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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지역맞춤형 계약학과 활성화 나서라 /이승렬

졸업 전 대학생 극단 선택, 절망적 취업난 현실 반영

청년 이탈 막고 희망 찾기, 지역기업·대학 계약 통한 맞춤형 협업 절실히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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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부산대 건설관 앞에서 이 학교 재학생이 숨진 채 발견됐다. 졸업을 앞둔 이 학생은 취업 걱정에 괴로워했다고 한다. 그의 안타까운 죽음이 지역사회와 대학에 던진 충격파가 여전하다. 대학의 위기를 넘어 ‘이제 지역 청년이 위험하다’는 강력한 신호다. 그런데도 지역의 중견 기업들은 “글로벌 역량을 갖춘 인재를 구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대학 졸업생은 갈 만한 직장을 찾기 힘들다 하고, 그런 낌새를 알아챈 고교생은 아예 수도권 대학을 목표로 삼고, 지역기업은 인재난을 호소하는 상황의 무한반복이다. 청년들은 떠나고, 고령화는 가속화되고, 도시의 미래는 어두워진다.

암울한 도시의 미래를 밝히기 위한 ‘희망 찾기’는 어디서 시작할 수 있을까? ‘계약학과’ 제도에 주목하면서 이른바 ‘지역맞춤형’ 계약학과 확대 운동을 제안한다. 생소하게 들릴 수 있지만, ‘계약학과’의 역사는 짧지 않다. 2003년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협력촉진에 관한 법률’ 제8조에 의해 탄생했다. 국가·지방자치단체 또는 산업체 등과 계약을 맺고 설치·운영할 수 있다. 형태는 기업체 직원 재교육이나 직무능력 향상을 위한 ‘재교육형’과 채용을 조건으로 특별한 교육 과정의 운영을 요구하는 ‘채용조건형’이 있다. 계약 기업이 학자금의 전액 또는 50% 이상을 부담하고, 특히 채용조건형 계약학과의 경우는 졸업과 동시에 취업하는 혜택이 주어진다. 이미 전국 70여 개 대학에서 240여 개 학과 및 전공이 계약학과로 운영 중이다.

부산 울산 경남에도 2020학년도 기준 11개 대학에 23개 계약학과가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수가 턱없이 부족하고 그나마 대부분은 재교육용 학과라는 점이다. 채용조건형은 신라대 뷰티비즈니스학과 1곳 뿐이다. 2021학년도는 동의대가 3개 학과를 신설하지만, 15개 4년제 대학교를 가진 ‘교육도시 부산’의 이름이 무색하다. 대학 숫자만 많았지 시대 변화에 맞춘 혁신 노력은 낙제점에 가깝다.

중요한 것은 인식 전환이다. 그리고 아직 늦지 않았다. 이제라도 지역대학은 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이론과 실기 교육을 제공하고, 기업 및 기관은 졸업 후 채용을 조건으로 학비와 장학금을 제공하도록 계약을 맺어 상호 ‘윈윈’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바이오를 포함한 해양 관련 전공, 첨단 조선·기계·자동차 공학, 금융공기업들과 연계한 AI형 금융공학 및 ICT, 차세대형 첨단 마이스 마케팅 등 영역은 무궁무진하다.

부울경 대학들에 이런 지역맞춤형 계약학과가 100개만 있다고 상상해 보자. 지역의 청년들이 굳이 이른바 ‘SKY 대학’이나 ‘의·치·한’의 문을 통과하지 못했다고 낙담하지 않아도 되고, 지역에서 부모와 함께 뿌리를 내리고 지역 발전에 이바지 할 기회를 얻을 수 있지 않겠는가. 학부모 또한 경제적 심리적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런 희망을 현실화시키려면 대학 자체의 노력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매너리즘에 빠진 천편일률적 학과 및 커리큘럼 운영의 관행을 과감하게 던져버려야 한다. 4차 산업형, 현장 맞춤형 교육과정의 혁신이 요구된다. 그러나 대학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당장 지역 중견 기업체를 방문해 CEO와 접촉을 하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그들을 설득하기란 더 힘들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재계의 참여 의지가 대학의 노력과 호응할 때 비로소 지역맞춤형 계약학과 확산 운동이 시동을 걸 수 있다. 이를 위한 부울경 지역 상공계와 대학들의 창조적 협업이 필요하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사람이 없다며 미룰 일이 아니다. 지역 재계의 원로들부터 나서서 지역 살리기 차원에서 ‘지역맞춤형 계약학과 개설을 통한 청년 희망 선언’을 주도하는 것도 한 방편이다. 부울경에 비록 대기업 본사나 계열사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지만, 그들보다 더 지역 청년을 챙기고 지역의 미래를 걱정하는 강소기업들이 많다는 것을 모르는 이가 없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다면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 삼성전자’와 같은 단독계약형 계약학과가 아니라 업종 조합별 공동계약형 방안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지자체 리더의 역할도 중요하다. 대학과 산업체의 연계활동에 적극 나섬과 동시에 지역맞춤형 계약학과 동참 기업에 대한 과감한 세제 지원 등 인센티브 제공방안도 내놓아야 한다. 마침 차기 부산시장과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이 내년 봄 비슷한 시기에 임기를 시작하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한 확실한 인식 전환이 요구된다. 특히 부산시장의 경우 소속 정당이 어디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지역 청년과 인재들을 객지로 내몰지 않고 붙들어 맬 수 있는 사람, 떠나간 청년 인재들을 다시 불러들여 도시의 미래에 희망의 불꽃을 쏘아올릴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청년들도 먼저 당당하게 이를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논설위원 bungs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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