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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어린이대공원에 새 이름 선물하자 /서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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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0-11-16 19:52:52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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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부산진구 초읍동에 어린이대공원이 있다. 1909년 성지곡 댐이 준공되고 1971년 댐과 그 주변 지역이 성지곡유원지로 지정됐다. 성지곡은 대한제국 순종3년에 만들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상수도 시설이다. 일본인의 수도 시설이었지만, 백 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일본인에 얽힌 이야기를 뛰어넘어 시민의 숲으로 자리매김했다.

‘어린이대공원’이라는 명칭은 1978년 세계 아동의 해를 맞아 ‘성지곡유원지’를 개칭한 것이다. 어린이대공원을 개장할 당시 놀이공원과 동물원이 있었으나 2005년 시설이 낡아 문을 닫았다. 그 후 2014년 ‘삼정 더파크’ 동물원이 개장됐다. 어린이대공원이라 하면 어린이를 위한 맞춤형 시설을 갖추고 운영돼야 그 명칭에 걸맞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가족 친수 공간인 ‘키득키득 파크’와 ‘어린이 회관’ 정도가 이에 부합한다.

어린이대공원에는 길이 3.5㎞ 산길을 따라 편백과 삼나무 등 5만 그루의 수목이 넓게 우거져 있어 어린이공원보다 삼림욕장으로서 역할이 크다. 조사 결과 성지곡 삼림욕장의 피톤치드 농도가 94.5㎎/㎥로 여타 지역보다 월등히 높다. 오래전부터 부산 시민의 몸과 마음을 ‘힐링’하는 도심 속 허파 역할을 한다.

숲은 도시 생활자에게 사계절 쉼표와 같은 곳이다. 각박해진 마음과 지친 몸에 새살을 돋게 하고 활력을 불어넣는 곳이 바로 숲이다. 성지곡 삼림욕장처럼 온전한 숲은 삶의 생태계와 같다. 산림청과 ㈔생명의 숲, 유한킴벌리가 공동으로 2000년부터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를 열고 있다. 2017년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어린이대공원의 삼림욕장이 ‘아름다운 숲 공존상’을 받았다. 부산 도심 한가운데 자리 잡아 지역 주민의 일상이 되어버린 도시 숲과 강원도 심산에 위치한 것 같은 경관적 위용이 빼어나다는 게 심사평의 요지이다. 이곳이 어린이대공원으로서의 역할보다 아름다운 숲이 되어 우리 곁에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느새 어린이대공원은 놀이공원과 동물원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사람과 숲’이라는 공존의 공간이 됐다. 숲이 어린이대공원의 대표 주자가 됐다는 뜻이다.

필자는 어린이대공원이라는 명칭도 이런 변화에 맞춰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편백나무와 삼나무 숲으로 이루어져 도심 속 힐링 공간으로 탈바꿈한 이곳을 계속 어린이대공원으로 부른다는 것은 확장된 공원의 역할을 ‘어린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가두는 것은 아닐까? 부산 시민은 물론 외지 방문객이 어린이공원이 지닌 특징을 쉽게 알 수 있고, 그래서 접근 할 수 있도록 새 이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가령 ‘시민 숲 공원’, ‘부산 숲 자연공원’처럼 공원의 본질적 성격을 드러내는 명칭으로 바꾼다면 보다 많은 사람이 찾고 침체된 상권이 살아나고 지역경제에도 한몫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면 코로나 시대의 비대면 힐링 공간으로서의 숲,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송상현광장과 시민공원을 잇는 도심 공원 벨트의 한 축으로서 자연 친화적인 관광지로서 역할을 다할 것이다. 아울러 어린이대공원이라는 본래의 취지를 살려 어린이를 위한 ‘숲 체험 학습’, ‘숲 생태체험학습장’처럼 숲과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어린이로부터 환영받는 공간이 조성돼야 함은 물론이다.

부산에서 유소년기를 보낸 분은 어린이대공원의 명칭 변경을 반대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추억이 사라진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지곡유원지’가 ‘어린이대공원’으로 개칭되고 난 후에도 ‘성지곡유원지’의 아름다운 추억과 이름은 기억되었듯이, ‘어린이대공원’은 과거와 현재, 앞으로도 추억과 이름이 그대로 오롯하게 남을 것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시인의 시 ‘꽃’의 한 구절처럼 내가 추억의 이름을 부른다면 추억은 서슴없이 내 앞으로 와 꽃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새로운 시대가 부르고 싶은 이름을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

부산진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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