정적 의미의 리더십은 아니다. 조직이나 사회에 도움은 되지 않고 독극물처럼 조직과 사회를 파괴하는 리더십을 지칭한다. 미국의 국방을 다루는 한 인터넷 사이트에 독성 리더십에 대한 글이 하나 올라왔다. 제목이 ‘The commander-in-chief is a toxic leader’다. 번역하면 ‘군 최고통수권자는 독성적 리더다’이다. 여기서 리더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말한다. 이런 글을 쓴 사람은 데이비드 라판(David Lapan)이라는 전직 해군 대령이다. 이 사람이 미국의 군 최고통수권자를 독성 리더로 비판한 것이다. 글을 조금 더 소개하면 이렇다. “나는 해군에 30년 동안 복무하면서 멋있고 위대한 리더들과 부족한 리더들을 봐왔다. 불행히도 독성 리더도 보았다. 그 사람은 바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 이 사람은 독성 리더십이 무엇인지에 대해 자세히 언급하지는 않았다. ‘독성’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의미가 충분히 전달된다고 생각해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독성 리더십은 몇 가지 특성으로 정의된다.
그림 서상균
그 첫 번째는 폭력성이다. 폭력이란 물리적 폭력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언어적 폭력도 포함된다. 여기에 자신이 가진 권력을 이용해 다른 사람들의 지위를 흔드는 것도 폭력에 해당한다. 글쓴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폭력적 성향을 가진 인물로 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트럼프는 SNS를 통한 대중과의 소통에서 폭력성을 그대로 노출시켰다. 정적에 대한 폭력적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부 요인들 중에서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적으로 간주하며 심지어 내쫓는 폭력을 휘둘렀다.

두 번째는 권위주의다. 권위주의란 자기 생각만 옳고 다른 사람들은 틀렸다고 생각하는 성향을 말한다. 트럼프는 매사가 권위주의적이었다. 가장 빛나는 그의 권위주의는 미국이 코로나 19로 몸살을 앓고 있음에도 코로나는 별것 아니라고 치부하며 이를 언급하는 사람들을 자신의 권위로 눌렀다. 이런 폭압에 희생된 사람이 파우치다. 미국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이다. 트럼프와 한배를 탔지만, 미국의 코로나 사태에 대해 위험을 경고하면서 트럼프에게 미운털이 박힌 사람이다.

세 번째는 자기 사랑이다. 남은 안중에 없고 오로지 자기 또는 자기편에게만 사랑을 표하는 성향을 말한다. 트럼프는 자기 사랑이 대단한 사람이다. 젊었을 때부터 사업을 하면서 자기에게 굽신거리는 사람들만 거느리면서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자기라는 생각에 빠지게 되었다. 이 성향은 대통령이 되었어도 변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주위의 모든 사람들은 자기를 위해 존재해야 하고 이들은 자신을 존경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자기 사랑은 자기편에 대한 편애로 발전되었다. 트럼프는 철저히 내 편과 네 편을 갈랐다. 그 내 편에 속하는 사람들의 핵심이 식구들이다. 그는 자신의 가족들을 백악관 주위에 포진시키며 자기애를 과시했다.

네 번째는 자기 자랑이다. 트럼프는 입만 열면 자기 자랑을 했다. 미국의 일일 코로나 환자가 10만 명을 넘어서고 있어도 자기가 대통령으로 있어서 이 정도로 막고 있다는 자랑을 했다. 기자회견장에서 한국이 잘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면 그건 가짜 뉴스라고 부정했다. 한국의 검사 횟수보다 미국의 검사 횟수가 더 많다는 것이다. 뉴스들은 어떻게 인구수가 다른 두 나라의 검사 횟수를 비교할 수 있느냐며 비판했다. 자기 자랑의 도가 넘어선 것은 미국이 북한과 전쟁을 하지 않는 이유가 자신 때문이라고 설명한 대목이다. 자신이 김정은 위원장과 매우 친분이 높아 북한이 미사일을 미국에 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섯 번째는 예측 불가다. 이 대목은 정말 치명적이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예측 가능성이다. 예측성은 사람과 사람 간의 신뢰 형성을 위한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트럼프는 예측 가능한 인물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밝히거나 또는 기자회견한 내용을 몇 시간도 안 돼 말을 바꾸는 것으로 유명하다.

여섯 번째는 책임회피다. 자기가 잘한 것은 다 자기의 치적이지만 자기가 못한 것은 다 타인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한때 트럼프는 난데 없이 전임 대통령인 오바마와 설전을 벌였다. 그는 자신이 고생하는 이유는 전임인 오바마가 무능하고 매우 비효율적인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그리고, 오바마가 너무 못해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에게 비판 거리가 생기면 다른 사람들에게 탓을 돌리는 것에 매우 익숙하다.

일곱 번째는 자기성찰을 할 줄 모른다. 자기성찰은 자신을 돌아보며 반성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사람이 사람으로서의 도리를 살피고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기 위한 학습을 한다. 자기성찰이 안 되는 이유는 자신이 하는 짓을 모르기 때문이다. 미국의 2020년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는 자신의 이런 성향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그는 선거 전부터 불리할 수 있음을 직감하고 선거불복 전략을 세웠고 실제 결과가 그렇게 나오자 노골적으로 미국 대통령 선거는 부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핵심주인 애리조나,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주에서 확실히 패배해 더는 불복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음에도 자기의 추종자들에게 불복하라며 선동하고 있다. 미국은 자유민주주의의 본보기다. 이 나라가 독성 리더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독성 리더십이 작동하면 국가는 물론이고 기업도 큰 문제가 된다. 우버 창업자인 트래비스 캘러닉(Travis C. Kalanick)이 그런 사람이었다. 독성 경영에 몰두하다 우버에 큰 문제가 생기면서 주주에게 쫓겨났다. 리더는 자기를 돌아다 볼 줄 알아야 하고 이에 대한 책임의식이 있어야 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독성적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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