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지면서 공기가 점차 차가워지고 건조해지는 것이 피부로도 느껴지는 요즘이다. 지난 여름철 동안 내렸던 매서운 빗줄기는 어느덧 약해지고 대체로 맑은 날씨가 이어지는 날이 많아졌다. 높고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음을 시끄럽게 하는 생각들은 어느덧 잠잠해진다. 이처럼 가을의 날씨는 조용하고 사람의 마음을 꽤 안정시켜주는 만큼 지난 여름철보다 선선하고 활동하기에 좋은 날씨가 지속된다. 이런 가을 날씨와 관련된 속담은 여러 가지가 있다. ‘가을 하늘과 큰어미 얼굴은 검어도 좋다’ ‘봄볕엔 며느리 내보내고, 가을볕엔 딸 내보낸다’는 말이 있는데, 가을비와 관련된 속담 중에서는 ‘가을비는 장인 구레나룻 밑에서도 피한다’는 속담이 있다. 가을비는 장인의 구레나룻 밑에서 피할 수 있을 만큼, 비가 내려도 여름철만큼 강수량이 많지 않고, 성기게 내리고 금방 그친다는 뜻이다.
실제로도 가을철 강수량은 여름철 강수량보다 확연히 적다. 또한, 가을철에는 비가 내려도 비구름대의 이동이 빠르고 강수의 지속 시간이 짧기 때문에 여름철에 내리는 비보다는 인적, 물적 피해가 적다. 부산을 기준으로, 여름철 평년 강수량과 가을철 평년 강수량은 약 3배 차이가 난다. 물론 여름철과 가을철 강수의 차이는 강수량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강수일수에서도 차이가 확연히 나는데, 부산의 가을철 평년 강수일수는 20.0일이고, 여름철 평년 강수일수는 35.6일이다. 가을철보다 여름철의 평년 강수일수가 약 15일은 더 많은 것이다.
그렇다면 ‘가을비는 장인 구레나룻 밑에서도 피한다’는 속담에서 비를 잠깐 피해도 왜 사위가 장인의 ‘구레나룻 밑’에서 피하는 것일까? 장인은 아내의 아버지이자 집안의 큰 어른이다. 사위로선 정말 부자지간처럼 허물 없이 편한 사람일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그런 장인의 구레나룻 밑에서 피하려고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위가 장인에게 몸을 완전히 기대는 수밖에 없다. 어려울 수밖에 없는 장인의 구레나룻 밑에서 가을비를 피한다는 것은 장인이 먼저 사위에게 자신의 어깨를 빌려주어 잠깐 내리는 가을비를 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 이 속담에는 ‘사소한 고민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뜻도 함께 있다. 살다보면 앞날이 비 쏟아질 듯 어둡고, 고민거리가 생기면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막막할 때가 있다. 그러나 당장 눈앞에 닥친 일을 차근차근, 어찌저찌 해결하고 나서 나중에 돌아보면 별일 아닌 것도 꽤 있다. 그러니 해묵도록 근심할 일이 아니면 그리 너무 속 태우지 말라며 노심초사하는 이에게 이 속담을 건네기도 하였다. 어쨌든, 애간장을 태우는 사위에게 장인이 먼저 어깨를 빌려줘 본인의 구레나룻 밑에서 가을비를 피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게 아니겠는가!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날씨는 항상 변하고, 손바닥 뒤집듯이 갑자기 바뀌기도 한다. 때로는 매서운 바람과 함께 강하고 많은 비를 퍼붓거나, 한파나 폭염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피해를 입히기도 하는 날씨를 사람이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날씨를 예측함으로써 위험기상에 미리 대비한다면 피해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줄일 수는 있을 것이다. 따라서 기상청은 보다 더 상세하고 구체적인 예보를 생산하고 알려줌으로써 국민이 언제 어디서든 위험기상으로부터 대비할 수 있도록 장인의 구레나룻 같은 역할을 하려고 한다.
기상청에서는 11월 말경 ‘초단기예보’를 매시각 6시간 예보로 개선할 예정이다. 또한, 동네예보에서 3시간 간격으로 표출(강수량/신적설 경우 6시간 간격 표출)하던 예보를 1시간 간격으로 상세화해 예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더불어, 오후 6시에 발표하는 중기 예보통보문에는 ‘글피’ 예보가 삭제되고, 오후 5시에 발표하는 단기 예보통보문에 ‘글피’ 예보가 추가된다. 이미 중기 예보통보문에서 강수 현상에 하늘 상태 외 비, 비·눈, 눈만 표출하던 것을 9월 14일부터 소나기가 추가돼 강수의 패턴을 쉽게 구별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기상청은 이처럼 더욱 상세한 예보를 생산해 국민에게 알려주고, 국민은 폭우와 강풍, 폭설 등으로부터 철저히 대비함으로써, 위험기상에 대한 국민의 근심을 ‘가을비’처럼 잠깐 지나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기상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