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국회를 세종시로 이전하는 대신 서울을 글로벌 금융허브 기능의 경제수도로 조성하는 ‘르네상스 서울’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민주당은 이번 주에 발표할 국가균형발전 종합검토 보고서에 이 계획을 담을 예정이다. 앞서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지난 11일 충북 괴산군청에서 “서울은 중장기적으로 동아시아 경제·금융·문화 중심으로 발전시키고 국회의 완전 이전을 목표로 단계적 이전을 추진하겠다”며 이를 예고한 바 있다. 국가균형발전의 핵심은 과도하게 서울에 집중된 경제 기능을 지방에 고르게 분산하는 것이다. 그런데 되레 서울의 경제 기능을 강화하겠다니, 명목만 균형발전일 뿐 실제는 불균형발전인 셈이다.

서울을 글로벌 금융허브로 가꾸는 민주당의 방안은 국회가 떠난 여의도를 한시적 금융특구로 지정해 국제금융기구를 유치하고, 금융전문대학원이나 핀테크 캠퍼스를 설치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한다. 이럴 경우 부산을 국제금융 중심지로 육성하는 계획이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블록체인 등 첨단 기술과 결합한 핀테크 기능 강화, 해외 금융기관 유치 등 대부분의 사업이 겹치기 때문이다. 유사한 사업을 추진한다면, 부산보다 여건이 좋은 서울로 몰리는 블랙홀 현상이 발생할 건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런 점에서 서울 금융허브는 지난 30년 간 추진해온 부산 금융 기지화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국토불균형 역류가 아닐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일이 국가균형발전 취지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전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인 민주당 송재호 의원이 지난 6일 국회에서 개최한 ‘수도권의 새로운 도전, 아시아 금융허브 정책의 비전과 전략’ 토론회가 대표적인 증거다. 그는 “부산은 선박해양금융 특화, 전주는 자산운용 중심”으로 서울의 보완적 기능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기도 했다. 국가균형발전위는 이 행사의 후원자로도 나섰다. 국가균형발전위의 역할과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오죽하면 김사열 균형발전위원장이 행사 축사 요청을 거절했겠는가.

민주당의 행태는 행정수도이전과 국토균형발전은 동의어가 아니라는 의심을 더해준다. 세종을 행정수도로, 서울을 경제수도로 조성한다는 건 수도권을 세종으로 확대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렇지 않고 말 그대로 국토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려면 수도권의 경제 기능을 전국 각지로 분산해야 한다. 그런 기능 분산이 전제되지 않은 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 전략은 ‘빛 좋은 개살구’일 따름이다. 메가시티로 키우려면 그럴 만한 생산동력이 있어야 하는데, 수도권의 경제 기능 분산 없이 어떻게 그것이 가능하겠는가. 민주당의 국토균형발전 허구성은 앞서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원전이 밀집한 동남권이 아닌 세종시로 이전하려는 데서도 드러난 바 있다. 행정수도이전 정책으로 민주당의 수도권 중심주의에 반전이 이뤄지나 했더니, 결국 희망고문의 연장에 그칠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