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특별기고] 알려지지 않은 이건희 회장의 대북 구상 /김정현

절친 홍사덕이 대북투자 권유했더니 李 “해주·남포 전자도시 만들고 싶다”

  • 김정현 객원논설위원
  •  |   입력 : 2020-10-26 20:06:08
  •  |   본지 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지난 25일 영면에 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앞서 지난 6월 먼저 떠난 홍사덕 전 국회 부의장은 서울사대부고 동기생으로 만나 평생 깊은 우정을 유지했다.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5·16군사혁명으로 잠정 중단된 외무고시 재개를 기다리던 홍 부의장이 중앙일보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은 절친인 이 회장의 권유 때문이었다. 그 뒤로 두 사람은 서로의 신뢰 속에 개인사는 물론 정치 경제 문화 예술 등 다방면에서 격의 없는 의견을 나누었다.

   
생전 삼성 이건희(왼쪽) 회장과 홍사덕 국회 부의장. 국제신문DB
2000년대 후반, 남북평화와 통일문제에 관심이 깊었던 홍 부의장은 어느 날 이 회장에게 “네 아버지(고 이병철 회장)는 한반도 남쪽 국민의 민생고를 해결하고 번영의 꽃을 피우게 하셨으니 넌 북쪽에 번영의 씨앗을 뿌리는 것이 아버지의 뒤를 잇는 진정한 유업이 될 거다”고 은근히 대북 투자를 권유했다. 당시는 재계 라이벌 현대를 비롯한 국내 굴지 기업이 대북투자에 나서던 시기였고, 이를 기반으로 한반도 평화에 대한 기대가 컸던 때였다.

이 회장은 이에 기다렸다는 듯 망설이지 않고 답했다.

“해주나 남포를 통째로 내놓으라 해라. 그럼 세계적 전자도시로 만들어 북한 경제의 기반이 되도록 하겠다.”

해주, 남포가 어떤 곳인가. 북한 해군의 서해사령부가 있고 첨예한 남북 해상 대결의 전초기지가 아닌가. 그 터무니없을 것 같은 요구에 홍 부의장은 긍정적 눈빛을 보냈고, 이 회장은 말을 이었다. “그들 도시는 대형 민간 항구를 건설할 수 있는 자연적 조건을 갖췄으니 대형 상선의 출입이 용이하다. 그건 필수조건이다. 게다가 중국과 가까우니 관련 물류 비용을 줄일 수 있고, 그로 인해 최소한 남북 간 서해 긴장의 재발은 없게 될 것이다.”

당시 대북투자에 대해 아무런 기미조차 내비치지 않던 이 회장의 복심에 그처럼 큰 그림이 있으리라고는 홍 부의장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입 밖에 내지는 않았지만 한반도 평화에 그에 대한 기여를 깊이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홍 부의장은 이후 북에 이러한 메시지를 보냈지만 끝내 답은 오지 않았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의지 부족이었는지, 북한 군부의 반대 때문이었는지 알 길이 없지만 참으로 아쉬운 대목이다. 돌이켜보면 그 일이 성사되었다면 북한의 상황은 많이 달라져 최소한 핵에만 집착해 국제적 고립상황에 빠져드는 일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우리 정부와도 훨씬 당당하게 실질적 대화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튼 이 회장의 업적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지만 유독 북한투자와 같은 평화정책에 무심하게 보인 면은 일부 진보세력에게 곱지 않게 보인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이 회장은 시류에 따라 불확실하고 부실한 투자를 회피한 것일 뿐 강한 의지와 구체적 구상도 있었다는 점은 밝혀둬야 할 필요가 있을 듯싶다.

그런 냉철한 판단이 있어 예정된 실패를 피할 수 있었기에 오늘의 글로벌 초일류 기업 삼성이 있다는 것도 교훈으로 삼았으면 한다.

   
홍 부의장과 함께 오랜 기간 남북 및 외교 문제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의견을 나누었던 후배였기에 들을 수 있었던 내용 중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을 기고 형식을 빌려 밝혀둔다.

객원논설위원·작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시, 백양·신백양터널(2031년 완공) 통합 운영
  2. 2HD현대마린 상장 한달 만에 부산 시총 1위…금양 2위 밀려
  3. 3무법천지 캠퍼스 도로…과속 차량에 음주 킥보드 질주까지
  4. 4“갑질 보건소장 전출 약속, 구청장 왜 안 지키나” 공무원노조 반발
  5. 5의료대란 피했지만…의협 “27일부터 무기한 휴진”
  6. 6‘신산업 인력 양성소’ 부산형 대학원대학사업 급물살
  7. 7제주는 19일 장마 시작…부울경은?
  8. 8[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13년 만에 다시 작품으로 재회 ‘원더랜드’ 김태용·탕웨이 부부
  9. 9“임용도 안 된 게 여기 있냐” 학생이 기간제 교사에 막말(종합)
  10. 10부산시의회 안성민 의장 연임
  1. 1부산시의회 안성민 의장 연임
  2. 2부산시 16조9623억 추경예산안 예결위 통과
  3. 3與 ‘최고령 초선’ 김대식, 초선 같지 않은 광폭행보
  4. 4푸틴 방북한 날 韓中 안보대화…“북러 협력 논의” 견제구
  5. 5시의회는 안정 택했다…안 의장 “반대파·野와 소통할 것”
  6. 6野 일사천리 법안 강행…與 헌재 심판 청구 맞불
  7. 7北, DMZ 수백m 대전차 방벽 구축 확인…지뢰매설 중 사고로 다수 사상자 발생도
  8. 8진보당 노정현 “지방선거 두 자릿수 당선자 배출할 것”
  9. 9양산시 박인 경남도의원, 경남도의회 후반기 제2 부의장 확실시
  10. 10제8대 울산시의회 후반기 의장에 이성룡 의원(전반기 부의장) 내정
  1. 1HD현대마린 상장 한달 만에 부산 시총 1위…금양 2위 밀려
  2. 2르노코리아 ‘외투 보조금’ 이달 중 윤곽
  3. 3MZ 호캉스 맛집 ‘블루헤이븐’
  4. 4가슴으로 낳은 우리 댕냥이…펫보험 들까, 펫적금 넣을까
  5. 5[속보] 연 1회 '2주 단위' 육아휴직 도입…혼인신고만 해도 특별세액공제
  6. 6부산 ‘초격차 스타트업’ 6곳, 향후 3년 최대 11억씩 혜택
  7. 7부산銀 부산 점포 174개…어르신 금융복지 차원 일부 적자 영업점 유지
  8. 8남부발전·기보 경영평가 '우수'…4조 적자 낸 HUG '미흡'(종합)
  9. 9[지금부터 은퇴금융]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가입으로 비과세·분리과세 양손에 쥐어보자
  10. 10유류세 인하폭 축소 앞두고 국제유가 재상승…4월 이후 최고
  1. 1부산시, 백양·신백양터널(2031년 완공) 통합 운영
  2. 2무법천지 캠퍼스 도로…과속 차량에 음주 킥보드 질주까지
  3. 3“갑질 보건소장 전출 약속, 구청장 왜 안 지키나” 공무원노조 반발
  4. 4의료대란 피했지만…의협 “27일부터 무기한 휴진”
  5. 5‘신산업 인력 양성소’ 부산형 대학원대학사업 급물살
  6. 6제주는 19일 장마 시작…부울경은?
  7. 7“임용도 안 된 게 여기 있냐” 학생이 기간제 교사에 막말(종합)
  8. 8여전히 위험한 부산 스쿨존…주차장 방치되고 펜스는 허술
  9. 9실제 휴진 병원, 신고한 것보다 3배 많아…일부 환자 불편도
  10. 10시의회 “예산대비 실익 적다” 동의안 부결…市 “교육과정·입지 등 지적사항 보강할 것”
  1. 1부산 아이파크 홈구장 구덕운동장 이전
  2. 2소년체전 부산 유일 2관왕…올림픽·세계선수권 도전
  3. 3당구여제 김가영 LPBA 64강 탈락 이변
  4. 4보스턴 16년 만에 우승, NBA 새 역사 썼다
  5. 52골 취소 벨기에, 슬로바키아에 덜미
  6. 6양산시 한 유통업체 대표, 이틀 연속 골프 '홀인원'
  7. 7롯데 ‘5연속 위닝’ 아쉽지만…하위권 상대 치고 오른다
  8. 8'롯데 선발진의 희망' 김진욱이 말하는 ABS와 제구력[부산야구실록]
  9. 9김주형·안병훈 파리올림픽 출전
  10. 10안나린 공동 5위…한국선수 15번째 무승 행진
우리은행
후보가 후보에게 묻는다
부산 서동
4·10 총선 지역 핫이슈
원도심 숙원 고도제한
강동묵의 디톡스 [전체보기]
노동자 건강을 위한 국제사회의 경향
소규모사업장 중처법, 투약 중단이 필요한가?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더 많이 두들겨 보아야 할 산복도로라는 돌다리
옛 부산세관 복원, 진정한 새로운 전통이 되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연대(連帶)의 중요성과 과학자의 역할
준설, 유일한 치수대책은 아니다
국제칼럼 [전체보기]
‘3요’와 칸 레드카펫을 빛낸 조연들
AI시대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기고 [전체보기]
갑진년 김해시의 ‘값진 주민과의 대화’
부울경 메가시티가 먼저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영화에 대한 열렬한 환호와 예우…‘축제의 궁전’ 품격이 달랐다
영화의전당 대표 연임…소통 외치는 현장에 귀 기울여야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아직 명당 덕을 덜 본 것일까?
노무현이 옳았다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신문은 살아 있고, 칼럼은 말을 건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공존과 양립으로서의 국악 컬래버
디아스포라의 노래 영천아리랑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천덕꾸러기’ 북항재개발 이대로는 안된다
소통을 이기는 무기는 없다
데스크시각 [전체보기]
가덕신공항과 박형준의 정치적 미래
도청도설 [전체보기]
2030 엑스포 후폭풍
7급 유튜버 공무원
메디칼럼 [전체보기]
일하는 사람의 1차 의료, 근로자 건강진단
100세시대의 건강관리법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대만과 밀크피시
조식전쟁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뇌력(腦力)을 키우는 다섯 가지 비결
뇌, 팩트 체크!
사설 [전체보기]
‘부산어린이병원’ 만반의 준비로 2027년 개원 지켜야
평양서 김정은 만나는 푸틴, 북러 밀착 면밀한 대응을
세상읽기 [전체보기]
포위된 정치, 제22대 국회에 대한 기대
‘고립주의’ 미국, 돌아온 ‘정글’…한반도 해법은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건강주치의 제도가 의료 개혁의 핵심인 이유
의대 입학정원 갈등의 올바른 해법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회의 바다, 우리네 함장은 어디로 키를 잡을까
부산항, 글로벌 물류 허브 플러스 알파
이해인 수녀 '기도의 창가에서' [전체보기]
12월의 기도편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경제문제가 풀려야 인구문제가 풀린다
중국의 한국시장 시장교란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인문 정신은 언제나 곡선으로 간다
호모 사피엔스의 바다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나만의 생각’을 길러주려면
한국교육의 새 지평을 여는 IB교육학회 창립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당원 중심주의’의 함정
비례대표 제도는 죄가 없다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오페라 와인
와인이란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바로크 음악
낭만오페라의 종언! 푸치니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꽃피는 부산항’에서
처음 보는 ‘무릉도원’
CEO 칼럼 [전체보기]
가덕도신공항 경제권
우리는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났다
  • 유콘서트
  • 국제크루즈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