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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숲길] 하늘 복리와 땅 고리채 /김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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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0-11-19 19:28:20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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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분수에 맞지 않게 은행 돈을 빌려 신축 상가주택을 무리하게 산 적이 있다. 노후 연금이 없으니 매달 월세라도 받아볼까 하는 계산에서였다. 그 당시 집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사무실을 빌려 동화교실을 열고 있었는데, 상가주택에 입주한 뒤에도 몇 달 동안 1층 가게가 나가지 않으니 사무실 임대료를 내기가 버거웠다.

혼자 속을 태우다 주인을 찾아가 사정을 털어놓았다. “지금 너무 어려운 상황이니 1년만 보증금에서 임대료를 깎아 나가면 안 될까요?” 그러자 주인이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사무적인 말투로 대답했다. “그러면 이 달에는 50만 원과 50만 원에 대한 이자를 내고, 다음 달에는 두 달을 미룬 셈이니 50만 원에다 100만 원에 대한 이자까지 내는 식으로 깎아 나갑시다.” 쉽게 말하자면 복리로 계산해서 이자를 받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계약 기간 2년이 지났으니 사무실 임대료를 55만 원으로 올리자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어이가 없었다. 계산상으로는 틀린 말이 아니지만 너무 냉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 참 각박하구나! 나 같으면 마음고생이 많겠다고 위로해준 뒤에 임대료는 여유가 생기는 대로 내라고 할 텐데 돈 잘 들어오는 사업장을 갖고 있으면서도 인색하게 굴었다. 나는 상가를 세 놓은 뒤에 장사가 안 되면 월세를 낼 때까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오죽하면 월세를 못 낼까? 못 내는 사람 심정이 더 힘들 거라고 생각했다. 월세를 1년 이상 미루어도 이자 한 푼 받지 않았다.

그 뒤에 은행 빚을 견디다 못해 상가주택을 처분하고 작은 아파트를 사면서 남은 돈으로 주말 농장을 샀다. 상가 임대료는 더 이상 들어오지 않았지만 마음은 한결 편했다. 남과 돈 때문에 실랑이할 필요가 없었다. 적게 버니까 적게 쓰면 그만이었다. 주말마다 농장에 가서 나무를 심어보니 나는 심기만 했을 뿐 하늘이 나 대신 키워 주었다. 햇빛 영양분을 날마다 뿌려주고 때맞춰 비를 내려주고 바람으로 말려 주었다. 약하게 자랄까 봐 태풍으로 강한 의지를 길러주기까지 했다. 젓가락만 한 뽕나무를 심은 뒤에 몇 년이 지나니 내 키보다 더 커졌다. 어린 감나무를 심고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어느 새 주먹만 한 감이 주렁주렁 열렸다.

땅에서 사람들이 빌려 쓰는 고리채보다 하늘은 몇 배로 더 많은 복리를 붙여주었다. 텃밭에 채소 씨앗이든 꽃씨든 뿌려 놓기만 하면 몇 십, 몇 백 배로 불어났다. 이자를 너무 많이 붙여주니까 황송할 정도였다. 사람들의 계산 방식과는 천지차이였다.

주말마다 텃밭을 가꾸면서 무공해 먹거리를 먹지만 그런다고 건강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규칙적으로 운동을 해야만 한다. 날마다 빼먹지 않고 운동을 하면 하늘에서 복리를 붙여 건강을 선사한다. 사람이 운동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하면 그런 복을 기대할 수 없다.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야 건강 복을 받는다.

남에게 덕담하기, 친구를 배려하고 도와주기, 책을 읽고 글을 쓰는 행동에도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복리로 이자를 붙여준다.

아버지는 젊었을 때 씨름대회에서 황소를 탈 만큼 건강했지만 술을 오래 마시다 보니 몸이 조금씩 망가졌다. 담배까지 피웠기 때문에 두 배로 안 좋았다. 약간의 술은 큰 해가 없을지 몰라도 많은 술을 오래 마시면 장기가 다 녹아 버린다. 술 앞에서는 천하장사도 소용없다. 하루 이틀에 표가 나지 않으니까 몰라서 그렇지 오랜 세월 술을 가까이 하게 되면 어마어마한 고리채를 얻어 썼다가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하는 격이다. 아버지는 그렇게 파산한 나머지 61세로 돌아가셨다. 나는 아버지 전철을 밟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썼다. 나는 아버지를 반면교사로 삼고 살아왔지만, 형님 두 분은 아버지 닮은꼴이 되어 술을 좋아하다가 일찍 세상을 떠났다. 나보다도 훨씬 건강했던 분들이다.

좋은 일에는 이자가 복리로 붙지만 나쁜 일은 땅 고리채를 얻어 쓰는 것과 같다. 술과 담배, 도박, 마약, 과식, 과속, 과로, 과욕 등이 땅 고리채다. 그런 것들은 이자가 눈덩이로 불어난다. 이자에 이자가 붙으니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져서 나중에는 목숨으로 갚아야 한다.

요즘에는 낯선 사람이 있는 데나 많은 사람이 있는 곳에 겁 없이 가는 것도 고리채를 쓰는 것과 같다. 내 건강은 내가 단단히 챙겨야 한다. 내가 챙기지 않으면 아무도 챙겨주지 않는다. 하늘에서는 복리를 내려주지만 땅에 발붙이고 사는 한 나쁜 고리채를 항상 경계해야 한다.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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