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처리와 법 집행에 임하는 국가기관이 갖춰야 할 최대 덕목은 공평무사(公平無私)이다. 공평무사함이란 법 규정에 기반해 공정한 처분을 하고 그 결과에 따른 책임까지 지는 것에서 비롯된다. 바로 책임행정이다. 이 대원칙이 무너지는 순간 국민 신뢰는 사라지고 사회는 혼탁해진다. 법에 근거한 강제성을 갖춘 국가기관 처분이 잘못됐다면 부당한 폭력이다. 피해는 국민이 입는다. 게다가 그 피해마저 정부가 구제해 주지 않는다면 폭력 피해자로 남는 국민의 멍 자국은 아물 길이 없다.

그렇게 볼 때 부산시의 코로나19 확진자 동선 공개 오류로 인해 피해를 입은 끝에 폐업까지 한 어느 음식점의 사연은 예사롭지 않다. 수영구 남천동의 한 돈까스 체인점은 지난 3월 초 부산시의 확진자 동선 공개 명단에 포함돼 업소명이 공개됐다. 하루 평균 150명이 찾던 식당에는 손님 발길이 끊겼고, 임대료가 밀려 주인으로부터 명도소송까지 당한 끝에 결국 6월 말 가게 문을 닫았다. 시는 뒤늦게 확진자 방문 업소는 해당 점포가 아니라며 내용을 수정했지만, 사후약방문일 뿐이었다.

음식점 사장은 부산시에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현행 법상 구제방법이 없다. 억울하면 소송하든가”라는 말만 들었다. 집세도 못내는 형편에 비용이 무서워 소송은 엄두가 나지 않았다. 국가배상법에 따라 부산지검 산하 부산지구배상심의회의 문을 두드렸지만, 배상 결정에서 누락됐다. 급기야 그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지난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국가의 배상을 요구하는 호소문을 올렸다.

물론 국가기관의 행위도 결국은 사람이 하는 일이어서 실수와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피해 구제를 위한 책임 있는 대책을 내놓는 것이다. 우선은 원인 제공자인 부산시의 잘못이 크다. 변성완 시장 권한대행이 결자해지의 자세로 발 벗고 나서야 한다. 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 또한 입법을 통해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운 좋게 이득을 취한 백 명보다 억울해 눈물 흘리는 한 명을 없게 하는 것, 그것이야 말로 신뢰받는 책임행정의 척도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