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은 코로나19를 치료할 신약과 예방할 백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편으로는 이미 안전하게 사용 중인 약들도 치료 효과가 있는지 시험하고 있다. 바이러스약, 말라리아 치료제, 기생충약, 스테로이드 … 이미 언론에서 한바탕 각광을 받은 약들이다. 여기에 더해 ‘빨간약’도 등장했다. 지금 우리가 흔히 상처에 가볍게 발라주는 빨간약은 소독제의 일종인 포비돈-요오드인데 이것을 코에 뿌려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효과를 발견해 연구 중이라고 외신은 전한다.
빨간약은 한 세대 전에는 ‘아까징끼(赤丁幾)’라 불린 소독약의 대명사다. 이 이름은 ‘빨갛다(赤)+팅처(tincture; 丁幾는 약 성분을 알코올에 녹인 것)’를 뜻하는 일본어이고, 빨간약은 아까징끼를 우리 식으로 부른 이름이다. 소독 성분은 수은(水銀)이다. 지금은 기피하는 중금속이지만 수은은 오랫동안 피부병이나 매독 치료제 또는 피부 미백제로 널리 써왔다. 19세기가 되어서야 수은의 항균 능력이 입증됐고, 1919년에는 존스홉킨스병원의 비뇨기과에서 일하던 의사 영(Hugh H Young)이 수은을 이용해 머큐로크롬(mercurochrome)을 만들었다. 머큐로크롬은 살균력이 강한 소독제로 처음에는 혈관에 주사해 쓰기 시작했다가 나중에는 상처에 바르는 물약으로 널리 보급되었다. 이것이 일제 강점기 우리나라에 들어와 아까징끼로 불린 소독제다.
빨간약은 만병통치약이었다. 상처가 생기면 어디든 발랐다. 하지만 수은 중독으로 ‘미나마타병’에 걸린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20세기 말부터는 사용이 금지됐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빨간약을 바르고 있는데? 어찌 된 일인가? 놀랄 것 없다. 지금 쓰는 빨간약은 수은이 아닌 요오드(沃素)가 주성분인 포비돈-요오드(Povidon-iodine)다. 안심해도 된다.
요오드 소독제의 역사는 프랑스에서 시작한다. 태양왕 루이 14세가 해군력 증강을 위해 많은 나무를 베어내 전함을 만들자 나무를 태운 재로 만들던 비누 생산이 어려워진다. 그리하여 궁여지책으로 해초 다시마를 태운 재로 비누를 만든다. 1811년 비누 원료인 해초에서 요오드 성분이 발견되고, 해군 군의관들은 요오드에 소독 효과가 있음을 알고 부상병 치료에 썼다.
1829년 프랑스 의사 루골(Jean Lugol)이 요오드와 칼륨을 물에 녹인 ‘루골 용액’을 개발해 부상병 치료에 쓰기 시작했고, 1908년 요오드를 알코올에 녹인 요오드 팅크(沃度丁幾)가 개발돼 피부 소독제로 쓰이기 시작했다. 머큐로크롬보다 세상에 더 빨리 나온 셈이다.
하지만 루골 용액, 옥도정기, 머큐로크롬 모두 상처에 바르면 몹시 따갑다. 그러고 보니 겁 없는 개구쟁이들도 빨간약이 바르기 싫어 줄행랑을 놓지 않았던가? 그리고 약을 바른 자리는 오랫동안 빨간 물이 들었다. 이런 결점을 없애고 소독 효과를 극대화한 최강의 요오드 성분 소독제가 포비돈-요오드(베타딘)이다. 요오드 소독제는 세균은 물론 바이러스와 곰팡이도 죽인다. 200년 가까이 써왔지만, 요오드에 내성을 가진 병원체가 없을 정도로 강력한 소독약이다. 그래서 지금도 외과 의사들의 손도, 수술 부위도 모두 요오드로 소독한다.
이렇게 오랫동안 잘 쓴 요오드 소독제가 어서 안전하고도 효과적인 코로나바이러스 소독제로 널리 쓰이면 좋겠다. 누구나 들고 다니며 수시로 코 안에 뿌리고, 입안을 헹구어 코로나 감염을 막으면 좋겠다. 하지만 갑상선 환자나 신부전 환자 등은 요오드가 해로울 수도 있다. 그래서 아직 섣불리 쓰면 안 된다. 안전하고도 효과적인 용법은 아직 연구 중이니 조금만 더 기다리자.
안전한 요오드 사용법이 나온다 해도 30초 손 씻기나 마스크 착용은 여전히 중요하다. 눈에 보이는 마스크 착용은 잘하는 것 같은데 보이지 않는 손 씻기는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모르겠다. 손 씻기를 수월하게 하기 위해 공원, 주차장, 거리에도 공공 세수대(洗手臺)도 설치하면 어떨까? 사실 바르는 소독약보다 비누로 30초 손 씻기가 코로나19 예방에는 더 효과가 좋다고 한다.
신경과 전문의·메디컬티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