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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시간 관리의 자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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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공간은 사물의 집이다. 사물은 시·공간을 떠나선 존재할 수 없다. 한자말 ‘우주(宇宙)’에 그 이치가 고스란히 담겼다. ‘우’는 사방상하(四方上下)의 공간을, ‘주’는 고왕금래(古往今來)의 시간을 뜻한다. 시·공간 관리가 인간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한 이유다. 시간 관리의 경우, 우리나라는 예부터 그 방법을 중국에 의존했다. 그 기원은 한나라 무제 때 ‘사기’의 저자인 사마천 등이 만든 ‘태초력(太初曆)’인데, 달과 태양의 움직임을 모두 고려한 태음태양력(太陰太陽曆)이다.

   
태초력의 발생지는 황하 유역이라 한반도와 시간 차가 나 우리 실정에 맞지 않다. ‘대한(大寒·큰 추위)이 소한(小寒·작은 추위) 집에 가서 얼어죽었다’는 속담에서 그 사정이 잘 드러난다. 24절기가 만들어진 황하 유역에서는 대한이 소한보다 더 춥지만, 우리나라에선 소한의 추위가 대한을 압도한다. 역대 우리 왕조는 이런 역법의 오차를 보완하기 위해 많은 애를 썼다. 북경의 천문관측 결과를 한양에 맞게 보정한 조선 세종 때의 ‘칠정산 내편’이 그 한 예다. 1644년(인조 22)에는 청나라에 도입된 서양 역법을 배우기 위해 문신 김육을 연경(현 북경)에 사신으로 보내기도 했다. 중국의 시간을 우리 시간으로 바로잡기 위한 ‘시간 관리의 자주화’ 노력이었다.

서양식 태양력을 적용하는 오늘날에도 중국식 태음태양력의 영향력은 여전하다. 기상청이 지난 47년(1973∼2019년)간 입동에서 대한까지 겨울에 해당하는 절기의 최저기온을 분석한 데서도 우리 생활 속에 스며든 중국 역법의 유습을 목격한다. 기상청 분석 결과에서 소한과 대한의 역설적 관계가 다시금 확인됐다. 소한의 47년 평균 최저기온은 영하 5.8도인데, 대한은 이보다 0.2도 높은 영하 5.6도로 나타났다. 새삼스러운 사실이 아닌데도 그 역설적 양상에 또 눈길이 간다. 더불어 시간 관리의 자주화 문제도 거듭 떠올리게 된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의 당선이 확실해지면서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한층 뚜렷해진다. 바이든이 부통령으로 재직할 당시 박근혜 정부에 ‘미국 줄서기’를 요구한 바 있어, 미중 사이에 낀 우리 입장이 트럼프 때보다 더 난처해질 수 있어서다. 미중은 각각 ‘워싱턴 시간’과 ‘북경 시간’을 가리키며 우리의 시간을 자신에게 맞추라고 압박할 것이다. 시간 관리의 자주화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난제임을 보여준다. ‘우리만의 시간’이 더욱 간절해지는 나날이다.

이경식 논설위원 yis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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