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얼굴을 새롭게 바꿀 북항 재개발이 진행 중이다. 1차 개발과 함께 2차 개발 계획도 발표되었다. 북항을 새롭게 부를 이름도 공모한다고 한다. 북항에 오페라 하우스가 들어서게 된다고 하니, 부산이 문화가 살아있는 공간으로 변모할 것이라고 많은 시민은 벌써 기대감에 들떠 있다. 그러나 정말 그럴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해선 긍정적인 대답만 할 수가 없다. 이미 1차 개발 과정에서 보여준 북항의 밑그림은 문화적 토대가 기초가 아니었다. 경제적 논리에 의해서 좌지우지된 부분들이 생각보다 너무 많았다.

정말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공간이 될까? 그래서 그곳에 들어서는 시민이 문화의 바다에 빠져 지친 삶의 생기를 다시 회복하는 공간이 될 수 있을까? 아무도 장담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북항에 대한 문화 영향평가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뚱딴지같이 환경영향평가도 아니고 무슨 문화 영향평가냐고 반문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평가는 환경영향평가이다. 일상의 삶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줄 알면서도 환경보다 개발을 우선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인간이 톡톡히 경험한 결과이다. 환경 파괴가 위기 수준을 넘어선 현재 상황을 감안하면, 환경영향평가는 필수적인 요소가 되어야 한다는 점에 모두 동의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필수적인 환경영향평가도 아닌 문화 영향평가는 왜 또 필요하단 말인가? 우선 우리 삶의 환경이 많이 변한 탓이다. 문화적 가치의 중요성을 깨닫기 시작하면서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문화적 가치가 사회의 모든 영역으로 확산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일반화되었다. 이런 시대적 흐름에 따라 부산시도 올해 1월 ‘부산광역시 시민 문화권 보장에 관한 조례’에서, ‘시민의 문화권과 문화 다양성의 보존 확산을 위하여 문화 영향평가를 실시하여야 한다’고 공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부산은 이제 ‘부산형 문화 영향평가 모델’을 연구 개발해서 시행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사실 서울과 경기도는 2016년에 문화 영향평가 모델을 개발해서 시행에 들어갔다. 서울과 경기가 했다고 부산이 따라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부산 지역문화의 발전이란 관점에서, 일찌감치 주도적으로 시작해야 했다. 강제 사항이 아니라 권고 사항이었기에 시행착오도 있었고, 한계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래서 한계와 문제를 보완해 가면서 문화 영향평가의 시행을 더욱 강화해나가고 있다.

문화 영향평가를 제대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정리되어야 할 것이 많다. 우선 평가 대상을 어떤 기준에 따라 정해야 할 것인가, 평가 지표를 어떻게 객관화할 것인가, 평가기관을 어떻게 선정할 것인가, 평가결과를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 등의 문제이다.

이 중 가장 힘들고도 중요한 지점이 부산의 문화 정체성에 맞는 평가 지표를 잘 구성하는 일이다. 이 평가 지표에 따라 앞으로 부산문화의 지형도가 달라질 것이다. 이 평가 지표에 의해 부산문화의 정체성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부산 지역 문화의 발전 방향과 평가 지표는 같은 방향으로 설정되어야 문화 영향평가의 의미가 제대로 살아날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만들어진 ‘부산형 문화 영향평가 모델’을 가능한 한 빨리 시행하는 일이다. 부산 지역문화의 발전과 시민의 문화 향유권의 실현을 위해서는 이미 문화 영향평가가 이루어져야 했던, 소위 대형 사업들이 많다. 지금도 그런 사업들이 문화적 가치의 고려 없이 진행 중이어서 부산을 비문화적인 도시로 만들어 가고 있다. 그런데 부산시는 내년에 많지도 않은 2건의 문화 영향평가 시범사업 계획을 1건으로 대체할 형편이라고 한다. 코로나19로,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절임을 시민 모두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부산시민이 향유할 문화주권을 제대로 확보해 나갈 수 있는 새로운 토대가 될 부산시 문화 영향평가를 시작부터 그렇게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이는 당장 밥도 돈도 안 되는 문화는 뒷전으로 잠시 밀쳐두어도 된다는 문화 인식 수준의 결과이다. 문화가 정치와 경제와 사회의 발전을 추동하는 근원적 힘이며 토대인데도 말이다. 언제쯤 문화가 시정을 주도하는 시기가 올 수 있을까? 정말 연목구어에 불과한 것일까?

부경대 명예교수·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