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과학에세이] 아인슈타인의 찬란한 유산 /조송현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10-12 19:13:47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일반상대성이론의 정수인 ‘아인슈타인 방정식(중력장 방정식)’은 눈 밝은 물리학자들로부터 예술작품 같다는 찬사를 받았다. 독일의 물리학자 막스 보른은 “철학적 통찰과 물리학적 직관, 그리고 수학적 기교가 결합된 자연에 대한 인간 사고의 위대한 향연”이라고 상찬했다. 1915년의 일이다.

일반상대성이론은 우주의 거대구조를 설명하는 도구이다. 현대 우주론의 막을 열었다. 하지만 정작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으로 노벨상을 받지 못했다(1921년 아인슈타인의 노벨상 수상 업적은 광전효과 메커니즘을 규명한 광양자설이다). 여기에는 ‘반 유대 독일과학계’의 견제도 원인이지만 무엇보다 실험이나 관측으로 확인되지 않은 탓이 크다.

일반상대성이론이 나온 지 꼭 100년 후인 2015년 물리학계는 환희에 휩싸였다. 아인슈타인이 예언한 중력파를 검출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 같은 세기의 성과에 공로가 큰 킵 손 미국 칼텍 명예교수 등 3인은 2017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블랙홀 연구에 주어진 올해 노벨물리학상도 아인슈타인의 유산 중 하나다. 그 존재를 이론적으로 입증한 영국의 펜로즈와 우리은하 내 초거대질량 블랙홀을 확인한 미국의 겐첼, 게즈 교수가 그 영예의 주인공. 블랙홀이야말로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유도되는 가장 신비로우면서도 당혹스러운 개념인데, 올해 노벨상은 블랙홀을 확실한 물리적 실체로 인정했다는 의미다.

블랙홀은 탄생부터 극적이며, 이를 잉태한 이론의 창안자 아인슈타인이 부정했다는 점에서 논란거리였다. 일반상대성이론 발표 이듬해인 1916년 초 독일의 천체물리학자 슈바르츠실트가 아인슈타인의 장방정식을 풀어 구대칭 진공해(슈바르츠실트 메트릭)를 구했다. 그 풀이는 당시로서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즉,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는 마술의 구면을 가지며, 그 중심에는 시공간의 곡률이 무한대인 이른바 특이점(singularity)이 존재한다는 게 아닌가. 블랙홀의 수학적 개념이 탄생한 순간이다. 슈바르츠실트의 편지를 받은 아인슈타인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블랙홀의 존재를 믿을 수 없었다. 1939년 학술논문을 통해 “슈바르츠실트 특이점들은 물리적으로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자신의 지적 유산을 부정한 것이다.

천체물리학자들은 ‘중력 붕괴로 블랙홀이 형성될 수 있다, 없다’로 뜨거운 논쟁을 벌였다. 1955년 아인슈타인 타계 이후 블랙홀 연구는 더욱 본격화했다. 그 와중에 미국의 상대성이론 전문가인 휠러가 당시까지 불리던 ‘슈바르츠실트 특이점’을 보이지 않는 검은 구멍이자 실체를 알 수 없는 의혹의 심연이라는 뜻으로 ‘블랙홀’이라고 명명해 널리 통용됐다.

결정적인 한방은 수학과 물리학에 양발을 담고 있던 펜로즈로부터 나왔다. 런던의 버크벡 칼리지 교수였던 펜로즈는 1964년 위상수학이라는 새로운 수학적 도구를 사용해 ‘특이점 정리’를 완성해 발표했다. 블랙홀은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른 중력붕괴를 통해 자연상태에서 형성될 수 있는 천체라는 사실을 수학적으로 증명한 것이다. 이어 스티븐 호킹은 펜로즈의 특이점 정리를 우주에 적용시켜 우주가 특이점에서 시작됐음을 수학적으로 증명했다. 펜로즈와 호킹의 연구에 힘입어 블랙홀은 천체물리학자와 천문학자에게 수학적 개념에 그치지 않고 물리적 실체로 수용되기에 이르렀다.

블랙홀 찾기도 불이 붙었다. 1964년 강력한 X선을 방출하는 백조자리 X-1을 발견한 이래 우리은하 안의 태양질량 400만 배 크기의 초거대질량 블랙홀을 발견했는가 하면 지난해 ‘이벤트호라이즌망원경 프로젝트’ 연구진이 촬영한 블랙홀 영상(블랙홀 그림자)까지 볼 수 있게 됐다.

요즘 물리학계는 중력파와 블랙홀 외에도 일반상대성이론의 여러 예측들을 광대한 우주실험실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확인하며 아인슈타인의 유산이 얼마나 찬란한지를 실감한다. 누가 알겠는가. 50년 혹은 100년 후 아인슈타인이 자신의 이론에서 발견한 ‘아인슈타인-로젠 브리지’, 즉 웜홀을 확인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지.

웹진 인저리타임 대표·동아대 겸임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르노삼성, 전직원 대상 희망퇴직
  2. 2검찰, 경찰서류 오탈자에 잇단 시정 요구…수사권 조정 트집?
  3. 3고성보건소 근무시간 직원들 소장 생일파티
  4. 4납품계약 뒤집고 단가인상…대기업 쌍용양회 갑질
  5. 5기장 집값 상승률, 광역시 구·군 중 최고
  6. 6부산 KIOST(해양과학기술원) 핵심조직 세종행, 균형발전 ‘찬물’…해수부 ‘묵인’
  7. 7부산서 수소차 사면 최대 3450만 원 지원
  8. 8민주 34.5%, 국힘 29.9%…부울경 지지율 뒤집어졌다
  9. 9가덕 찾은 이낙연 "특별법 임시국회내 반드시 통과"
  10. 10 띠와 생년으로 확인하세요(2021년 1월 22일)
  1. 1민주 34.5%, 국힘 29.9%…부울경 지지율 뒤집어졌다
  2. 2여당 지도부 부산 보선 화력 지원…가덕도로 반전 노린다
  3. 3야당 당내 예비경선 9명 후보 등록
  4. 4야당 정진석 “단합·결속이 부산의 승리 비책”
  5. 5김영춘은 정책대결, 박인영은 親盧행보, 변성완은 출마시동
  6. 6박형준 “정치 우습게 보나” 전성하 “총선 책임론 없나” 설전
  7. 7한정애 “가덕신공항, 대기오염·물류비 줄이기 위해 필요”
  8. 8정의용 발탁 남북미 대화 복원 의지…親文 체제로 국정 강화
  9. 9국민의힘 유재중 전 의원 부산시장 보선 불출마
  10. 10“모든 아동학대 신고 경찰서장이 확인”
  1. 1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2. 2기재부 ‘자영업 손실보상제’ 난색에…정 총리 “법제화하라”
  3. 3연금 복권 720 제 38회
  4. 4청약 계약취소건 ‘줍줍’ 막는다…3월부터 지역 무주택자에 공급
  5. 5홈쿡족 늘자 프리미엄 오일·고급 조미료 잘 나간다
  6. 6주가지수- 2021년 1월 21일
  7. 7택배기사에 분류작업 못시킨다…심야배송도 제한
  8. 8다주택자 증여세 할증…정부, 과세 도입 검토
  9. 9삼진어묵, 저염으로 온라인 시장 공략
  10. 10크리에이터·화상회의 수요 겨냥 SSD 출시 경쟁
  1. 1 뇌경색증 김호철 씨
  2. 2고성보건소 근무시간 직원들 소장 생일파티
  3. 3창원월영 ‘마린애시앙’ 마지막 할인 분양
  4. 4오늘의 날씨- 2021년 1월 22일
  5. 5의인 이수현 씨 20주기…부산서 추모행사
  6. 6검찰, 경찰서류 오탈자에 잇단 시정 요구…수사권 조정 트집?
  7. 7백신접종센터, 기초단체당 1곳 이상 운영
  8. 8유튜버 산실 김해 ‘청년허브’ 3월 문연다
  9. 9하동군 출산장려금 상향…넷째 낳으면 3000만 원
  10. 10양산시, 장기간 방치 ‘웅상프라자’ 활용 방안 찾는다
  1. 1KBO 스프링캠프 코로나 음성 확인돼야 참가
  2. 2아이파크 내달 28일 이랜드와 홈 개막전
  3. 3박지성, 전북 행정가로 K리그 입성
  4. 4최준용이 ‘뒷문’ 닫고 한동희 ‘대포’로 끝낸다
  5. 5부산서 다시 뭉친 ‘강·정·현(강영웅 어정원 천지현)’…“신인돌풍 기대하세요”
  6. 6왕따주행 논란 김보름, 노선영에 2억 원 손배소
  7. 7개최냐 취소냐…도쿄올림픽 운명, 3월 IOC 총회 손에
  8. 8아이파크, 브루노 등 코치 4명 선임
  9. 9오죽했으면 대출받을까…거인 최악 ‘보릿고개’
  10. 10롯데 책임질 외인 3인방 입국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릴레이 인터뷰
진보당 노정현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릴레이 인터뷰
국민의힘 이언주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축소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선택
탈산업화시대 연착륙을 위한 필수조건
기고 [전체보기]
에코델타시티에 스마트 응급외상시스템을 /이상현
수소경제가 답이다 /이수태
기자수첩 [전체보기]
문재인 대통령 ‘123분 신년회견’에 지역은 없었다 /정유선
비판에 귀 닫은 부산교육청…이 기사도 감출건가요? /김화영
김석환 칼럼 [전체보기]
‘능력주의’와 ‘예타만능’이라는 거짓말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해 뜨는 아침, 겨울 산의 속살을 보라
정치적이기엔 너무도 문명적인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관현맹인과 여악의 전통
동래부동헌에 풍악이 울리다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2+1 책임제’ 족쇄로 안 남으려면 /유정환
‘신산업 도시 부산’의 필요조건 /이석주
도청도설 [전체보기]
죽어야 태어나는 아이
간호사의 위상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가을의 시간을 맞으며
이주의 시대와 문학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불로초 감귤
북어보푸라기
사설 [전체보기]
새 질서 예고한 바이든…전방위적 변화 적극 대처해야
진통 끝 출범 공수처, 정치적 중립 확보에 미래 달렸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공유경제에 대한 오해와 진실
원격의료 도입의 조건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비핵평화, 중단없이 가야 할 길
한반도 비핵화는 어떻게 되나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최고의 기쁜 날
퇴폐미술의 낙인
이홍 칼럼 [전체보기]
카리스마에 대한 오해
독성 리더십
장병윤 칼럼 [전체보기]
알바트로스, 오 알바트로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서울에서 멀어지면 불안한 나라
코로나 봉쇄령 속에 맞은 연말연시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불멸의 연인
연말 그리고 크리스마스 시즌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겨울나기
메리 크리스마스
특별기고 [전체보기]
부산 코로나 병상 부족 현실화…생활치료센터 설치 힘 모아야 /고광욱
우리의 희생 기억해준 한국에 감사 /빈센트 커트니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김홍도의 ‘논을 가는 소’
김홍도의 ‘주상관매도’
  • 유콘서트
  • 18기 국제아카데미 모집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