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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부정의 긍정 효과에 주목하다 /안병민

  • 안병민 열린비즈랩 대표
  •  |   입력 : 2020-10-26 19:32:58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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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를 끊임없이 채찍질한다. 잠깐 쉬어가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 찰나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는다. 무자비한 재촉이 쏟아진다. 누가 나를 이렇게 다그치는지 얼굴을 쳐다본다. 실적을 내라며 매일 나를 몰아붙이는 상사? “다 너를 위한 얘기”라며 오늘도 잔소리 늘어놓으시는 부모님? 아니다. 바로, 나 자신이다. 내가 나에게 그 모진 채찍질을 가하고 있었던 거다. 왜냐고? 스스로의 존재감을 보여주어야 해서다. 존재감의 바로미터는 ‘성과’다.

그러니 스스로를 가만 내버려 두질 못한다. 쉬는 꼴을 두고 볼 수가 없다. ‘노느니 장독 깬다’고, 뭐라도 해야 직성이 풀린다. 그러니 다른 이가 아닌, 내가 나를 착취한다. ‘자기 착취’다.

지금껏 ‘긍정’은 세상 발전의 견인차였다. “난 할 수 있어.”라는 긍정의 주문이 세상을 이만큼 바꾸어 놓았다. 하지만 우리는 몰랐다. 긍정의 마법에도 한계가 있다는 걸. 아니, 애써 외면했는지도 모른다. 다들 할 수 있다며 ‘노오력’을 외치니 나도 모르게 함께 소리치며 스스로를 격려했다. 하지만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열심히 글쓰기 연습을 한다고 우리 모두 톨스토이나 빅토르 위고 같은 대문호가 될 수 있을까? 죽어라 축구 연습을 한다고 우리 모두 메시나 네이마르 같은 세계적인 선수가 될 수 있을까? 아무리 달리기 연습을 열심히 한다고 해도 우리 대부분은 우사인 볼트가 될 수 없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임에도 어느 누구도 그런 얘길 하지 않는다. “하면 된다”, “노력하면 된다”는 거짓말만 횡행한다. 희망고문이다. 의도야 이해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모두 거짓말인 셈이다. 다들 성공만을 이야기하니 내 존재감을 보여주려면 나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세상 곳곳에 과도한 자기긍정성이 만연하는 이유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채찍질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긍정의 한계를 외면했던 대가는 작지 않다. ‘나는 왜 안 될까?’ 우울증이 늘어난다. 심하면 자살에 이른다. 열심히 노력하면 다들 된다고만 하니 실패를 껴안을 마음의 여유가 없다. 내 마음속 실패의 완충지대. 그게 없으니 실패는 곧 회복할 수 없는 절망이자 끝없는 나락이다.

다니엘 핑크는 저서 ‘파는 것이 인간이다’에서 긍정과 부정의 황금비율에 대해 이야기했다. 긍정과 부정의 비율이 11 대 1을 넘어가면 긍정의 효과는 신기루처럼 사라진다는 게 골자다. 긍정에도 상한선이 있다는 얘기. 긍정적이라고 다 좋은 게 아니라는 거다. 긍정과 부정이 적절히 어우러져야 성과도 난다며 그 황금비율이 ‘긍정 3’ 대 ‘부정 1’이라 분석한다.

25%의 부정적 성향이 필요한 이유? 스스로를 위해서다. 적절한 부정적 성향이 혹여 있을지 모를 실패에 대해 나를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 ‘방어적 비관주의(defensive pessimism)’다. 실패할 수도 있다는 여유가 실제 실패했을 때 나를 다시 일으키는 회복력으로 작용한다. 최악 상황을 미리 준비케 하는 심리 장치다. 위로 떠오르려는 부력과 아래에서 잡아당기는 중력이 균형을 이뤄야 땅에 발을 딛고 똑바로 서 있을 수 있다. 긍정성과 부정성에도 이런 균형이 필요하다.

2015년 나온 픽사의 명작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 열 한 살 사춘기 소녀 ‘라일리’의 감정을 지배하는 다섯 캐릭터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어른들의 동화다. ‘기쁨’과 ’슬픔’ ‘까칠’과 ‘소심’ 그리고 ‘버럭’. 감정의 의인화를 통해 구현된 다섯 캐릭터다. 인간 감정과 성격, 꿈과 핵심기억, 불안정한 청소년 심리 변화 메커니즘 이 모든 과학적, 심리적 추상의 개념을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구현해낸 ‘인사이드아웃’에서 내가 건져 올린 핵심 메시지는 하나다. 우리 삶이 행복해지려면 기쁨뿐 만아니라 슬픔의 감정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거다.

저마다의 감정 하나하나가 우리 삶에 필요하듯 우리 삶의 경영에서도 부정의 역할은 긍정만큼 중요하다. 긍정과 부정의 황금비율은 그래서 10 대 0이 아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문제 하나. 내 맘 속 긍정과 부정 비율은 과연 얼마일까?

열린비즈랩 대표·‘숨은 혁신 찾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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