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간다. 이제 시기적으로 올해 태풍은 더 걱정하지 않아도 될듯하다. 불과 몇 달 전 우리는 잇따라 덮친 태풍으로 큰 피해를 보았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올 여름 유난히 뿔이 자주 났다.
8월 10일 제5호 태풍 장미가 제주도와 남해안을 스치고 지나갔다. 다행히 변죽만 울리고 큰 피해는 없었다. 그러나 이를 출발 신호로 8월 말부터 9월 초에 걸쳐 제8호 바비, 제9호 마이삭, 제10호 하이선 등 태풍이 줄줄이 한반도로 치고 올라왔다.
짧은 기간 동안 우리는 정신없이 강한 비바람을 맞았다. 홍수로 어디가 땅이고 어디가 물인지 모를 지경이 되었다.
부산에서는 강한 바람으로 고층건물의 유리창이 박살 나 우박처럼 떨어졌다. 울릉도에서는 파도가 집채만 한 테트라포드를 육지로 올려놓았다. 그것도 모자라 터널 안으로 떡 하니 가져다 놓아, 길을 아예 막아버렸다.
태풍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질까? 표층 수온이 높은 저위도 북서태평양에서는 여름과 가을철에 열대성 저기압이 만들어진다. 더운 계절에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면 해수면 바로 위 공기도 데워진다. 데워진 공기가 가벼워져 위로 올라가면서 상승기류가 만들어진다. 그러면 기압이 낮아지고, 그곳으로 기압이 상대적으로 높은 주변 공기가 소용돌이처럼 밀려들어 온다. 바람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중심 기압이 낮아지면 낮아질수록 바람은 더 강해진다.
또한 높은 수온으로 바다 표면에서 증발한 물은 하늘에 많은 양의 비구름을 만든다. 폭우가 내리는 원인이다. 저기압은 고위도로 올라오면서 더운 바닷물에서 계속 에너지를 충전하며 세력을 불려 태풍으로 자란다. 지구가 자전하므로 북반구에서는 시계방향, 남반구에서는 반시계방향으로 이동한다. 학창시절 지구과학 시간에 들었던 ‘코리올리 효과’와 관련이 있다. 북반구에서 고위도 쪽으로 이동하는 태풍의 경로가 대부분 오른쪽으로 휘는 이유다.
최근 북서태평양의 태풍 발생 장소가 점차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또 태풍의 세기도 예전보다 강해지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북서태평양 바닷물 온도가 서서히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북서태평양에서 주변보다 표층수온이 특히 높은 곳을 웜풀(warm pool)이라 한다. 바다 가운데 따뜻한 물 덩어리가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태풍이 주로 발생한다.
열대 바다에서 만들어지는 열대성 저기압은 발생 장소에 따라 태풍, 허리케인, 사이클론 등 여러 가지 이름을 가진다. 태풍은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하는 열대성 저기압으로 아시아 대륙 동부에 피해를 준다.
주로 7월에서 10월 사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친다. 영어로는 타이푼(typhoon)이라 하는데 태풍(颱風)의 중국식 발음이다. 허리케인은 멕시코만과 카리브해를 포함하는 대서양과 북동태평양에서 발생한다. 허리케인은 폭풍의 신, 강한 바람이란 뜻을 가진 스페인어 ‘우라칸’에서 비롯됐다. 사이클론은 인도양과 남태평양에서 발생하는 열대성 저기압이다. 예전에는 오스트레일리아 북부 해역에서 발생하는 열대성 저기압을 윌리윌리라 했으나, 요즘은 사이클론으로 통일해 부르고 있다. 이름은 달라도 모두 강력한 힘을 가졌다.
포세이돈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바다를 다스리는 해신(海神)이다. 끝이 세 갈래로 갈라진 삼지창을 들고 말이 끄는 수레를 타고 바다를 누빈다. 로마신화에 나오는 넵튠과 같다. 포세이돈이 삼지창을 휘두르면 천둥과 번개가 치면서 바다에 큰 바람이 분다.
바람은 엄청난 파도를 만들어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바다를 널뛰게 한다. 폭풍해일로 바닷물이 육지로 치고 들어와 연안을 초토화한다. 파도가 높으면 방파제가 무용지물이 되기도 한다. 자연의 거대한 힘 앞에 인간은 속수무책이다.
포세이돈을 화나게 하는 것 가운데 지구온난화가 큰 몫을 한다. 기온이 올라가면 당연히 수온도 따라 올라간다. 바다 표층의 수온이 올라가면 그만큼 비구름이 많아지고, 더 강한 저기압이 만들어진다. 지구온난화가 가속화할수록 태풍은 점점 강해지고,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다.
포세이돈을 분노하게 만들면 안 된다.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온실가스 대부분은 우리가 생활하면서 만들어진다.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 주도로 전 세계 과학자들이 심혈을 기울여 작성한 기후변화 보고서에는 우리가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으면 앞으로 큰 재앙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지금 당장 온실가스를 줄여 화를 자초하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우리가 아무 대책 없이 지내다 보면, 우리의 미래는 포세이돈이 휘두르는 삼지창에 더 암울해질 것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