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에 가면 반드시 들르는 음식점이 ‘덕인집’이다. ‘홍어부심’이 대단한 목포 토박이들이 인정하는 홍어집이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굳이 국산이냐 수입이냐 따질 필요가 없다. 흑산도산 홍어가 없으면 안파는 경우는 있어도 장난은 치지 않는다. 목포에서 그랬다간 당장 장사 접고 동네를 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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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포 덕인집의 홍어 한 접시. |
인간의 감각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훈련을 통해 길러진다. 절대미각은 절대로 없다. 나는 내 미각을 늘 의심한다. 부단히 단련할 따름이다. 특정 음식에 대한 진정한 맛을 깨치려면 일단은 자주 먹어봐야 한다. 미각 훈련의 유일한 왕도는 토박이 옆에 바짝 붙어 열심히 흉내 내는 것이다.
잘 익은 포도에 보트리티스 시네리아(Botrytis Cinerea)라는 하얀 곰팡이가 피는 경우가 있다. 이 곰팡이는 포도송이의 수분을 빼앗아 버린다. 그럼 아주 당도가 높은 과육만 남는다. 이런 포도만 따서 만든 것을 ‘귀부와인’이라고 한다. 이때 귀부(貴腐)란 영어의‘noble rot(고귀한 부패)’을 직역한 단어다. 부패에는 엄연한 등급이 있다. 썩어서 못 먹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썩었기 때문에 존재가치가 증명되는 경우도 있다. 프랑스 쏘떼른 지방에서 생산되는 ‘샤또 디껨’이라는 귀부와인은 세계 최고 와인으로 손꼽힐 정도다. 귀부라는 단어 자체도 모순이거니와 부패해서 최고의 와인으로 환골탈태하는 과정 자체도 모순이다.
홍어는 껍질에 끈적끈적한 액체가 많이 묻어 있을수록 신선한 것으로 친다. 한데 이 액체의 정체가 수상쩍다. 동물은 몸속 노폐물인 요소를 오줌으로 내보내게 되는데, 홍어는 특이하게 피부로 내보낸다. 그 요소가 발효하면 암모니아가 발생하면서 고약한 냄새를 풍기게 된다. 원래 암모니아는 독성을 지니므로 이건 발효가 아니라 부패라고 해야 한다. 하지만 홍어의 경우는 오히려 인체에 유해한 세균이 침입하는 것을 막아주는 기능을 수행한다. 그래서 홍어는 상온에서도 오래도록 보관할 수 있다. 유해한 암모니아 덕분에 장기보관이 가능하고 특유의 냄새와 육질을 만들어 내니 이 또한 모순이다. 그래서 홍어를 두고 ‘역겨워야 완성되는 역설의 미각’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경상도 출신인 나는 스물아홉 살 때 홍어를 처음 접했다. 시작부터 삼합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신 김치나 돼지고기 수육이 삭힌 홍어 본연의 맛과 향 그리고 육질을 방해하는 게 싫었다. 오로지 홍어만을 시큼한 초고추장에 살짝 찍어 먹는 것만 고집했다. 삭힌 홍어의 매운 알싸함이 폭풍처럼 밀려오는 그 순간이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첫 경험 이후로 정말 부지런히 홍어를 먹었다.
하지만 홍어의 진정한 맛을 발견한 것은 마흔이 넘어 처음 가본 ‘덕인집’에서였다. 평생 홍어를 먹어 온 목포 토박이들이 무심코 던지는 한마디, 그 말들이 흩어지고 부딪히면서 만들어내는 정서 속에서 나는 홍어를 다시 배운다. 머리로 맛을 논하는 건 진즉 집어치웠다. 향토음식은 그 음식이 잉태되고 뿌리내린 곳의 정서까지 함께 먹어야 온전히 내게로 온다.음식은 움직이는 게 아니다. 음식이 사람을 쫓는 게 아니라 사람이 음식을 쫓아오도록 해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향토음식 마케팅의 단 하나의 원칙이다. 그래야 지역이 산다.
맛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