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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라면에 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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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의 마트에서 한국 라면을 사먹어보면 가끔 실망한다. 분명 같은 라면인데 국내에서 먹던 그 맛이 아니어서다. 실제로 현지 생산 제품은 원재료의 풍미가 다르고, 종교 등의 이유로 수프의 성분 일부가 빠져있을 수 있다. 그래서인지 유학생들에겐 가족이나 친구가 직접 공수한 한국 라면이 최고 인기다. 올 2월 코로나19 유행 초기 광주 모 병원에 환자와 보호자 수십명이 격리됐을 때도 그들이 창밖으로 내민 메모지엔 컵라면이 먹고 싶다고 적혀있었다. 인스턴트 라면이 일본에서 개발된지 올해로 62년, 한국에 첫선을 보인지 57년이 지났지만 라면 사랑은 좀처럼 식지 않는다.

2년전 한 여론조사업체가 서울 경기 강원 충북 충남 전북 전남 경북 경남 부산 등 10개 지역의 선호 라면 브랜드를 조사했더니 재미있는 결과가 나왔다. 8개 지역 1위는 신라면이었다. 그러나 부산과 경남에서만 유독 안성탕면이 1등이었다. 안성탕면의 위상은 신라면이 나오기 전엔 독보적이었다. 전문가 분석은 이렇다. 안성탕면은 쇠고기 육수에 된장과 간장으로 맛을 내는데 경상도가 이런 된장 양념을 좋아한다는 거였다. 하지만 정작 이 지역 주민들은 고개를 갸웃한다. 싸고 맛있어서 먹는데 별 이유가 있느냐는 식이다. 입맛에 대한 의리라고나 할까.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9월 라면 수출이 작년 동기보다 36.3%나 늘었다. 9월까지 수출액은 5174억 원으로, 올해 최대 실적이 예상된다. 이미 미국과 중국의 라면 수입국 1위는 일본이 아닌 한국이다. 미국 뉴욕타임스조차 세계에서 제일 맛있는 라면으로 신라면블랙을 꼽았을 정도다. 라면의 기원은 중국이고 발전은 일본 덕분이지만 꽃은 한국이 피운 셈이다. 김치 수출도 급증했다. 작년 동기 대비 9월 증가율이 38.5%나 된다. 라면과 그의 짝꿍 김치가 세계 무대에서 동반 성장하고 있다.

김치가 다이어트에 좋다는 건 많이 알려졌다. 최근엔 항바이러스 효능을 캐고 있다. 프랑스 몽펠리에대학 연구팀은 발효된 배추를 먹는 식생활 때문에 한국의 코로나 사망자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연구를 내놓기도 했다. 17년 전 코로나와 같은 계열인 사스가 창궐했을 때 한국엔 확진자가 거의 없어 김치 덕분이란 말이 돌았다. 장기 보관이 가능한 비상식품이자 간편식인 라면과 면역력 증강을 돕는 발효식품 김치가 코로나 시대에 주목받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뜨거운 면발에 착 감긴 김치 한 젓가락의 위안을 세계인들이 알아가는 중이다.

강필희 논설위원 flut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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