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3일 제2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국가발전의 축을 지역중심으로 전환하겠다”며 지역균형 뉴딜에 대한 의지를 천명했다. 17개 시도지사가 이날 발표한 내용과 정부 구상을 들여다보면 ‘기존 사업의 재탕’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는 못한 것 같다. 그러나 지역 스스로가 사업을 구상하고, 동남권 메가시티와 같은 초광역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상향식으로 제안했다는 점에서는 좀 다르게 봐야 하지 않나 싶다. 코로나19가 창궐할 당시, 중앙정부에서 지역으로 내려보낸 방침이 사실은 지역 방역 당국에서 착안해 이미 시행 중인 것이었다는 사례를 보더라도, 지역의 일은 지역이 가장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남권 메가시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생활권을 공유하고 있는 동남권 주민들의 경제권을 하나로 묶겠다는 구상도 지역에서 먼저 제안해 추진하고 있다. 동남권 메가시티가 지역균형 뉴딜 사업으로 확정돼 추진될 경우 동남권이 수도권에 대응할 수 있는 ‘규모의 경제’로 확대되는 것도 시간문제다.
다만 지역균형 뉴딜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 중 하나는 지자체들이 유사한 사업을 경쟁적으로 유치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번 전략회의에서 6개 지자체 사업만 보고된 것은 다른 시도의 중복 사업에 대한 조정이 필요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문 대통령이 약속한 다음번 시도지사 연석회의를 겸한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는 지역균형 뉴딜의 성과가 나와야 한다.
지역이 제안한 사업이 지역균형 뉴딜 사업으로 선정돼도 이행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시도지사와 관계부처 장관들의 상설 협의체를 구성, 지방참여형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지역균형 뉴딜 추진에 필요한 재원 조달을 위한 2단계 재정분권이 조속하게 시행되는 것도 필요하다. 2단계 재정분권은 관련 TF활동이 지지부진해지면서 애초 계획보다 1년 더 늦춰진 2022년에 시행된다.
이와 함께 이번 전략회의에서 관심을 끈 것은 김경수 경남지사를 비롯해 이재명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등 여야 잠룡들이 나서서 뉴딜 사업을 설명한 장면이다. 이들 단체장이 문 대통령 앞에서 지역 사업을 따내기 위해 경쟁적으로 발표를 했다는 식의 해석이 나온다. 이는 지역균형 뉴딜이 선거를 의식한 사업으로 추진된다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차기 대선을 앞두고 정권 연장을 위한 선심성 사업을 벌였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역에 75조 원 이상 뿌린다’는 식의 보도는 지역균형 뉴딜을 선거용으로만 깎아내리기에 급급하다.
같은 맥락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국가균형발전과 행정수도 완성 추진 태스크포스(TF)도 국면전환용이라는 비판에 직면해있다. 수도권 집값 급등으로 민심이 흉흉해지자 행정수도 이전으로 수도권 포화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다가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다극 체제 전환까지 구상이 확대됐지만, 지난 2개월 동안 이렇다 할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다.
행정수도 완성부터 추진하고 지역을 권역화 해 다극체제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도 문제다. 수도권 집값 문제가 잠잠해지면서 행정수도 완성 TF도 지지부진한데,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정책 드라이브 역시 지방선거 등을 대비해 묵혀놓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TF는 행정수도 완성과 국가균형발전을 동시 추진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공공기관 추가 지방 이전 문제도 선거용으로 활용될 우려가 크다. 문 대통령은 올초 신년 기자회견에서 공공기관 추가 이전에 대해 “총선을 거치면서 검토하겠다”고 대답, 총선에서의 수도권 표를 의식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균형발전에 대한 의지가 후퇴했다는 비판을 사기도 했다. 4·15 총선을 치른 지 6개월이 지나도록 공공기관 추가 이전 논의는 잠잠하다. 여타 지역 현안과 마찬가지로 공공기관 추가 지방 이전 이슈를 선거용 카드로 활용하는 희망고문도 이제는 중단해야 한다.
김태경 서울본부 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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