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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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최고의 바흐 연주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타티아나 니콜라에바의 음반. |
11월이면 생각나는 신경림의 ‘갈대’란 시 한 편을 인용해 본다.
시칠리아 와인을 마신다. 붉은 와인 잔 속에서 바흐의 시칠리아노를 듣는다. 바흐의 플루트와 하프시코드를 위한 소나타 BWV(바흐 작품번호)1031 중에서 2악장 시칠리아노를 피아노곡으로 편곡한 것이다. 시칠리아노는 시칠리아풍으로란 뜻으로 17, 18세기경 시칠리아섬의 농부들이 추던 춤에서 유래했다. 이후 바로크시대 작곡가들이 음악의 한 형식으로 발전시켰는데 느리고 서정적이며 아름다운 것이 특징이다.
20세기 러시아의 걸출한 여류 피아니스트, 바흐 스페셜리스트 ‘타티아나 니콜라에바’가 연주하는 바흐의 시칠리아노 G단조는 가을빛 저넘어 흩날리는 갈잎의 노래처럼 처연하면서도 아름답게 들린다. 가을이 깊어간다. 며칠전 내린 비 때문인지 도심은 한 걸음만 벗어나면 발아래 수북이 쌓인 낙엽이 계절의 깊이를 실감케 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가 무색할 만큼 낙엽 쓸기에 바쁘다. 11월 한 달만이라도 그대로 두었으면 좋으련만…. 젊었을 땐 ‘구르몽’의 시 ‘낙엽’을 참 많이 읊곤 했다.
로저 윌리엄스의 피아노 연주도 좋았지만 이브 몽탕이 부른 ‘The Autumn leaves’는 마치 가을의 전령사처럼 느껴졌다. 추억의 프랑스영화 ‘밤의 문’에서 이브 몽탕이 흥얼거리던 그 모습이 눈에 아련하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가을이면 낙동강 하구 을숙도의 갈대숲과 시온섬의 노을을 잊을 수 없다. 지금 널리 알려진 순천만의 갈대숲과는 차원이 달랐다. 끝없이 펼쳐진 갈대 사이로 황금빛 노을이 장관을 이루고 저 멀리 흰 돛단배가 반짝이는 물결을 가르며 유유히 흘러가는 정경은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다웠다.
11월에 어울리는 피아노 3중주 몇곡을 올려본다. 슈베르트의 피아노 3중주 2번 OP100, 드보르작의 피아노 3중주 (둠키),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3중주 (위대한 예술가의 생애를 위하여),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3중주 2번 (엘레지) 등이 늦가을의 느낌을 더해준다.
필하모니 대표·음악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