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의 산실 경남 진주시 지수초등학교가 최근 대한민국 기업가정신 수도의 성지로 널리 알려지면서 학교를 찾는 방문객이 부쩍 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며칠 전에는 서울에서 신혼부부가 학교를 찾는 등 코로나 시대에 새로운 신혼여행지로 젊은이들의 입소문을 타고 있어 관심을 끈다. 무엇보다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이 영면에 들면서 기업가의 산실로 주목을 받는다.
일제 강점기인 1921년 경남 진주시 지수면 승산리에 지수초등학교가 들어선 뒤 개교 88주년이 되던 2009년 농촌 학령아동이 급격하게 줄자 학교가 인근의 송정으로 이전하고 폐교로 남게 되었다.
그러나 대한민국 산업화를 일군 수많은 기업인을 배출한 유서 깊은 학교가 매각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 필자가 경남도에 근무할 당시 각고의 노력 끝에 2016년 말 학교 소유권이 도교육청에서 진주시로 이관됐다.
2018년 7월 10일 한국경영학회에서 ‘대한민국 기업가정신수도 진주’를 선포함에 따라 학교 본관은 기업가정신교육센터로,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이 기증한 체육관은 기업가정신 전문도서관과 체험센터로 탈바꿈하는 등 기업가정신을 계승하는 메카로 거듭나게 됐다.
지수초등학교는 산 넘어 함안, 강 건너 의령과 경계를 이루는 지리적 여건과 일찍 신식 학교가 열림으로써 인근 학생이 학교로 몰려들었다. 이 마을에 살았던 LG그룹 구인회 회장, 의령군 정곡면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 함안군 군북면 효성그룹 조홍제 창업주가 동문수학 했으며 세 분이 심었던 ‘부자소나무’가 지금도 교정을 지키고 있다.
이들 외에도 구철회 LIG그룹 창업주, 허정구 삼양통상 명예회장, 구정회 옛 금성사 사장, 구태회 LS그룹 명예회장, 허준구 LG 명예회장,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구평회 E1 명예회장,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 허신구 GS리테일 명예회장, 허완구 승산그룹 회장, 최종락 국제플랜트 회장, 구자신 쿠쿠전자 회장 등 무려 60여 명이 이 학교를 졸업한 기업가다.
1980년대 한 일간지 보도에서 당시 100대 기업인 중 30명이 지수초등학교 출신이라고 했을 만큼 수많은 기업가를 배출한 학교로 유명하며 어린이들이 즐겨 부르는 ‘꼬까신’ 동요를 지은 최계락 시인도 이 학교 출신이다.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끈 많은 기업인을 배출한 지수초등학교는 내년에 개교 100주년을 맞게 된다. 지수초등학교 개교 60주년이 되던 1981년에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을 총동창회장으로 추대하면서 결성된 지수초등학교총동창회에서는 개교 100주년을 맞아 기념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내년 2월에 ‘지수초등학교와 기업가 정신’이라는 주제의 100주년 기념 세미나를 시작으로 같은 해 5월 9일 개교 100주년 기념식을 열고 지수초등학교 부지를 기부한 허복 선생 공덕비와 본교 제19회 졸업생인 최계락 선생이 작사한 동요 ‘꼬까신’ 노래비를 건립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개교 100년사를 발간하고, 100주년 기념 역사관·기념탑을 건립할 계획이다.
학교가 있는 승산부자마을은 600년의 역사와 전통이 살아있는 천하 제일 명당이며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 현장으로 귀감이 되는 곳이다. 마을에는 LG, GS, LS, LIG, 쿠쿠전자, 알토전기 회장 등의 창업주와 허구연 야구해설전문가 생가들이 줄지어 있는 등 전주한옥마을보다 더 많은 고택이 즐비하다. 임진왜란 당시 700명의 의병을 모아 진주성 1차 전투에서 공을 세운 관란 허국주 선생이 노년을 보낸 관란정과 허만정 GS 창업주의 아버지되는 지신정 허준 선생의 선행을 기록한 허씨의장비가 이 마을에 있다.
금성, 삼성, 효성의 창업주들이 우정을 다지고 꿈을 키웠던 역사의 현장인 지수초등학교가 청년에게는 창업 의지를 불태우고, 기업인에게는 기업가정신을 되새기며, 실패한 기업인에게는 재기를 다짐하는, 대한민국 기업가정신 수도의 성지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지수초등학교총동창회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