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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집의 두 얼굴 /김희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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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0-11-11 19:23:47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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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우리가 사는 곳이다. 세상에서 가장 편한 공간이다. 힘겹고 어려운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집에 가고 싶다’이다. 소중한 공간이지만 그동안 먹고 살기 바빠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최근 집에 대한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 집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각자의 삶에 맞게 가꾼다. 방송을 보면 그런 모습을 쉽게 접할 수 있다. EBS의 ‘건축탐구 집’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집의 가치는 더욱더 커졌다. 예전보다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었다. 회사 대신 집에서 일하고, 밥 먹고, 술 마시고, 취미 생활도 한다. 예전에는 대부분 집 밖에서 했던 일들이 이제 집에서 이뤄진다.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당연히 시선은 집으로 향한다. 그 영향으로 집을 꾸미는 일에 신경 쓴다. 올해 가구와 가전제품 매출이 증가했으며 당근마켓에서 가장 많이 팔린 물품 중 하나가 화분이라고 한다. 역시 집의 재발견이 낳은 현상이다.

코로나19가 진정되면 상황은 달라질까. 예측하기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집의 소중함과 가치를 깨닫고 집을 중심으로 한 문화가 어느 정도 형성됐기 때문에 예전처럼 단순히 ‘먹고 자는’ 공간으로만 집을 인식하는 시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사는 곳으로서 집의 얼굴을 봤다. 집은 또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다. ‘매매하는 것’으로서의 집,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재산으로서 집이다. 다른 얼굴은 얼마 전부터 부산에서 무섭고 광폭하게 변했다. 이렇게 표현한 이유는 짐작될 것이다. 지난해 11월 해운대 수영 동래가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 후 1년 동안 아파트 가격이 무섭고 광폭하게 치솟았다. 그동안 ‘부동산 가격은 오늘이 가장 싸다’는 말이 수도권에서만 통용되는 줄 알았다. 지금은 부산 아파트 시장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표현이 돼 버렸다. 아파트 가격은 워낙 많이 소개돼 구체적인 수치는 이 자리에서 언급하지 않겠다.

불붙은 부동산 시장은 일상을 바꿔버렸다. 사람들은 만나면 안부 대신 “아파트 가격이 얼마나 올랐느냐?”고 묻는다. 대화 주제도 대부분 부동산이다. ‘어디 아파트가 얼마나 올랐다’, ‘앞으로 어디가 상승한다’ 등의 대화가 우리 생활에 깊이 스며들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 자체적으로 가격 관리를 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동안 언론을 통해 접한 수도권의 일상이 부산에서도 현실이 된 것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무조건 색안경을 쓰고 볼 수는 없다. 앞서 언급했듯 아파트나 집은 사는 공간이지만 한편으로 소중한 재산이다. 매일 직장에서 전쟁 같은 삶을 견딘 평범한 사람들이 대출 이자까지 꼬박꼬박 갚아서 마련한 알토란 같은 것이다. 그런 아파트 가격이 올랐다면 기쁜 게 당연하다.

그런데 한 가지 짚어볼 대목이 있다. 과연 아파트 가격 상승은 모두에게 기쁜 일인가? 물론 웃는 사람이 있지만 낙담하는 사람도 있다. 아마도 30대 이하의 젊은 세대가 절망감에 빠졌을 것이다. 그들이 아무리 노력하고 발버둥 쳐도 아파트 가격은 손에 닿을 수 없는 곳으로 가버렸다.

그래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이란 우울한 단어까지 등장했다. 그나마 ‘영끌’은 티끌만큼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포기한 사람도 적지 않다. 그들은 돈이 모이면 주식시장으로 간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보고서를 보면 20대의 주식 자산 비중이 지난해 5.5%였으나 올해는 13.3%로 늘었다. 30대도 8.8%에서 12.9%로 증가했다.

2020년 11월 현재 집은 우리에게 두 가지 얼굴을 한 번에, 그것도 극명하게 보여준다. 서로 어울리지 않는 것 같지만 ‘지킬 박사와 하이드’처럼 공존한다. 오해는 마시길. 두 얼굴은 선악의 관점에서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어떤 얼굴을 가진 집에 살고 있을까. 그리고 어떤 집을 바랄까. 한 번쯤 자신의 집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경제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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