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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칼럼] ‘조선통신사’ 유네스코 등재 3주년에 부쳐 /장제국

기뻐해야 할 등재 3주년…한일 관계 양보 없는 대치

양국 지방 도시 민관 합심, 등재 위해 함께 뛰었던 당시 정신으로 돌아가자

  • 장제국 동서대 총장
  •  |   입력 : 2020-10-27 19:44:16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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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24일부터 나흘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네스코(UNESCO) 국제자문위원회는 조선통신사 기록물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일본 출장 중이던 필자는 도쿄의 한 호텔방에서 소식을 접하고 혼자서 크게 환호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올해로 벌써 등재 3주년을 맞는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등재 사업의 추진 역할을 맡았던 부산문화재단은 ‘한국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전시회를 지난 13일부터 23일까지 조선통신사 역사관에서 개최했다.

그런데 왠지 기뻐해야 할 등재 3주년에 축하 분위기는 없고 오히려 쓸쓸한 느낌마저 든다. 나빠진 작금의 한일 관계가 원인일 것이다.

현재 한일 관계는 최악이다. 강제징용피해자 관련 대법원 판결로, 압류된 국내 일본기업 자산이 12월 초가 되면 언제든지 현금화될 수 있어 양국 관계는 초긴장 상태에 놓여 있다. 새로 취임한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는 ‘현금화 문제’의 해결 없이는 올해 말 예정된 서울에서의 한중일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한국정부는 “3권 분립 정신에 입각해 행정부가 사법부의 판단에 간섭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대치 상태다. 그러는 사이 양 국민 간 감정이 극도로 악화돼 정부도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최근 한 여론조사(한국의 동아시아연구원과 일본의 겐론(言論)NPO 공동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71.6%, 일본인의 46.3%가 서로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다고 한다.

물론 몇 주 전 스가 총리의 측근으로 알려진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일한의원연맹 간사장이 서울에 와서 우리 측 요인을 만났고, 한일의원연맹이 내달 중순 도쿄를 방문하기로 하는 등 한일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일부 보이지만, 양국 정치권이 국내 정치적 부담을 상당 부분 감수하지 않는 한 해법 찾기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강제징용자피해보상 문제는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조선통신사 기록물의 유네스코 등재라는 목표를 향해 함께 뛰었던 2006일 간의 여정에서 양국이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없을까?

우선, 본 등재는 한일 양국 지방 도시의 민관이 함께 의기투합해 일구어 낸 성과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제 관계는 중앙 정부의 독점물이라는 ‘상식’을 깼다는 의미가 있고, 외교 주체의 다양성이 돋보인 사례라고 말할 수 있다.

둘째, 양측은 추진 과정 내내 ‘유네스코 등재’라는 뚜렷한 공통 목표 의식을 가졌다는 점이 등재 추진의 원동력이 됐다. 등재 운동이 본격 시작된 2014년 이후에도 한일 간에는 독도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으로 갈등의 파고가 매우 높았다. 그럼에도 등재 운동은 결코 위축되거나 중단되지 않았는데, 이는 ‘등재’라는 뚜렷한 목표 의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셋째, 등재 추진 과정 내내 작동했던 역지사지(易地思之)와 상호 배려의 정신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정신은 오랜 세월 구축된 양측 간의 깊은 신뢰가 바탕이 됐다. 양측 학술위원회는 등재 대상물 선정 작업을 진행했는데, 쓰시마 번의 번주 소 요시토시(宗義智)의 초상화를 목록에 포함시킬 것인가를 두고 의견이 대립했다. 일본 측은 소는 임진왜란 후 중단된 조선통신사를 복원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니 당연히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은 그가 그러한 공로가 있지만 임진왜란 당시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를 한반도로 안내한 사람이라는 이유로 불가 입장을 견지했다. 다각도의 숙고 끝에 양측은 소의 초상화를 포함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긴 세월 동안 쌓아온 강남주 학술위원장과 마츠바라 가즈유키 일본연고지협회 이사장 간의 깊은 우정과 추진 과정에서 형성된 지방도시 간 신뢰가 이를 가능하게 했다.

조선통신사 기록물의 유네스코 등재 추진 과정에서 얻어낸 귀중한 경험을 거울삼아 양국관계를 복원시켜나갈 필요가 있다.

우선, 한일 관계에 있어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 언제까지나 역사 문제나 중앙 담론에 빠져 허우적거릴 수만은 없다. 한일이 공유하는 시장경제, 민주주의, 미국과의 동맹이라는 소중한 가치관을 기반으로 북핵 문제 해결, 동북아 안정, 환경 문제 등 글로벌한 공통 목표를 향해 나가야 한다. 공통의 목표가 있다면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은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국민 감정이 대립하거나 의견 충돌이 있을 때는 역지사지의 마음과 성신교린(誠信交隣)의 정신으로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동서대 총장·前 유네스코 등재 공동추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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