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오는 27일 ‘폐로·오염수 대책 관계 각료회의’에서 후쿠시마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공식 결정할 전망이다. 세슘 스트론튬 삼중수소 등 방사성 오염물질이 제대로 걸러지지 않은 상태여서 방류될 경우,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해양 생태계에 치명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15일 일본 언론들이 “후쿠시마원전 오염수의 방사성 물질 농도를 낮춰 바다에 방류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여야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대응 요구가 무색해질 지경이다.

후쿠시마원전에선 2011년 폭발사고 후 하루 160~170ｔ의 오염수가 발생하는데, 지난달 말 기준으로 그 양이 123만ｔ에 이른다고 한다. 도쿄전력은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여과해 보관한다. 문제는 이 기술로는 세슘·스트론튬의 방사능 기준치 이하 정화가 어려운 것은 물론, 발암물질인 삼중수소는 아예 제거가 안 된다는 사실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저장된 후쿠시마원전 오염수 109만ｔ 중 72%(78만ｔ)가 기준치를 초과했다. 기준치를 10배 이상 초과한 오염수만 전체의 21%(22만6700ｔ)에 달한다.

이런 오염수가 방류되면 해양 생태계가 회복 불능의 위기로 내몰릴 게 뻔하다. 수산자원에 대한 불신도 깊어져 세계 수산업계 역시 소비 감소에 따른 침체를 겪을 수밖에 없다. 대형선망, 기선저인망 등 부산지역 수산업계가 “국제사회와 공조해 오염수 방류 결정을 막아 달라”며 정부에 시급한 대응을 요구하고 나선 이유다. 요미우리신문의 설문조사 결과, 일본 국민의 50%도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수 일본인 또한 반대하는 만큼 저지 명분은 충분하다. 정부는 더 머뭇거리지 말고 국제사회와 공조해 일본 정부에 방류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사안의 중대성과 결정일이 임박한 점을 고려해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에게 입장을 개진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