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매사추세츠주 플리머스에 400년 미국 역사의 상징이 있다. ‘플리머스 바위’다. 1620년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대서양을 건넌 영국 청교도인 ‘필그림 파더스’가 신대륙에 상륙할 때 처음 밟았다는 바위다. 플리머스 바위에 새겨진 ‘1620’이라는 숫자가 그 징표다. 그 바위가 400년 전 바로 그 바위인지 누가 알랴마는 영국 플리머스에서 출발해 신대륙 플리머스에 도착한 기막힌 인연이 미국의 시작임은 분명하다.
‘이민자의 나라’ 미국에 한국의 뿌리도 깊다. 1903년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 계약 노동자들이 물꼬를 텄다. 그해 1월 2일 일본 나가사키항을 떠나 1월 13일 호놀룰루항에 내린 갤릭호엔 한인 102명이 타고 있었다. 같은 해 철도 건설이나 과일 농장에서 일하면 하와이보다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소문에 미국 본토로의 이주도 이뤄졌다.
이후 한국전쟁과 1965년 미국 이민법 개정에 따른 가족 이민 시작 등으로 아메리칸 드림이 본격화했다. 2015년 외교부 집계를 보면 전 세계 175개국에 718만 명의 한국인이 살고 있으며, 이 가운데 미국이 224만 명으로 258만 명인 중국 다음으로 많다.
미국 이민사에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졌다. 첫 한국계 여성 연방 의원 탄생이다. 메릴린 스트릭랜드(58)가 주인공이다. 워싱턴주 제10선거구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됨에 따라 김창준 전 하원의원, 재선에 성공한 앤디 김(민주·뉴저지주 제3 선거구)에 이어 하원의원에 뽑힌 세 번째 한국계 미국인이 됐다.
스트릭랜드 당선자는 1962년 서울에서 아프리카계 흑인 미군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고, 1년 6개월여 만에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떠났다. 한국 이름이 순자다. 그는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참 재밌는 것이 그 이름은 제가 태어난 시기를 알려주고 있어요. 한국에서 특정 이름이 특정 기간 인기가 있었는데 제 이름이 그렇거든요”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애정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로 풀이된다.
그가 더 자부심을 갖는 건 끊임없이 공부하라고 격려한 자신의 한국인 어머니와 한국계라는 정체성이다. 선거운동 홈페이지에 “연방정부 차원에서 워싱턴주를 대표하는 첫 흑인 미국인이자, 230년 역사의 의회 역사상 첫 한국계 미국인 여성이 될 것”이라고 적었다.
꿈을 찾아가는 이민이라지만, 반대로는 삶터가 바뀌는 디아스포라(離散·이산)다. 그 신산스러움을 헤아리는 울타리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정상도 수석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