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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와인 한 잔] 수확의 계절, 마음이 멍들지 말자

  • 최태호 부산가톨릭대 책임교수
  •  |   입력 : 2020-10-28 18:37:50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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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의 계절, 국내외 와인생산자들이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이다. 포도는 성숙되면서 당도가 서서히 증가하고 산도는 점차 감소한다. 포도수확은 포도의 당도와 산도가 이상적인 균형을 이루었을 때 시작되며 성숙된 포도를 수확할 수 있는 상태를 ‘알코올 성숙’이라고 한다. 압착한 포도즙을 당도 측정기나 알코올농도 측정기로 확인해 정확한 수확시기를 결정하며 포도품종과 포도밭의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이탈리아 끼안티지역에서 수확 후 남은 포도.
‘페놀 성숙’은 레드와인용 포도에 대한 숙성 기준으로 탄닌과 색깔을 고려해 결정된다. 페놀 숙성이 부족하면 거칠고 풀냄새 나는 어린 와인이 만들어지고 잘 숙성되면 부드럽고 마시기 좋은 탄닌과 복합미 있는 와인이 만들어진다. 날씨가 지나치게 더울 경우, 포도의 당도는 빠르게 올라가지만 페놀 숙성은 부족할 수도 있다. 페놀 숙성을 기다리면 당도는 더 올라가고 산도는 빠르게 떨어져 높은 알코올 도수에 비해 부족한 산미로 입안이 화끈거리고 쓴맛 강한 와인이 만들어진다. 포도가 최고로 성숙되는 순간을 확인하여 수확시기를 결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프랑스는 포도수확 시작과 끝나는 날이 해당 지역 법령에 의해 정해지는데 악천후가 예상되면 조정하기도 한다.

포도나무는 수확이 끝난 가을에도 뿌리가 발달하고 낙엽 지기 전까지 광합성을 해 영양분을 축적한다. 수확 후 포도나무 관리를 위해 가지치기와 적당량의 물주기를 해야 한다. 15~20 ㎖의 물을 7일 간격으로 12월 중순까지 줘야 하며 잘라낸 가지와 낙엽에 있는 병충해를 태워 다음 해 병충해 밀도를 줄이는 것도 필요하다. 월동 전 축적된 저장양분은 겨울철 추위 피해를 줄이고, 이듬해 발아와 생육에 좋기 때문에 고품질의 포도를 생산하기 위해 수확 후 가지치기와 병충해 관리, 물주기 등의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전통적으로 수확시기에 포도를 따던 인력들은 점점 기계로 대체되고 있다. 기계수확의 최대 장점은 속도이다. 악천후로 포도수확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경우나 포도가 성숙되자마자 빨리 익어버리는 ‘소비뇽블랑’ 같은 품종은 기계로 빨리 수확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아직도 사람이 직접 포도를 선별해 손으로 따는 곳도 많다. 손 수확하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힘들지만 썩거나 덜 익은 포도를 가려 수확해 고품질의 와인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어렵게 재배한 포도를 잘 못 수확해 한해 농사를 망칠 수도 있기 때문에 포도가 멍들지 않도록 수확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멍든 포도로 좋은 와인을 만들 수 없는 것처럼 사람도 마음이 멍들면 행복할 수 없다. 힘들고 어려운 시절, 지나간 상처에 아파하지 말자. 지나고 나서 후회 없는 삶은 없지만 새로운 출발, 또 다른 도전이 남아있다. 세상은 혼자 살 수 없으며 같이 해야 행복하다. 끼리끼리 모여 사는 이유이다. 사람이 와인을 만들고 와인이 사람을 만든다. 다 함께 모여 사랑으로 마시는 와인한잔, 마음이 멍들지 않는 그런 시절에 살고 싶다.

부산가톨릭대 와인전문가과정 책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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