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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백신 신속한 개발보다 안전성이 중요하다 /이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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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비디오테이프를 틀면 꼭 나오는 공익 영상이 있었다. “옛날 어린이들은 호환, 마마 등이 가장 무서운 재앙이었으나…”로 시작되는 불법복사테이프 근절 공익광고다. 여기서 말하는 마마는 천연두로 불리는 전염병이다.

18세기 초 유럽에서만 매년 40만 명이 천연두에 걸려 사망했다. 천연두가 사라진 것은 영국 의사 에드워드 제너 덕분이다. 그는 소의 젖을 짜다 우두에 걸린 사람은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실험에 나섰다. 우두는 바이러스에 의한 소의 전염성 질병이다. 결국 제너는 백신 개발에 성공했고 세계보건기구(WHO)는 1979년 천연두의 완전 종식을 선언했다. 백신은 인간을 비롯한 동물에게 특정 질병이나 병원체에 대한 후천성 면역기능을 하는 의약품이다. 백신은 인류를 천연두, 소아마비, 콜레라 등 다양한 질병의 공포에서 벗어나게 한 구원투수다.

올 초부터 전 세계를 공포와 혼돈에 빠뜨리고 있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하고 있다. 마스크를 쓰는 일이 이제 어색하지 않고 음식점에 들어갈 때 QR코드를 찍거나 명부를 작성하는 일도 일상이 됐다. 우리를 코로나19로부터 구원해줄 백신과 치료제 개발은 언제쯤 가능할까.

현재 미국, 영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 제약회사가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다. 보통 의약품은 동물대상 전임상을 거친 후 인체를 대상으로 3단계로 나뉘는 임상시험 과정을 거쳐야 한다. 1상은 소수의 건강한 사람에게 약물을 투여해 얼마만큼 투여해도 되는지 알아보는 단계, 2상은 좀 더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약물의 효용성을 확인하는 단계, 3상은 대규모 인원에게 약물을 투여해 의학적 가치가 있는지 확인하는 단계다. 실질적으로 3상 임상시험을 통과해야 안전성이 어느 정도 보장되고 상품화 가치가 있다.

최근 영국 정부는 건강한 사람을 일부러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시킨 뒤 면역 기제를 찾는 실험을 내년 초 강행하기로 했다. 윤리적 논란이 일고 있지만 영국 과학자들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필요한 자료를 빨리 받을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만큼 백신 개발이 절실하다는 뜻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와 제넥신·진원생명과학 등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뛰어 들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달 초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코로나19 백신 임상 1상을 신청했다. 제넥신은 백신 임상 1상, 진원생명과학도 백신 임상을 추진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백신 3상 임상시험을 중단했다가 지난 23일 임상을 재개했다. 국내 일부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주가를 띄우기 위해 코로나19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에 나서기도 한다.

제약 회사에서 코로나19 치료제나 백신 임상시험을 해 성과를 거뒀다는 소식이 나오면 해당 주식은 급등하기를 반복하고 있다. 이처럼 백신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성이다. 이는 논란이 되는 독감예방접종사업을 봐도 알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독감 백신과 사망사례가 연관성이 없다고 밝혔지만 시민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성공해도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이를 거부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죽은 박테리아를 몸속에 넣는 것에 저항감이 크고 종교적인 이유 등으로 백신에 대한 거부감이 심한 편이다. 실제로 최근 ‘IPSOS POLL’ 조사에 따르면 미국 독일 이탈리아에서는 33%, 프랑스에서는 41%, 러시아에서는 47%가 백신 접종을 받지 않겠다고 답변했다.

코로나19 백신의 빠른 보급이 경기 회복과 일상으로 복귀 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정작 백신에 대한 믿음이 높지 않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최근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복지장관은 화이자나 모더나가 개발한 백신이 올해 말이면 완성될 것이라는 희망적인 전망을 했다. 하지만 개발 경쟁 속에서 급하게 승인된 코로나19 백신의 안전성과 효능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이은정 편집국 부국장 ejle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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