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부산·서울시장 선거도 ‘소리 없는 아우성’이 될 것 같다. 코로나19가 전통적인 유세에 사망선고를 내렸기 때문이다. 유행가에 맞춘 율동은 지난 4월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신 적은 비용에 감염 걱정이 없는 ‘SNS 정치’는 유례 없이 각광 받았다. 10개월 넘게 이어진 ‘거리두기’는 SNS 사용자의 폭발적인 증가를 불렀다. 지난 9월 시사주간지 ‘시사IN’의 신뢰도 조사결과 우리 국민이 가장 신뢰하는 매체 1위가 유튜브였다. 이제 ‘온라인 민심잡기’는 정치인의 필수능력이다.
SNS의 핵심은 콘텐츠와 전파력. 누군가의 ‘좋아요’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SNS는 ‘핫 미디어’와 ‘쿨 미디어’ 성격을 동시에 지닌다. 캐나다의 문화인류학자 마셜 맥루언은 1964년 ‘미디어의 이해’라는 책에서 미디어를 하나의 감각에만 의존하는 배타적 매체(핫 미디어)와 여러 감각을 활용해 이용자 참여를 유도하는 쿨 미디어로 나눴다. SNS 구독이 적다는 것은 ‘구독’이라는 대중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했거나 ‘내 편만을 위한 콘텐츠’를 제작해 누군가에게 차단 당한 탓이다.
최근 국민의힘이 주최한 ‘부산시장 시민후보 찾기 공청회’에서도 SNS가 입길에 올랐다. 청년대표의 쓴소리가 특히 여운이 컸다. “대한민국 국민 1500만 명이 인스타그램을 사용하는데 국민의힘 팔로워는 3800여 명(더불어민주당 7만2000명)에 불과하다. 20대와 제대로 소통하고 있는 게 맞나.” 젊은층이 가장 즐겨쓰는 SNS를 방치하면서 어떻게 ‘집권’을 입에 올리느냐는 비판이다. 페이스북 구독자는 민주당이 많은 반면 유튜브는 국민의힘이 앞선다.
부산시장 후보군의 SNS 독자층도 차이가 크다. 국민의힘 이언주·박형준 전 의원만 페이스북·인스타그램·유튜브의 총 구독자(또는 팔로워)가 10만 명을 넘는다. 부산시장을 역임한 서병수 의원을 포함해 다른 후보군은 2만 명 이하였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춘·김해영 전 의원 역시 ‘SNS를 통한 정치철학’ 공유에 적극적이지 않은 듯 했다. SNS를 통해 정국 이슈를 주도하는 이재명 경기지사(페이스북·유튜브 구독자 50만 명 이상)와는 비교조차 하기 민망한 수준이다.
SNS는 경선규칙과도 연동된다. SNS 팬층이 두터운 박형준·이언주 전 의원은 국민경선 100%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중적 인지도가 낮은 다른 일부 후보들은 기존 ‘50(당원) 대 50(국민)’ 비율을 여전히 선호한다.
SNS 영향력은 콘텐츠에서 나온다. 청와대 소통비서관실의 슬로건은 ‘재밌고, 진지하면서도, 호소력 있으며, 확산력까지 갖춘 콘텐츠’다.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정혜승 전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에 비유될 만큼 불가능한 미션이자 5000만 국민의 마음 잡기가 ‘극한 직업’임을 토로하는 고백처럼 읽힌다. 최근 청와대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반 출생)의 필수 SNS인 ‘틱톡’에 계정을 개설했다가 뜻밖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틱톡은 중국의 바이트댄스가 개발한 SNS.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용자 정보 유출을 이유로 제재 목록에 올려 이슈가 됐다. 몇몇 언론은 “청와대가 미중 갈등의 ‘뜨거운 감자’인 틱톡을 사용한 시점이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시점’까지 따질 만큼 SNS는 이미 정치의 중심에 섰다.
정치인에게 콘텐츠는 시대를 보는 눈이다. 권력은 대중이 정치철학에 공감할 수록 커진다. “대한민국이 갈수록 이상해지고 있다. 온전한 게 하나도 없는데 대통령 지지율이 40%를 넘는다”(국민의힘 김미애 비상대책위원)고 불평해봐야 내 편은 결집시킬 수 있어도 외연 확장은 어렵다.
미국 언론도 트럼프가 4년 전과 달리 러스트벨트(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에서 고전한 원인 중 하나로 갈등·분노·편가르기 전략을 4년 내내 구사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트럼프가 자신이 의도적으로 만든 ‘반트럼프 연대’에 당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트럼트의 불복 선언이 나오자 “패자는 미국”이라고 한탄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재난시스템 붕괴를 경험한 미국이 ‘민주주의 위기’라는 더 큰 소용돌이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에 이어 더불어민주당이 당원투표로 당헌을 뒤집는 난맥상까지 겹치면서 정파성을 떠나 올바른 정치시스템과 국민 통합에 대해 고민하는 유권자가 늘었다.
그래서 부산시장 후보군에게 하나의 시험을 제안한다. 최소한 SNS만이라도 “상대를 악으로 규정하는 관습에서 벗어나는 건”(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어떨까. 경쟁후보끼리 토론을 통해 부산의 청사진을 함께 만드는 과정을 유튜브로 중계하는 건 어떨까. 결과를 예단할 순 없지만 ‘좋아요’가 늘어날 때마다 민주주의는 한 발 나아가고, 사회 갈등비용은 조금씩 줄어들지 않을까.
디지털국장 ns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