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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진실은 가둘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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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통령 이명박 씨가 지난 2일 수감되기 전 남긴 말이 화제다. “나를 감옥에 가둘 수는 있어도, 진실을 가둘 수는 없다.” 마치 양심수의 최후 절규처럼 들리기도 하고, 운율마저 딱 딱 떨어져 입과 귀에 ‘착’ 감기는 맛이 있다. 그런데 아무래도 창조적 문장은 아닌 듯 싶다. 어디선가 많이 들은 말이다.

우선 6월 민주항쟁 30주년을 기념해 2017년 12월 개봉한 영화 ‘1987’에 이 말이 나온다. 영화에서 1987년 당시 수감돼 있던 동아일보 해직기자 이부영은 친분이 있던 교도관에게 과실치사 혐의로 옆방에 수감돼 있는 경찰관들로부터 들은 박종철 군 사망 경위의 진실을 알려달라며 호소한다. “진실을 감옥에 가둘 수는 없습니다.”

출처를 찾아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 보면 이명박 씨와 악연으로 얽힌 인물에 닿는다. 바로 정봉주 전 의원이다. 정 전 의원은 2007년 말 제17대 대통령선거 당시 이명박 후보의 BBK 주가조작 및 다스 실소유주 의혹을 제기하며 ‘MB 저격수’로 불렸다. 하지만 당시 검찰과 특검이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이 씨를 무혐의 처분하는 바람에 결국 허위사실유포 죄로 2011년 말부터 2012년 크리스마스까지 1년간 실형을 살았다. 문제의 말은 2011년 12월 22일 확정판결 당시, 한 여성 지지자가 대법원 앞에서 흔든 ‘진실을 가둘 수는 없다’는 푯말을 통해 나왔다. 이어 수감일인 26일 조간신문에 이화여대 재학생과 졸업생 865명 명의로 ‘사람을 감옥에 가둘 수는 있어도, 진실을 감옥에 가둘 수는 없습니다’는 전면 광고가 게재된다. 정 전 의원은 수감 직전 “오늘은 진실이 구속되지만, 내일은 거짓이 구속될 것이다”는 말로 이명박 씨를 겨냥했다. 그리고 이제 그 반대의 경우가 됐고,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말이 나왔다.

그런데 사실 이 말이 40, 50대에게 가슴 뭉클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따로 있다. 1990년 12월 12일 불과 43세 나이에 작고한 고 조영래 변호사 때문이다. 그는 노동자 여성 등 사회적 약자 인권보호와 진실규명에 헌신했고, 사법시험에 붙고도 6년 간 수배자로 지내며 명저 ‘전태일 평전(어느 노동자의 삶과 죽음)’을 집필하는 등 짧지만 불꽃 같은 생을 살았다. 지인들이 이듬해인 1991년 12월 ‘조변’을 기리며 유고집을 냈다. 책 제목이 ‘진실을 영원히 감옥에 가두어 둘 수는 없습니다’(창비) 였다. 마침 일주일 후인 오는 13일은 전태일 50주기다. 이명박 씨가 이런 내력까지 알고 ‘말 흉내’를 냈을까? 묻고싶다. 그 말의 주인은 누구입니까?

이승렬 논설위원 bungs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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