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14일 수요일 오후, 부산의료원은 전 직원이 비상사태로 전운 같은 긴장감에 휩싸였다. 부산 한 요양병원에서 52명의 집단감염이 일어나 환자 41명이 부산의료원으로 왔기 때문이다. 그 일로 병원의 많은 직원이 밤새 물도 끼니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힘들고 긴 하루를 보냈다는 사실은 대부분 잘 모를 것이다. 일단 병동을 새로 열어야 하니 방역·청소 담당 직원들은 쉼 없이 준비했고, 간호 인력 재배치가 이뤄졌다. 거동이 전혀 안 되는 와상 환자가 14명인데 경관영양(tube feeding)을 하는 환자를 포함해 식사 수발부터 하나에서 열까지 손이 가야 하니 환자 한 명당 간호 인력 4명이 필요할 만큼 일이 많다. 대부분 치매 환자라 협조가 잘 안 되며, 움직일 수 있는 치매 환자들은 자꾸 병실을 이탈하려 하고, 낙상 위험도 있어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다.
역지사지로, 치매 환자들은 환경에 민감한데 갑자기 지내던 곳이 바뀐 데다 다들 이상한 방호복을 입고 돌아다니니 불안감은 극에 달하고 인지도 떨어지다 보니 자기가 왜 이런 상황에 놓인 건지, 왜 움직이면 안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청천벽력같은 소식에 놀란 보호자들의 북새통 전화에도 진땀이다. 코로나전담 병원으로 코로나감염환자를 치료한 지 벌써 거의 8개월이다. 환자 특성상 흉부방사선 촬영과 흉부 CT 촬영이 수 차례다. 코로나 감염 환자 검사를 위해 수도 없이 방사선 노출을 무릅쓰고 수고하는 영상의학과 직원들, 무거운 보호복과 장갑을 두 겹이나 착용하고 채혈하는 진단검사의학과 직원들 그리고 병실·복도, 환자 동선마다 바닥부터 손잡이까지 청소·소독하는 방역 참여 직원들, 그들의 숨은 수고를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선별진료소 상황은 어떠한가? 부산의료원 선별진료소 검사는 월 200-300건에서, 7월 이후 매달 700건 이상이며 날로 늘어간다. 그런데 선별진료소 근무 직원들은 인력·물품 부족보다 감정노동이 제일 힘들다고 한다. 대표적인 것이 검사의 보험 여부다. 열이나 호흡기 증상 등 유증상이거나 역학 관계가 의심돼 검사할 경우는 보험이 되지만, 그 외라면 의료보험이 안 되기 때문에 15~20만 원 검사비를 부담해야 한다. 가끔 역학조사 지연으로 비보험으로 검사 후 1, 2주 이상 뒤 역학관계가 의심된다는 문자를 받고 급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재처리해야 하는 행정상 추가 업무도 부담이지만, 왜 처음부터 보험으로 검사해 주지 않았냐며 상관없는 선별진료소 직원에게 폭언하거나 전화로 줄곧 불평·시비하니 감정노동으로 더 지치는 형국이다.
점점 코로나 시대 뉴노멀에 적응하고 무뎌져 가는 듯 보였지만, 실제는 시민이 점점 지치고 예민해져 가는 것을 목격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이들에게 당연하다 여기지 말고 좀 더 따뜻한 시선과 격려가 절실하다. 정부 차원에서 선별진료소 표준화와 지원, 노인 요양시설 관리 등이 전제돼야 이 위기를 극복하지 않을까. 일회성으로 만든 선별진료소는 이제 해를 넘겨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질병관리청은 임시 텐트나 컨테이너가 아닌 입·출구, 갱의실, 수납, 화장실, 대기실 등을 갖추고 음압병실 수준의 안전한 진료 환경을 구현하는 지침을 마련해주어야 할 것이며, 검사 물품이나 방호체계에 대한 표준화 지침, 그에 따른 지원 체계도 이제 갖춰야 한다고 본다.
요양병원 등 노인요양시설은 코로나 감염에 취약한 대표적 고위험 시설이다. 방역 당국은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수도권 요양병원, 정신병원, 노인주간보호시설 종사자·이용자 16만 명에 대해 전수검사를 하기로 했다. 이는 일회성으로 끝나서는 안 될 것이다. 고위험군이 밀집한 이들 시설은 정기적인 전수 검사가 필요하다고 본다. 늘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다들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지만, 그래도 서로서로 따뜻한 말을 건네며 다가오는 추위를 잘 이겨내면 좋겠다.
부산의료원 비뇨의학과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