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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숲길] 비누와 가족 /박희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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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0-10-22 19:28:26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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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을 자제하고 집에 머무는 것이 최선의 선택인 시대다. 언제 어디서든 코로나19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나는 물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 집콕을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아니면 집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 택배가 발달해도 집 앞 슈퍼나 편의점에서 소소하게 사야 할 것이 있기 때문이다. 가벼운 감기나 지병을 가지고 있다면 정기적으로 병원도 방문해야 한다. 은행이나 공공기관을 직접 방문해야 할 일도 생긴다. 집안에만 있다고 해서 사회 생활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외출만 하면 가장 많이 하는 일이 손을 씻는 일이다. 화장실만 보면 무조건 씻는다. 살면서 이렇게나 많이 손을 많이 씻어본 적이 없다. 평소에 생리현상으로 화장실 갔을 때에만 손을 씻었는데 지금은 외출에서 돌아오거나 외출 중에도 화장실만 보면 손을 씻게 된다. 비누로 손을 꼼꼼하게 씻는 것이 바이러스 감염 예방에 좋다고 해서다. 비누가 없다면 도시나 상점 곳곳에 비치되어 있는 세정제를 쓰게 된다. 과도할 정도로 손 씻기와 세정제 사용에 집착하다 보니 손이 건조해져 피부과를 다니게 된 것이 부작용이라면 부작용이다.

손 씻기를 자주하다보니 비누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우리는 언제부터 비누를 사용했던 것일까? 비누는 청결을 유지 시켜주는 중요한 생활용품으로 카르복시산의 음이온과 나트륨 이온 혹은 칼륨 이온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나트륨염은 친수성과 친유성을 동시에 띠고 있다. 비누의 이러한 구조로 인하여 물에 녹으면서 때가 빠지는 것이다.

비누의 기원은 동물성 지방과 물 그리고 식물을 태운 재에서부터 시작됐다. 11세기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처음 제조됐다. 지금처럼 때가 잘 빠지고 사용이 간편한 비누는 18세기 초에 완성되었다. 비누 생산 초기에는 제조 과정이 복잡하고 힘들어 유럽의 평범한 가정에서는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고가였다고 한다. 비누 대량 생산과 함께 사람의 평균 수명도 늘어났다.

펜데믹 이전에는 매일 매일 쓰면서도 한 번도 비누가 소중하다고 느껴본 적이 없다. 비누는 그저 언제나 세면대 위에 있는 물건이었을 뿐이다. 비누가 비싸든 싸든 관심이 없었다. 너무나 평범한 물건이었기 때문이다. 비누가 세균 감염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생각하지도 못했다. 가장 저렴한 방역 수단임을 위기가 닥치고서야 깨달았다.

우리는 비누처럼 소중한 줄 모르고 있는 것이 너무나 많다. 특히 가족이 그렇다. 매일 같이 만나는 존재이지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인 줄 모르는 것이다. 특별한 일이 닥치기 전까지는. 가족은 내가 이야기하지 않아도 항상 곁에 머무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한다. 가족이 중요한 존재인 줄 알지만 그것은 머리 속에서만이다. 같이 밥 먹고 같은 공간에서 숨을 쉬어도 관심이 별로 없었다. 가족이니까 알아서 하겠지라는 생각이다.

때로는 가족이 귀찮은 존재처럼 여겨진다. 시도 때도 없이 밥 먹으라는 엄마의 소리가 귀찮고, 일찍 들어오라는 소리가 짜증나고,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아버지는 간섭만 하는 꼰대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심지어는 금수저 집안이 아니어서 내가 이렇게 고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친구 혹은 지인의 마음에 상처를 줄까봐 말과 행동을 조심하면서도 가족에게는 함부로 한다. 가족들에게 내 생각, 내 감정만 생각하는 것이다. 가족이라는 이름하에 의무와 책임만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부모라는 이유로 무엇이든지 해 주기를 바라고, 부모라는 이유로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 위로해주기를 바라고, 형제라는 이유로 희생만 강요한다. 연인에게는 사랑한다는 말을 아끼지 않으면서 부모·형제·자식에게는 “사랑해요”라고 말하는 데 인색하다. 쑥스럽다는 이유와 말을 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알고 있겠지 한다.

가족도 사람이다. 가족도 상처 받을 줄 알고 관심과 위로 받기를 원한다. 가족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사랑한다는 말, 고맙다는 말을 해야 한다. 고맙다는 말, 사랑한다는 말을 들으면 누구나 힘이 되는 것처럼 가족 역시 똑같다. 그런 말을 들었을 때 힘든 삶을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평범하고 하찮은 비누가 우리의 생명을 보호하듯이 가족이 내 곁에 있다는 것 자체가 축복이다. 내 사랑을 가족에게 보여주는 것이 인생의 행복이다.

서양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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