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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 칼럼] 젊은 세대에게 찬사를 보낸다

  • 이홍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
  •  |   입력 : 2020-10-15 19:29:09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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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은 세계의 이목을 다시 끄는 나라가 되었다. 단순히 호기심 어린 눈길만 잡고 있는 것이 아니다. 신드롬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 범주도 다양하다.
   
그림 서상균
한 좋은 예로, 보자기 아트를 들 수 있다. 보자기는 한국의 전통문화지만 서양의 포장지 문화에 밀려 있었다. 이것을 한국의 한 젋은이가 미국에서 되살려 놓았다. 보자기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매듭 종류가 매우 다양하고 창의적이다. 또 못 싸는 것이 없다. 와인병도 싸고 보석 포장도 보자기로 한다. ‘노씨 보자기 아트 워크숍’이 그 중심이다. 반응이 심상치 않다. 평범한 미국인뿐만 아니라 미국의 쟁쟁한 배우들도 이곳에 와서 보자기 포장을 배운다. 보자기라는 한국문화가 이들을 통해 퍼지고 있다.

방탄소년단(BTS)은 더 소개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빌보드 차트에서 1위를 했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이들은 아미라는 팬들로 이루어진 ‘군대’를 가지고 있을 정도다. 얼마 전 영국의 한 인기 퀴즈쇼 출연자인 앤 히저티라는 사람이 “BTS는 별 볼일 없는 작은 보이밴드”라는 비하 발언을 자기 SNS에 남겼다. 그러자 아미가 벌떼처럼 나섰다. 당장 사과하라고.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 자체가 생소하다. 이 사람 말처럼 정말 별 볼 일 없는 한국의 아이돌 그룹이라면 그냥 지나가면 되지 굳이 나서 표현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

이런 일이 벌어진 이유는 BTS가 영국의 아이돌 그룹이 아니어서다. 영국인은 아직도 세상을 자신들이 지배한다는 착각 속에 산다. 과거의 생각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어서다. 그런 영국인의 눈에 변방으로 보이는 한국이라는 나라의 BTS를 좋게 평가할 리가 없다. 이 말을 뒤집으면 BTS는 영국인의 자존심을 건드릴 정도의 위상에 올라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복을 ‘Hanbok’이라는 우리 이름으로 팔리게 한 가수도 있다. 블랙핑크다. BTS 버금가는 역량을 가진 여성 아이돌 그룹으로 미국 빌보드 차트 2위에 오른 가수들이다. 이들이 개량 한복을 입고 신명 나게 노래 불렀다. 그러자 한복이 온라인 쇼핑몰에서 세계 젊은이들에게 폭발적으로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과거 한복이 프랑스 등 해외 패션쇼에서 소개된 예가 있지만 한복을 사려고 세계의 젊은이가 온라인 몰로 몰려드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있다. 우리 젊은이들의 역사적 의미를 자리매김하고 싶어서다. 6·25 전쟁을 치른 한국은 크게 3세대를 거치며 진화했다. 1세대는 가난을 극복한 세대다. 2세대는 산업화를 통해 국가의 부를 축적한 세대다. 3세대는 국가의 품격을 끌어 올린 세대다. 이 세 번째 세대가 바로 지금 젊은이들이다. 이명박 정부 때 국가브랜드위원회라는 정부 조직이 있었다. 이곳의 역할은 한국이라는 브랜드를 전 세계에 알리는 것이었다. 이유가 있었다. 한국은 1990년대 이후 급격히 국부가 쌓이기 시작했고 2000년대 들어서서는 산업기술 강국의 위치로 도약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전 세계인은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인식이 매우 박약했다. 심지어 삼성이나 현대자동차를 일본기업으로 아는 사람도 부지기수였다.

국가브랜드가 약하니 한국 제품이나 서비스는 제값을 받기 어려웠다. 한국을 아는 사람들도 그저 가성비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나라 정도로 알았다. 이런 상황이 오죽 답답했으면 국가브랜드위원회가 만들어졌을까? 문제는 국가 수준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전 세계인의 인식을 바꿀 뾰족한 방법을 찾기 어려웠던 점이다. 이 국가적 난제를 젊은이들이 풀어냈다. 동방신기,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등의 아이돌 그룹이 길을 열자 드디어 한국 신세대가 일을 냈다. 5000년 동안의 한반도의 바람을 이들이 순식간에 풀어냈다.

그런데 이런 결과는 지금을 사는 젊은이들의 연장선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한국의 국격이 높아진 이유는 선배 세대의 성장신화가 바탕이 되었지만, 기성세대와는 전혀 다른 사고를 하는 젊은 세대가 등장한 것도 큰 원인이다. 이를 표현하는 단어가 Y세대(1980-2000)와 밀레니엄세대(2000년 이후)다. 이들을 통칭 디지털 세대라고 한다. 이 가운데서도 1990년대 초반부터 2000년 이후 세대는 사고구조가 완전히 다르다.

예를 들면, 이들은 자신들의 일이 재미없으면 아무리 좋은 직장도 사표 쓰고 나온다. 기성세대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들을 이들은 한다. 이런 세대를 보는 기성세대는 걱정이 많다. 끈기도 없고, 성실성도 없어 보이는 신세대가 마냥 걱정스럽다. 하지만 이들은 기성세대가 갖지 못한 어마어마한 능력을 지녔다. 상상력과 창의성으로 무장했다. 한반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신인류가 태어난 것이다. 이들을 기성세대는 자꾸 산업화시대 잣대로 바라본다. 이것이 틀렸다는 것을 노씨 보자기, BTS, 블랙핑크가 보여준다.

문제가 뭘까? 우리 사회가 신세대가 이상을 펼칠 만한 장을 만들어주지 못하고 있음이 문제다. 산업화과정에 익숙한 기성세대는 자신들이 생각하는 정신세계를 갖추지 못한 신세대가 걱정스럽기만 하다. 이런 시각은 한국의 미래에 도움이 안 된다. 솔직히 말하자면 신세대는 근면성실을 중시하는 산업사회에 부적절하다. 이들에 적합한 산업은 두뇌집약적이고 문화집약적인 산업이다. 불행히도, 한국 사회는 이들 산업으로의 이행 속도가 매우 느리다. 그러다 보니 지금을 사는 신세대는 역량을 펼칠 삶의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

   
하지만 보자. 누가 한국을 품격있는 문화국가로 변모시켰나? 이 질문의 의도는 기성세대의 역할을 낮게 평가하려는 게 아니다. 젊은 세대의 역사적 역할을 진중하게 생각해보자는 거다. 이들이 가진 역사적 의미를 알아야 젊은 세대를 보는 시선이 달라질 수 있다. 정리해보자. 한국의 젊은 세대는 숨이 막힐 정도로 답답한 세상을 산다. 이들이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기성세대가 길을 열어주는 방식에 문제가 있어서다. 새로운 역량을 가진 신세대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것 이것이 기성세대가 해야 할 또 다른 역사적 역할이다.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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