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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부산시장 후보군의 상상력 /이노성

일자리·GDP 수도권 집중…창의적 정책 편 말뫼처럼 상상력 보유한 시장 필요

후보 검증 ‘유권자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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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과 일자리. 부산시장 후보군 10명이 꼽은 공통 과제(국제신문 12일자 1·4·5면 보도)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불평등 완화’도 화두였다. 박형준 전 의원은 “부산은 제2 도시의 위상과 일자리·육아를 포기해야 할 ‘3포 도시’로 떨어질 기로에 섰다”고 한탄했다. “광역경제권 구축과 분권형 국가(김해영 전 의원)” “초연결 도시를 구현해 남부경제권 완성(박한일 전 한국해양대 총장)” “해양수도 완성(이진복 전 의원)” “산업 대전환을 이끌 ‘주식회사 부산’의 CEO가 되겠다(이언주 전 의원)”는 포부와 해법도 제시됐다.

한국에선 성·연령·계층 못지 않게 ‘어느 도시에 사느냐’에 따라 불평등의 정도가 달라진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이 내놓은 ‘30-50클럽 국가의 수도권 집중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GDP의 51.8%와 일자리의 49.7%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중앙집권이 심각하다는 평가를 받는 일본도 수도권 GDP 비율이 33.1%에 불과하다. 미국 수도권의 GDP 비중은 고작 0.72%다.

정부의 ‘수도권 우대정책’도 해소될 기미가 없다. 최근 5년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27개 중 21개(77.8%)가 비수도권 사업이었다. 수도권 SOC의 예비타당성 통과율은 82.4%인데, 비수도권은 69.6%에 그쳤다. 24시간 운항 가능한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이 20년 넘게 지지부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도시 불평등’을 보여주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 2017년 기준 부산의 1인당 GDP는 사실상 수도권에 편입된 충남(5366만 원)의 절반도 안되는 2565만 원에 그쳤다. 부산 청년이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이탈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지방 소멸’의 시계도 빨라졌다. 지난 5일 부산 인구가 330만 명대로 감소했다는 국제신문 기사에 달린 댓글은 슬픔과 분노 자체였다. “부산에서 살고 싶지만 일자리가 없는걸. 서울로 간다” “남자들이 다른 도시로 (일자리를 찾아) 떠나니 (인구 비율이) 여초인 도시가 됐다” “아파트 3.3㎡당 분양가가 3000만 원을 찍었다. 애들(청년들) 살만한 소형 아파트 짓는다니까 몰려가서 짖어댄(반대한) 사람들 생각난다” “여야를 막론하고 어리버리 부산시장들 책임이 크다”….

부산에서 집 사고 결혼해 행복하게 사는 꿈이 청년에게 한낱 ‘꿈’처럼 느껴진다면 도시의 미래는 없다. 국제신문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청년졸업에세이’에 담긴 메시지는 더 절박하다. “부산은 답답해요. 문화·예술 쪽 일을 하겠다 마음먹고 나서 더 답답해졌어요. 그나마 서울은 덜 답답할 거라는 생각도 들고.” “부산에서 일하고 싶어서 부산기업에 지원했어요. 막상 필기·면접 시험을 보면 원하는 일이 아니더군요. 마케팅이나 경영 관리 일을 하고 싶은데 부산에 본사를 둔 대기업은 하나도 없잖아요.”

청년·일자리라는 부산의 비전에 동의한다면 뚜벅뚜벅 가면 된다. 문제는 ‘어떻게’다. 일자리를 늘리지 않고 싶었던 역대 부산시장은 없었다. 결과는 대부분 실패였다. 그 원인 중 하나로 ‘말뫼를 살린 상상력’의 부재를 꼽는 전문가가 많다. 스웨덴 항구도시 말뫼는 고용의 25%를 담당했던 코쿰스조선소가 1987년 폐쇄되자 침체에 빠졌다. 2002년 코쿰스조선소의 골리앗 크레인은 1달러에 현대중공업에 팔렸다. ‘말뫼의 눈물’이다. 20년이 지난 현재 말뫼는 국제환경기구가 선정한 가장 살기 좋은 도시이자 글로벌 인재가 살고 싶어하는 1위 도시로 탈바꿈했다. 북유럽 도시재생의 대표 도시로도 꼽힌다. ‘말뫼의 기적’을 이끈 원동력은 교육이었다. 스웨덴 정부와 말뫼시는 도시를 살리려면 젊은 인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버려진 조선소에 말뫼대를 세운 이유다. 또 유럽연합(EU) 기금을 지원받아 코쿰스조선소 건물에 스타트업 육성 허브인 미디어에볼루션시티도 운영 중이다. 부산으로 치면 산복도로에 청년 창업기지를 세운 셈이다. 세계 최대 가구사인 이케아 본사도 말뫼에 있다. 수 천억 원을 투입하고도 원주민 삶의 만족도를 끌어올리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는 부산 도시재생 현장과는 극명히 대비된다.

미국의 언론인이자 역사학자인 토머스 프랭크는 2016년 발간한 ‘(미국) 민주당의 착각과 오만’에서 경제를 바꾸는 힘은 정치에서 나온다고 주장했다. “경제는 생태계가 아니다. 경제 규칙을 만드는 것도 인간이다. 경제는 정치적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우리는 얼마든지 우리 입맛에 맞추어 경제라는 밥상을 차릴 수 있다.”

경제를 바꿀 정치철학은 유권자가 선택한다. 정부 정책의 우선순위를 서울에서 비수도권으로 견인할 힘도 결국 투표에서 나온다.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6개월도 남지 않았다. 일자리를 늘릴 상상력과 도시의 격차를 줄일 정치력을 보유한 후보는 누구일까. 지금부터 유권자의 시간이자 본격적인 검증의 시기다.

편집국 부국장 nsl@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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