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메디칼럼] 고통의 문제 /최병현

  • 최병헌 양산부산대병원 외과교수
  •  |   입력 : 2020-11-09 19:36:06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얼마 전에 책을 보다가 아빌라의 성녀 테레사의 일화를 읽게 되었다.

   
어느 날 기도 중에 성녀가 “하느님 어째서 세상에는 이렇게 고통이 많나요?”라고 물어보았다. 하느님께서 “그것이 내가 내 친구들을 대하는 방식이고, 그 고통을 통해 나를 만날 수 있다”고 대답했다. 물론 테레사 성녀는 성녀답게 여기서 그치지 않고, “왜 주님이 그렇게 친구가 적은지 알만 하군요”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고통의 문제에 대해 종교마다 저마다의 답을 주지만, 사실 그렇게 쉽게 납득되는 답은 없는 듯 하다. 특히 선천적으로 아프게 태어난 아이들을 대하다 보면 신이란 존재는 없든지, 있어도 상당히 고약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얼마 전 11살짜리 남자아이를 수술하게 되었다. 태어날 때부터 신장에 문제가 있어 고생을 하다가 결국 복막투석을 하는 아이였는데, 마침 소아 뇌사자가 있어 신장을 기증받게 된 것이다. 최근에는 소아 뇌사자의 경우 소아 장기 기증 대기자에게 우선적으로 이식받을 기회가 제공되도록 시스템이 바뀌었는데,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 아이는 또래의 아이들보다 조금 작을 뿐, 그동안 신장이식을 했던 아이들처럼 동반된 기형이 없었기 때문에 지능도 정상이었고 말도 잘했다. 처음 보았을 때부터 아이가 참 침착하고 착하다는 생각을 했다.

뇌사자 신장이식에서는 흔한 일인데, 신장이식 수술은 잘 되었지만, 이식 받은 신장의 기능이 바로 회복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보통 소아에서는 그런 경우는 드문데, 이 아이의 경우는 그런 경우에 해당되어 중환자실에서 투석을 하며 일주일 정도 지내게 되었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이전과 달리 부모와의 면회마저도 제한되는 상황에서 아이가 답답한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것을 보니 마음이 안쓰러웠다. 정신의 기능이 상대적으로 약한 노인은 중환자실에 오래 있으면 ‘섬망’이라고 불리는 정신적인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아이는 묵묵하고, 씩씩하게 그 기간을 잘 견뎌 내었다. 회진을 가서 아이에게 괜찮으냐고, 아프지 않으냐고 물어보면, 늘 견딜만하고 괜찮다고 대답하였다. 그런 대답이 난 무척 신선했다. 그 나이 때 아이들은 수술하고 나면 아프다고 울거나 수술 상처부위를 소독하러 가기만 해도 무섭다고 인상을 찡그리는 경우가 보통이기 때문이다. 중환자실에 가서 “간호사 이모들이 잘해주니?”라고 웃으며 물어보니 아이는 그저 미소를 짓고, 간호사 선생님들이 애가 장하다고 야단이었다. “어떻게 이런 애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이뻐 죽겠어요” 많은 중환자 아이들을 본 간호사들이 그렇게 이야기할 정도면 그동안 보아 왔던 아이들과는 달리 이 친구가 특이하기는 한 모양이다.

오래 아픈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또래보다 미리 성숙해지고 어른스러워지게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게 반드시 좋은 일인지는 모르겠다. 오히려 영악해지고 시니컬하며 심지어는 표독스럽게 변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그 차이는 어디서 오는가? 타고난 성품의 차이인가? 그런 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것은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아닐까 싶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 왜 나에게만 생기느냐고 불평하고 운명을 저주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미 생긴 일에 대해 이유를 따지기보다 현실을 빨리 받아들이고 천진하고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는 것이 확실히 더 나은 것 같다. 정신이 퇴행될 정도로 모진 고문을 받은 천상병 시인이 ‘귀천’이라는 시에서 세상을 보고 돌아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할 거라는 그런 정신과 일맥상통하는 게 아닐까 한다.

   
신장을 이식받은 이 아이도 지금은 다행히 소변이 잘 나오고, 이식한 신장기능이 회복 중이다. 더 투석은 안 받아도 될 것 같다. 감사한 일이다.

양산부산대병원 외과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국민연금 한 번도 못 낸 청년 21만명…10명 중 9명은 '실직'"
  2. 21246회 로또 1등 16명…당첨금 각 18억 8,103만 원씩
  3. 3‘부산살이’ 한 달 된 부캉이…주말 북항 친수공원 인파 몰려
  4. 4통영서 단체 수영하던 50대, 1.8㎞ 표류…해경 구조
  5. 5[날씨칼럼] 날씨와 기후 사이, 평년값으로 읽는 10월
  6. 6[속보] 재커라이어, 나흘 만에 경질.. ‘역대 최단 기간’ 백악관 대변인
  7. 7[속보] 추미애 “순직 소방관께 깊은 애도, 근무 환경 살피겠다”
  8. 8부천 공장 화재 순직 소방관 장례 '경기도청장'으로 엄수
  9. 9제자 성추행한 초등 교사에 기부금 전달한 전현직 교사 '불구속 송치'
  10. 10부산·울산·경남 가끔 구름 많다가 밤부터 흐려져
  1. 1[속보] 추미애 '소방 재정 빨대' 발언 사과…“폄훼 의도 없어”
  2. 2李대통령, 부천 화재 순직 소방관 조문…“영원히 기억할 것”
  3. 3국힘, 秋 ‘재정 빨대’ 발언 사과에 “‘사과 바라시니까’…끝까지 오만”
  4. 4김민석, '재정 빨대' 발언 사과... "추미애에게도 사과 요청했다"
  5. 5[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6. 6[속보] 김민석 "'조희대 탄핵 추진' 논의 공식화"
  7. 7이 대통령 "부마항쟁과 5·18, 헌법 담아내야" 국회에 개헌 논의 촉구 (종합)
  8. 8이헌승 "국제신문 실질적 대주주 조사 미흡" 질타에 부산노동청장 "다음주 면담"
  9. 9北,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2종 시험발사(종합)
  10. 10李대통령 “부마항쟁과 5·18 헌법 수록 개헌, 국회가 나서달라”
  1. 1"국민연금 한 번도 못 낸 청년 21만명…10명 중 9명은 '실직'"
  2. 21246회 로또 1등 16명…당첨금 각 18억 8,103만 원씩
  3. 3"통합 앞둔 발전5사, '8020억 자회사 부채' 승계계획 전무"
  4. 4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8.3원… 전주보다 1.2원 ↓
  5. 5부산 이전 1차 공공기관 4곳, 수도권에 여전히 495명 잔류
  6. 6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7. 7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8. 8누리호 탄 군집위성, 발사 14시간 만에 첫 지구 촬영 성공
  9. 9부산 9월 취업자 9000명 늘었지만…'경제허리' 40·50대 3만명↓
  10. 10‘신뢰 시그널’ 없는 증시…외인 이달만 18조 투매
  1. 1‘부산살이’ 한 달 된 부캉이…주말 북항 친수공원 인파 몰려
  2. 2통영서 단체 수영하던 50대, 1.8㎞ 표류…해경 구조
  3. 3[날씨칼럼] 날씨와 기후 사이, 평년값으로 읽는 10월
  4. 4[속보] 추미애 “순직 소방관께 깊은 애도, 근무 환경 살피겠다”
  5. 5부천 공장 화재 순직 소방관 장례 '경기도청장'으로 엄수
  6. 6제자 성추행한 초등 교사에 기부금 전달한 전현직 교사 '불구속 송치'
  7. 7부산·울산·경남 가끔 구름 많다가 밤부터 흐려져
  8. 8"뉴스거리 만들려 범행" 인천 흉기난동범 최충락 주거지 압수수색
  9. 9광주서 승합차·시내버스·오토바이 추돌…2명 경상
  10. 10이태원 참사 유족, 4주기 앞두고 진상규명 촉구…"책임자 처벌" 외치기도
  1. 1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2. 2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3. 3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4. 4[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5. 5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6. 6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7. 7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8. 8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9. 9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10. 10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국제칼럼 [전체보기]
사라지는 것, 귀 기울일 것
열린 사회와 그 적들
기고 [전체보기]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도청도설 [전체보기]
은정이라는 이름
다시 영화의 시간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초대 중수청장, 내편 네편 아닌 국민편에 서라
지자체, 현수막 법 준수하고 실태부터 파악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다민족 사회
부캉이가 북항에 던진 질문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거울 속의 외계인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